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문화총서는 크게 3개(조선 왕실의 일상, 조선시대 궁중회화, 조선 왕실의 행사) 시리즈 총 9권 중 6번째 책.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진흥사업단의 왕실문화총서 발행 사업 중 왕실의 미술과 관련한 책으로, 각 분야별 연구자 4~7명의 연구자들이 같이 연구한 논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묵직한 내용들과 많은 수량의 도판들((407페이지 책에 도판이 무려 319개)이 넉넉함을 넘어 빽빽하다는 느낌.
두 번째 시리즈인 ‘조선시대 궁중회화’편은 역사 인문 쪽의 책을 좀 봤다면 궁중 기록화의 권위자인 박정혜 저자는 피해 갈 수 없는 사람인데 이 양반이 책임 진행한 작품.
왕실의 문화재, 예술품의 작품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 사회의 화원에 대한 인식, 이들이 소속되었던 도화서의 시기별 운영체제, 선발 과정, 화원이 담당했던 역할 그리고 조선왕조가 무너지는 시점과 그 이후 그들의 삶 등을 들여다본다.
다시 말해 현존하는 여러 화원들의 작품들을 누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커서,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 어떤 그림을 누가 그리면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알아보는 내용으로 1부에서는 화원이라는 직업을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한 내용을 2부에서는 왕의 초상을 그린 어진화사에 대해서, 3부에서는 갑오개혁 이후 변화된 시대상황 속에서 폐지된 도화서 이후의 삶에 대해 알아보고, 마지막 4부에서는 궁중회화에 담긴 길상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본다.
예나 지금이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보다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살만하고, 그림을 그린 원작자 보다는 훗날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많거나 많이 버는 사람이라는 것 또한 변한 게 없는 듯…
문명화된 최첨단 시대에 기초과학이 중요하듯, 사회의 기본을 떠받치고 있는 인문학의 바탕은 기초예술일 텐데… 요즘은 예술품인 그림이나 조각을 가르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의 옛 그림이나 조형물 등을 감상하는 힘이라도 길러줘서 어지러운 세상 힘든 세상 멋진 작품을 보면서 지친 눈과 마음을 식히고 달래주는 청량제를 마음속에 하나씩들 간직하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다 마음속에 자기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몇가지는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자동차로 치자면 라디에이터처럼 엔진이 죽자고 고속으로 회전할 때 엔진룸의 열기를 식혀주는 장치 덕분에 고속으로 오래 주행할 수 있듯이… 잘돌아가기 위한 윤활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말.
좁은 아파트(그것도 대출이 절반인….ㅠ.ㅠ)에서 먹고자고, 눈 뜨면 지하철 타고 땅속으로, 다시 내려서 빌딩 속에서 뱅글 뱅글 돌다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내내 뱅글뱅글, 다시 버스 타고 집으로의 반복…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어쩌다 치맥이라도 한잔한다고 해도 지하의 비좁은 호프집에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풀지만… 다음날 숙취만 더 쌓이고…
남들보다 멋진 취미나 고상한 작품들을 감상할 마음속의 눈을 천천히 기르면 두고두고 몸과 마음을 식혀주는 훌륭한 벗이 된다.
물론 계절별로 한 서너가지 갖고 있으면 더 바랄것이 없겠지만…^^&
요즘 날씨가 기가 막히는데… 이번 주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나서서 한 바퀴 휙~ 돌아보는걸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뭐 잘 모르면 어떤가… 멍 때리면서(요즘 초딩들이 너무 많이 와서 너무 산만해서 멍 때리기가 어렵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은 스마트폰과 TV에서 벗어나서 자연으로 들어가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는 것이 육체와 정신건강에 그렇게 좋다고 한다) 한 바퀴 돌면 뭔가 개운해지는 느낌이 왕창 몰려온다.
바글거리는 게 싫다면…. 리움이나 호림을 추천한다.
겨우내 찌들고 움츠렸던 몸의 구석구석, 마음속 깊은 곳을 움직여서 봄을 맞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지금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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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화원이라는 말은 반드시 왕실과 관련된 용어는 아니었다. 화사, 화공, 화승 등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통칭
•화원을 비롯한 기술관원들은 양반 관료체제가 확립되는 15세기 후반경부터 차별 대우를 받음, 가장 높은 품계가 정 3품으로 한정. 기술직 중에서도 유독 차별을 받음.
•원칙적으로 다달이 화폐로 받는 개념의 월급은 없음. 단지 몇 개월 치 급료를 한꺼번에 현물로 받는 녹봉을 받음. 화원들의 녹봉은 처음에는 일 년에 한번, 두번, 네번으로 나누어 줌.
•우리나라 역사상 중앙 관서 중 화업을 관장한 부처를 설치한 전통은 신라시대의 채전의 솔거가 기록상 최초
•조선시대 도화 업무를 담당했던 화원의 정원은 개국초 40명이 정원이다가 20명으로 축소
•도화서 건물은 궁궐 내에 있지 않고 궐 밖에 설치, 출퇴근함.
•화원은 도화서 취재나 차비대령화원 녹취재처럼 특별 시험을 통해 전문적인 화업의 길을 걷거나 이미 기량을 인정받은 경우는 문인 관료들의 천거를 통해 참여하기도 함
•화사군관, 방외화사, 지방화사 등 외부에서 활동하는 화원도 많음. 2년의 외직으로 순환시키며 수당과 의식주는 모두 파견지에서 해결해서 훗날 재정이 어려운 지방에서는 꺼려함. 이들이 지도와 지방의 주요 경관을 그려서 중앙에 올림
•정교함을 요구하는 왕실의 그림이나 어진 제작과 외국 사신의 접대에 필수적이어서 자주 폐지를 논하지만 유지됨
•세해를 축복하고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물리치는 세화를 그리는 것이 임무, 차비대령화원은 30장, 도화서 화원은 20장 할당
•어진은 생전의 모습을 그리는 도사, 기존의 어진을 베끼는 모사(이화와 모화로 다시 나뉨) 혹은 이모, 죽은 선왕의 모습을 그리는 추사로 나뉨. 어진화사는 주관화사와 동참화사 그리고 수종화사로 나뉨.
•김홍도는 주관화사가 된 적이 없음. 객관적 묘사보다는 관념적 표현 의복을 타 화가보다 독보적으로 잘 소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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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후반부 4부에는 길상을 상징하는 여러 상징물들의 의미에 대해서 정리를 깔끔하게 해두었다.
언젠가 정리를 좀 해야겠는데… 하고 있던 목마름을 한방에 해결해준다.
급한 데로 핵심만 끌어온다.
더 상세한 내용은 책들 사서 보시라~
•구름 – 한자의 운雲은 운運과 발음이 같아서 복운福運의 의미, 높은 하늘에 떠 있다는 면에서 높은 관직, 출세를 의미. 조선시대 궁중 미술에서 구름은 사회적 출세보다 상서로운 조짐이나 장수의 상징으로 더 많이 사용(왕은 이미 출세했으므로)
•물 – 대지와 하늘을 끊임없이 순환하므로 영원성을 내포
•봉황 – 단독 소재로 나올 때에는 오동나무와 대나무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봉황은 오동이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만 먹고산다는 시경의 기록 덕분
•사슴 – 뿔이 나뭇가지와 흡사하여 나무와 같은 생명력, 떨어져 나간 후에도 다시 자라고, 약으로서의 사슴뿔의 효능. 천년을 살면 창록이 되고, 여기서 오백 년을 더 살면 백록이, 또 오백 년을 더 살면 검은색 현록이 된고 영지를 본능적으로 찾아내는 신비한 능력. 사슴鹿은 즐거움樂과 비슷한 발음, 물河은 화합和과 가은 소리이므로 물가의 사슴은 즐거움과 화합을 의미.
•학 – 고금주에 학은 천 년을 살몀 푸르게 되고, 이천 년을 살면 검게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학. 상학경에는 1,600년을 살면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으며 신선의 탈것이 된다고 함. 학鶴의 중국 발음은 화和, 또는 합合과 같아서 평화와 조화를 뜻한다.
•고양이 – 노인의 장수를 축원하는 내용. 고양이를 뜻하는 중국어 발음 묘猫 발음이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와 같고 고양이가 나비와 함께 그려지게 되면 그 의미는 80세 노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확장. 나비蝶와 노인을 의미하는 질의 발음이 같은 이유
•모란 – 이미 당송대에 상서로운 꽃으로 칭송. 미인, 최고의 관직과 지위, 부귀영화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황제의 꽃.
•복숭아 – 서왕모가 사는 요지에 자라는 복숭아나무는 3천 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우며 열매가 익기까지 또다시 3천 년이 걸렸는데 서왕모는 매번 이 복숭아를 따서 신선들을 초대하여 연회를 베풀었고 이것이 바로 반도회이다.
•연꽃 – 연꽃은 중국에서 고대부터 풍요의 상징, 연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특성상 번창함과 무한한 생명력을 의미. 하화河化의 발음이 화합和合과 같고 연蓮은 연戀, 연連과 발음이 통하여 행복한 혼인에 의한 자손 번창을 뜻함. 연밥에 들어있는 많은 씨 때문에 다남 혹은 귀자와 연결.
•매화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봄의 상징이라고는 하나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추위가 물러가기 전에 피어서 계절은 겨울에 가깝다. 덕분에 맨 마지막 춘하추동의 겨울에 배치되기도 함. 고결한 군자, 은일, 절개의 상징, 고매古梅의 구불거리는 가지가 수壽 자처럼 생겨 장수를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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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화가들 - 박정혜외 3인지음/돌베개] 여러 문화재를 만든 조선 사회의 화원에 대한 인식, 이들이 소속되었던 도화서의 시기별 운영체제, 선발 과정, 화원이 담당했던 역할 그리고 조선왕조가 무너지는 시점과 그 이후 그들의 삶 등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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