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역사,조선을 읽다 – 김기협지음/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김기협 지음
발행일 2010년 8월 23일 | 면수 304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5,000원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 김기협지음/돌베개

조선왕조의 지속기간은 518년 27대 왕이 교체될 정도로 굳건하게 반세기를 이어온 동북아에서 아주 수준 높은 문화를 형성하면서 이끌어 왔던 나라이다.

그러던 조선이 경술국치로 하루아침에 나라를 잃게 되었다.

나는 국사를 제도권에서 배울 때는 을사오적이 나라를 팔아먹었고, 이완용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나라도 망하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단순했었다… 나만 그런가….

그저 4지 선다의 정답만 고르면 땡이었으니…

하지만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이 부분(일시에 그렇게 쉽게 조선이 망할 수 있나?라는 의문)을 생각하는 내내 뒤끝이 개운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등지면 만들어지는 그 많은 무덤에 사연 없는 무덤이 없고,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는 법인데, 500년 이상 유기적으로 돌아가던 조선역사가 하루아침에 마침표를 찍었단 사실은 뭔가 열어보고 들어봐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는 생각을 조선 전후기 역사를 공부하면서 내내…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근대사를 열어 볼 때 공부 좀 해야겠다… 라고…^^

내가 알기로는 한 왕조(국가)가 망할 때는 반드시 내부로부터 망한다는 신호가 쌓이고 쌓여 버틸 수 없을 때 외부의 힘에 의해서 망한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믿는다. 물소가 건강할 땐 사자가 덤비지 않는다. 무리 중에서 약한 놈이 보이면 사자는 움직여 그놈을 목표로 덤벼들어 뼈만 남기는 것 또한 동물의 왕국의 불변의 진리.. 사람도 국가도 물소 떼도, 사자도 동물로 만들어진 단체, 개체, 구성체이므로…

그런 순서에 의해 서양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프롤로그로 도입하고, 1부 조선은 어떻게 시들어갔는가, 2부 조선은 어떻게 쓰러져갔는가, 3부 조선은 어떻게 사라져갔는가에 대해서 쓴다.

저자는 자신의 글로 이렇게 말한다. "역사 연구는 절제가 강할수록 지적 생산력이 큰 저술이 된다."라고…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가미하며 글 전반을 긴장감 있게 몰아간다. 그래서 책 표지를 한번 더 돌아보았더니 부제로 [김기혁의 역사 에세이]라고 부제가 붙어 있다.

빠져들어 읽다가 보면 숨을 돌릴 틈이 없는 그런 책이다…..

또 그는 "조선이 망한 것은 마치 어두운 골목길에서 퍽치기를 당한 것처럼 바라봐서는 망국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라며 나의 의문에 정확한, 의문의 큰 포인트를 꿰뚫어 주었다. 그리고… 조선은 여러 번 망하기도 했었다고 주장한다. 1259년 고려가 39년간 원나라에 점령당했었고 1637년 1월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만주족(청)에게 항복했다고…..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남한산성이 함락되었다.라는 말에 누가 함락된 적이 없고, 그냥 항복하고 나왔기에 함락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항복은 함락이 아니라고…. 참 한심하다.. 더 말 안 하겠다.) 의미 있게 생각해봐야 할 일들이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민족사회가 극히 어려울 때는 자존심을 세워서 조금 억지라도 쓸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민족 위상이 많이 자라난 지금에도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나는 책을 보면서 메모와 마킹을 많이 하는 편이다. 머리가 나빠 책을 덮으면 앞에 읽은 내용이 잘 생각이 안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권을 정리하면 서평도 쓰면서 밑줄 친 부분을 한 번은 더 읽어 보는 편인데….

그래야 나중에 다시 열어볼 일이 있을 때 블로그 메모장이나 서평을 열거나, 그래도 안 나오면 책의 마킹한 부분을 먼저 뒤지면 거의 100% 나오기 때문에 마킹을 하면서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그 어느 책보다 마킹이 많은 편인데 그중 몇 장은 아예 붉게 물들어있는 페이지도 몇몇 보인다.

머 다 옮겨 적으면 책이 될것 같으니 가장 중요한 부분만 옮겨 적어 보면

19세기 후반에 조선 왕조국가는 원리가 무너지고 기능이 떨어져 망하기 쉬운 상태에 와 있었다. 게다가 왕까지 암군이어서 국가 중흥에 공헌할 만한 양심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은 국가 운영의 기회를 맡기 힘들고, 더러는 죄 없이 잡혀 죽기까지 했다. 일본의 침략은 왕조의 멸망을 앞당겼을 뿐이지, 멀쩡한 나라를 망가뜨린 것이 아니었다.

조선 왕조의 멸망 자체에 대해서는 일본에 큰 죄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왕조가 왕조 노릇 제대로 못하면 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조선왕조는 일본의 도움 없이도 망할 길을 오랫동안 잘 찾아왔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진짜 피해자는 왕조가 아니라 민족사회였다. 왕조가 왕조 노릇을 못한 것은 이 피해를 막거나 줄여주지 못한 하나의 주변 조건일 뿐이었다. 대단히 큰 조건이기는 했지만 식민지화의 본질적 조건은 아니었다.

이 책은 "100년전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방되었다."라는 단순한 한 줄의 역사를 300쪽에 걸쳐 알기 쉽게 풀어서 써 놓은 책이다. 모르는 사람들 눈을 뜨게 알기 쉽게 쓴 것이지… 그저 단순하게 쉽게만 쓴 책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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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역사,조선을 읽다 - 김기협지음/돌베개]"100년전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방되었다."라고 단순하게 알고 있는 한국 근대사의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을 안으로부터 원인을 찾아 300쪽에 걸쳐 써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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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근래 드물게 책이 밑줄로 도배가 되는 페이지가 많은 책이다. 급하게 메모하다 보니 책안에 있던 출판사 안내 리플릿에 쓰게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렇게 보조적으로 기억 보조장치를 이용하면 나중에 휠씬 쉽게 정보검색과 되새김질이 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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