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 이구영 』를 접한 이래 12월 말까지 전쟁관련 서적만 쭉 뽑게 된다.
맡은 일이 야근도 많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인 덕분에… 집에 오면 텍스트에 집중이 잘 안되어서… 자연스레 朝鮮史를 살짝 피해서 한국전쟁과 2차 세계대전으로 슬그머니 돌아서온 듯하다. 거기다 잘 안 보는 소설까지 들고 있다….^^;;
아무튼 덕분에 한국전쟁, 2차 세계대전 속의 프리모 레비, 노무현과 김정일, 마을 속에서 벌어진 한국전쟁 등에 대해 밀린 책들을 읽을 기회가 되었다.
그중에 여러 권을 차지하는 프리모 레비의 책인데 이번에 집어든 책인 "주기율표"다.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온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와 세계 문학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작가인데.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있었던 이야기,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등등을 글로 써서 상당한 감동을 세계에 전한 작가이다.
그런 그가 화학적인 지극히도 화학적인 주기율표라는 기호 속에서 인생과 경험과 역사와 여러 생각을 끌어낸 것이다. 원자의 속성에 따라 분류해 놓은 표인 "주기율표"라는 제목을 두고 그 원자의 속성과 인간관계와 과거의 자신의 기억에 있는 여러 이야기를 자전적 수필로 써 내려간 책이다.
덕분에 여러 원자, 기체, 원소 등의 속성과 성질 어원에 대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새로운 것(네온)’, ‘숨겨진 것(클립톤)’, ‘움직임이 없는 것(아르곤)’, ‘낯선 것(제논)’이라는 뜻과 이 기체들이 어떻게 발견이 되었고 어떤 성질을 띄는지까지…
그의 일상에서 있었던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주기율표 상의 그것들과 화학과 연결된 일상들을 연결을 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황화수소 가스가 있는 방에도, 종종 자기들만의 공간을 찾는 단짝들이나 혹은 혼자 간식을 먹으려는 외톨이들이 들어간다.
산드로는 철로 된 사람 같았고, 실제로도 아주 먼 선조 때부터 내려온 관계에 의해 철에 묶여 있었다.
사실 인은 매우 아름다운 이름(‘빛의 운반자’라는 뜻이다)을 갖고 있었다. 인은 인광을 냈다. 그것은 뇌 속에 들어 있고 생선의 속에도 있었다. 그래서 생선을 먹으면 똑똑해졌다. 인이 없으면 식물이 성장할 수 없다. 인은 성냥의 머리 부분에도 있었고, 나그네 앞을 날아다니는 기분 나쁜 도깨비불에도 들어있었고, 실연으로 절망에 빠진 처녀들은 자살하려고 인을 먹기도 했다.
구두 가게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비소가 섞인 설탕을 보내 죽게 하려고 했는데 그 설탕 속에서 독약(비소)을 추출해 내서 의뢰인에게 되돌려 주는 화학자로서의 일상.
금속에도 우호적인 것과 적대적인 것이 있다. 주석은 철과 결합하여 주석판이 되고, 구리합금이 되어 최고로 존중을 받고 그 영속성과 안정성으로 잘 알려진 청동을 만든다.
패망하여 망명하는 독일군이 원자폭탄을 만드는 우라륨이라고 선물한 것이 카듬뮴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것.
바나듐의 품질 문제에서 붉어져서 부나에서 자신을 도와준(?) 뮬러를 편지로 서로 만나고, 실제를 보려는 몇일을 두고 죽음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이렇듯 회고록, 명상록에 가까운 그의 자전적 수필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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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 프리모레비지음/이현경옮김/돌베개] 주기율표 상의 원소 하나하나에서 끌어올려진 작가의 옛 추억들을 차분히 옮겨 적은 자전적 수필집, 화학자로서 ‘논문을 뒤적이는 일밖에 할 일이 없을 때 송이송이 무리 지어 나타나는 추억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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