멀쩡하던 감자가 어느 날 검게 변하며 먹을 수 없게 되는 아일랜드를 들이친 감자 역병으로 인한 참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검은감자』라는 제목의 글이며, 부제가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인 기근이 발생하는 시점 이전부터 아일랜드와 영국이 왜 서로 안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 벌어졌던 일들 중 대기근 기간 동안의 민초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대기근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기근을 전후한 영국과 아일랜드 이야기도 나와서 왜 아일랜드가 잉글랜드와 서로 못 잡아먹어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기도 하다.
1160년부터 1530년까지 영국은 수도 없이 아일랜드를 찝쩍 거렸고, 숱한 전투에서 영국과 대립했으나 영국군은 아일랜드를 끝내 완전히 몰아낸 적은 없었고,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아일랜드인은 영국인들을 한층 더 증오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축구던 종족간의 감정이던…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듯 식지않을 분노를 담고 사는 두나라인듯 하다. 더구나 먹거리가 최악의 상황에 닥친 상황에서 땅만 챙기고, 사람들을 노동력으로 보고 미국, 캐나다로 이민이라는 허울을 씌워서 넘겼으니…
이렇듯 지역, 인종, 종교, 경제적으로 대립하면서 다툴 수밖에 없던 아일랜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의 역사 속의 여러 역사적 사실 중 민초들에게 아 중요했던 대기근이라는 사건을 다룬다.
1845년 아일랜드에 들이닥친 까닭 모를 전염병이 돌아 이후 5년간 감자 역병이 연거푸 발생하여 일명 ‘아일랜드 대기근’이라고 부르는 대 재앙으로 굶주림과 질병으로 100만 명이 죽어가고 200만 명 이상이 미국, 캐나다, 영국으로 이주한 가슴 아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책 속에는 아일랜드 대 기근의 생생한 이야기들이 나와 있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할 정도다.
예나 지금이나 최저 생계를 위한 기초적인 사회보장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닌듯한데 아직도 끼니와 최소한의 잠자리를 고민하다 잘못된 행동에까지 이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최소한의 생계 보장과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비전이 없이는 세상이 굴러가는 최소한의 원동력도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최근에 정치권에서는 출산율의 감소, 미혼 독신자의 증대 등에서 이제야 감을 좀 잡은듯한데… 이미 조금 늦은 시점…
아무튼 그렇듯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적대감과 원한을 남긴 대기근 덕분에 아일랜드 사람들은 영영 뿔뿔이 흩어졌고 대기근 이후 60년 동안 대규모 이주가 이어졌고,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등으로 떠나 그곳의 필요한 노동력을 채워 주어 도시의 발전과 성장에 이바지했다.
1910년까지 조국을 영원히 떠난 아일랜드인은 500만 명 이상이었고, 오늘날 아일랜드 인구는 약 400만 명으로 1845년 인구 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감자와 대기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기근이 백성들을 힘들게 했는지, 기근을 해결하려는 태도의 문제가 백성들을 힘들게 했는지는…
세상이 힘들게 하는지, 세상을 굴리는 소위 말하는 지도층의 도덕성의 결여가 백성을 힘들게 하는지는…
독자의 몫이고,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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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감자 - 수전 캠벨 바틀레티지음/곽면단옮김/돌베개] 아일랜드에 몰아닥친 감자 역병과 관련한 대기근 동안 그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고향을 등지고 타지로 떠나야만 했던 민초들의 힘들고 고단한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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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생각하는 돌" 시리즈는 눈 높이를 고등학생 정도로 맞춰 놓아서 여행을 떠날 때 비행기나 열차에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미리 몇 권 확보했다가 밀리는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에서 느긋하게 보는 편. 이번에도 지리산 중산리 여행길에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