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미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서민들의 민화에 대해서 알아보는 책이다.
문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금 같으면 대중이라고 하는 일반 서민들 즉 대중문화라고 일컬어지니 개개인의 대중이라 쉬 대답하겠지만, 18세기에는 그러지 못했었다. 궁중과 사대부들만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문화의 주인이 바뀌고 있는 것은 근대, 현대에 들어서서는 단언컨대 대중이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예술작품에서부터 음식문화까지…
최근 현대는 인터넷과 정보화 기기들의 급속한 보급과 SNS와 블로그, 카페 문화의 급속한 발달은 개개인의 각각의 운영자가 정보의 주인이 되고 그들만의 문화를 창출하는 독특한 다면, 다차원, 다양성의 문화를 각각이 향유하며 시, 공간을 초월하여 웹이라는 가상공간 속에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단언컨대 지금의 우리 문화의 주인은 평범한 개개인이라 말할 수 있을것이다.
"그럼 언제부터 이런 문화의 주인이 개개인으로 바뀌는가?" 라는 의문의 한 가운데에 이 민화가 자리를 떡하니 잡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예술작품들이 특권층의 손아귀에서 대중들에게로 빠져나오는 윤활유 역할을 민화가 행한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 명맥이 잘 유지되고 있지는 않은 듯하여 안타까우나….
이러한 문화라고 통칭되는 그것의 소유자와 향유자는 애초에는 일부 귀족층(궁중,사대부)이었는데 그들이 향유하던 궁중화원 또는 직업 화가들의 작품들이 19세기 후반 조선후기로 넘어오면서 익명의 작가가 대량으로 저렴하게 보급한 서민 회화로 대체되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18세기에는 풍속화가 궁중과 사대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19세기에는 민화가 서민과 사대부 사이에 널리 퍼졌던 것. 풍속화와 민화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사의 흐름에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조선이 멸망해가고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이루어지던 시대 즉 암울한 시대에 밝고 명랑한 민화가 융성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도 갖고 있는 것 또한 민화이다.
첵은 5부에 걸쳐서 민화의 개념, 주제, 역사 및 종교와의 연관성 그리고 동아시아의 민화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그 민화에 대해서 저자가 약 10여 년간 민화가 무엇이고 어떠한 역사 속에서 진화하고 형성된 것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여러 차례 민화 전시회를 기획하고 국제세미나를 열었던 자료들의 집합체이다.
총 분량이 464페이지가 될 정도로 욕심 많은 작가는 내용에도 많은 애정을 쏟아 부은 듯 하다. 글속에 주(註)만 1~5부에 걸쳐 50+80+63+89+112=394개, 도판이 46+43+42+103+68=302개에 해당한다. 덕분에 판형은 B5(188*257mm) 책 양쪽 여백 부분에 도해와 해설을 넣어 두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지금 박물관에 보관되어 전시된 주요한 그림들은 다 동원된 듯 하다.
내용과 도판의 편집,정리 부문에서는 저자와 편집자의 땀이 보인다. 덕분에 책이 내용도 질량도 살짝 무겁다.
책의 주요 내용을 좀 따오자면~
민화는 서민회화, 서민화가가 서민 취향으로 그린 그림이다.
민화가 제작되던 당시 민화에 대한 호칭은 속화(俗畵), 원래 속화란 문인화(文人畵)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격조가 낮은 그림을 가리킨다. 그 바탕에는 신분이 낮은 화공의 그림을 업신여기는 신분 차별의 의식이 깔려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산업화와 기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단순하고 자연적인 이미지를 선호, 민간 예술이 이에 부응.
서양의 무지개는 일곱 빛깔, 동아시아의 무지개는 ‘오색무지개’라 하여 무지개를 다섯 가지 빛깔이 아롱진 자연현상으로 봄. 동아시아인들이 오방색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상의 빛깔을 보았다는 의미. 이는 지식이 인식을 지배하는 경우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
민화는 작가의 신분에 따른 개념이라면 풍속화는 그림의 주제에 따른 개념으로 서로 다른 것임.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도 궁중화원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민화는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 보관되어 있는 듯 한데… 아직도 민화의 위상은 아직도 국박이 아닌 민속박물관에 보관되는 여기까지 인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데…. 저자는 아니나 다를까 책 후미에 하고 싶은 말을 한 바퀴 돌려서 강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이렇게 시원하게 던진다.
민화는 지나간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적인 매력도 넘치는 전통문화이다. 지금도 시대적 격차를 감지하지 못할 만큼 현대적인 감성이 풍부하다. 민화가 오랜 생명력을 갖는 것은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덕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민화의 가치를 우리가 아니라 외국이 먼저 발견하고, 그들이 일찍부터 많은 민화들을 수집해갔다는 점이 그것을 방증한다. 민화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태권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이듯이, 민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민화는 이제 ‘속화’라고 무시해도 좋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대중화와 세계화가 가능한 우리 미술이라는 점이세 예의주시해야 할 현재의 문화코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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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 정병모지음/돌베개] 민화의 개념, 주제, 역사 및 종교와의 연관성 그리고 동아시아의 민화까지 민화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에 대해서 약 10여 년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관련된 자료를 모아 연구한 내용을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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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강좌 때 수업 듣고 바로 구입하면서 저자 사인을 받게 됨.
내용도 무겁지만 저자의 땀과 애정과 욕심으로 46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 들었다 놓았다 하면 팔에 알통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