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 해야 할 사람이 있고, 평생을 같이 해야 할 취미도 있다. 그 벗들 중 둘다 일치하는 공통분모가 있는 벗이 있으면 더욱더 깊고 오래 같이 할 것이고…
내게 가족을 제외하고도 평생을 함께 해야 할 동지들이 여럿 있다. 어찌 다 말로 하고, 글로 쓰겠는가 마는… 몇몇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고 눈과 마음에 깊이 들어와 있는 벗과 동지들도 많다.
아무튼 여러 벗과 동지가 있고, 급 가까이 왔다가 급 멀어진 것들도 많이 있고 천천히 왔다가 오래 깊이 자리 잡은 벗들도 있겠으나… 그중에 가장 무겁게 다가오고 깊이 자리 잡은 큰 세 가지 벗들이 ‘산’, ‘역사’ 그리고 이 둘과 관련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책과 역사 그리고 산 이 셋이 동시에 만나는 곳, 그곳이 곧 산, 출판사, 백두대간, 사찰, 궁궐과 산, 역사 속의 산 이야기 등등이다.
최근 산행을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어릴 시절, 그때는 매번 산행 때마다 산행로 곳곳에 존재하는 사찰에 대해서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었는데…. 얼마 전에 불교와 관련된 입문 서적을 우연히 만나서 공부를 하면서 불화에 대해서도 눈여겨봤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이 책은 그것, 그곳, 산과 역사가 만나는 곳에 절, 사찰이 있고 그 사찰에 있는 불화와 조각, 그리고 법당과 석조물 등을 접하면서 ‘언젠가 공부 좀 해야겠다…’ 라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인연이 된 책이기도 하다..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 10권 중의 한 권으로서 10권을 다 봐야겠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의외로 시리즈 책에 대해서는 잘 안 맞는 책이라 하더라도 세트를 맞춰야 마음이 풀린다… ㅠ.ㅠ) ‘산과 절 떼려야 뗄 수는 없으나 [불화]까지 들어가는 건 너무 깊이 가는 것 아닌감?’이라는 한발 물러선 태도 덕분에 빨리 인연이 되지 못한 책이기도 하다가… 하지만 인연이란 묘하고도 질긴 것이라 언젠가 인연이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있다. [불화]는 내게 의외로 아주~ 우연하게 인연으로 다가왔다.
합정역 인근의 모 책다방에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불우한 이웃을 돕는 행사가 있어서 지나는 길에 들러서 책 한 권이라도 구입하면 그 수익금을 출판사에서 그분들에게 지원하는 행사가 있길래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렀는데 그곳에 전시된 책들 중에 한두 권을 구입하면 되는 자리였는데 그 많은 책들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미련 없이 구입해 인연이 된 책이다.
인연이 어렵게(쉽게? 얼떨결에?) 되어서 그런지 내 손에 들어와서 조금 인터벌을 두고 읽힌 책이기도 하다.
시기적으로 이 책보다 훨씬 뒤에 구입한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편을 먼저 보게 됐고 덕분에 조선 전후기의 민화의 대중화라는 도도한 흐름 속에 대중을 향해 변해가는 불화와 민화가 존재했다는 글을 먼저 접하고 그다음 이 [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 불화]를 곧장 읽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미련 없이 후속 타자로 서가에서 뽑아 든 책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 한국 문화사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기도 한 불교의 그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집어 든 책이다.
책으로 돌아갈까나~
저자는 꽤나 욕심을 가지고 책을 만든 듯하다. 무려 429페이지에 걸친 불화 이야기 속에 수많은 도판들이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고 그 도판들에 대한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읽다가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내 머릿속에 이 많은 불화와 이야기들을 다 담아두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스스로 자위하며 텍스트를 텍스트로만 읽어 나가는 페이지도 꽤나 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깊이, 멀리 나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치 성보 박물관에서 스님들 박사 과정에서 검토되어야 할 책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넓게, 깊게(불교적 지식이 일천한 내가 보기에…) 나갔다.
책은 그만큼 자부심 있게 만들어져 무겁고 단단한 덕분에 비싸기도 하다(3만 원… ㄷㄷ)
책은 ‘불화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하여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에 이르는 ‘불화의 흐름’, ‘불화의 분류와 내용’ 그리고 ‘불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에 대해서 알아본다. 책은 좀 독특하게도 불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적은 독자들을 위해서 책 말미에 적지 않은 수량의 부록을 따로 두어 불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들도 첨부하여 두었다.(뒤에 이 내용이 있는 줄 몰랐다…ㅠ.ㅠ 많은 용어들에 대해서 기초 지식을 생성시켜주기도 한다.)
불화의 흐름 편에서는 삼국시대에서 조선후기에 이르기까지의 불화의 문화적 변천사도 알아본다. 이 부분은 민화와 일반 예술의 부분과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척불숭유사상의 핵심에 서 있던 궁궐의 주인들과 사대부들이 겉으로는 유학을 속으로는 불교를 찾았던 부분들과 후기에 이르러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되는 불교문화는 일반적인 도화나 도자기, 민화와 비슷한 행보를 걷는 불화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3부 불화의 분류와 내용 편에서는 살짝 깊어지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좀 지쳐할 수도 있어 보이는 단락이기도 할 정도로 아주 다양하고 많은 우리 불화와 중국, 일본의 불화 속에 그리고 신화 속에 나오는 다양한 불화와 그 등장인물들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풀어놓는다.
이 부분은 불화에 대해서 깊은 의지가 없는 사람은 그냥 텍스트로만 넘어갈 수밖에 없는(내가 너무 부족한 감?) 부분이 존재하기도 한다. 분류와 내용의 깊이와 수량에 대해서 범위 조절이 좀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로 깊다.
아무튼 책은 후반부에 우리가 궁금해하는 일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다룬다.
불화의 안료와 재료는 무엇을 사용했기에 신라, 고려, 조선 초기의 불화와 단청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살아서 우리에게 전하는지, 어떤, 몇 명의 사람들이 불화를 어떻게 준비를 하고 그렸는지, 불화를 그리는 비용은 누가 시주를 하여 부담하였는지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아본다.
근래에 캠핑과 힐링이 주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도전적인 여행과 여가 문화를 내려놓고 자신을 찾으려 하는 문화가 바람을 타는 덕분에 여름 휴가철에는 사찰에서 열리는 사찰 체험 프로그램인 ‘템플 스테이’가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하는데 그때 이 [불화] 한 권과 [불교입문]서적 한 권 정도 읽고 들어가거나 들고 들어가서 아침저녁으로 차분하게 읽어 보는 것 또한 훌륭한 힐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번 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것들과 이별하고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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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찬란한 불교 미술의 세계 - 김정희지음/돌베개]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림으로 표현한 불화를 단순히 불상 뒤에 있는 복잡한 그림에서 벗어나 불교의 교리를 그림에 언제, 어떻게 담아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했으며,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알아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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