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과 열광 – 한스 U. 굼브레히트 지음 / 한창호 옮김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8.21 | 목록
분류 절판도서
발행일 2008년 8월 4일 | 면수 296쪽 | 가격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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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어느 인문학자의 스포츠 예찬

말 그대로 인문학자의 스포츠를 바라보는 눈을 글로 쓴 책

사실(팩트)만 보여주는 영상기술의 발달은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끊고 잘라서 5~시간이나 걸리는 경기를 10분, 3분 그것도 길다고 생각하는지 단 몇십 초의 축약으로 보여주고, 선수별 타율, 타점, 홈런 혹은 득점, A매치 출전 수 등의 통계 데이터만 넘쳐나는 단순히 ‘뚤린 눈’ 으로만 보는 스포츠(행하지 않는)가 최근 상업화되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스포츠라는 단어의 뜻과 원리 그리고 유래를 찾아 지금의 스포츠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지금에 이르는가의 인문학적 고찰을 싣는다.

전체 4개 블럭 중에 첫 번째가 정의, 두 번째가 단절, 세 번째가 매혹, 마지막이 감사 편인데 그중 초반 정의 편이 약 79페이지를 점하고 있으면서 스포츠의 개념에 대해서 정의를 하고 몇 가지 개념(아곤과 아레테 등)을 풀어서 설명하거나, 정의하고 넘어가는데, 이 부분을 읽어가는데 (제법 딱딱한 내용들이 많기에) 조금의 인내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파트를 인내력 있게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면 두 번째 블럭이후인 단절과 매혹 부분부터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의 역사가 고대 올림픽에서부터 1896년 근대 올림픽의 부활을 거쳐 오늘날의 대학, 아마추어, 프로 스포츠의 대규모 경기에 이르기까지 2,500년 넘게 장구하게 이어져 왔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책 속에서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실제 스포츠의 역사가 오히려 놀랄 만큼 불연속적이라는 사실을 해설한다.

근대의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하고, 관전하고, 논(설)하기 위해서는 해당 스포츠의 원리(역사)에 다가가는 최소한의 수고를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림픽을 비롯한 여러 스포츠의 유래와 현재를 통해서 미래를 살짝 엿보기도 하는 그런 책이다.

최근의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스포츠를 필드에서 땀 빨빨 흘리면서 보지 말고 안방의 TV 속으로 들어와서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맥주에 치킨을 뜯으면서 즐기라고 몰아가는 듯하다. 그렇게 해서 운동부족과 비만으로 인해서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판매하는 혈압약과 당뇨약을 고가에 평생을 먹게 만들거나 퇴근후 지하 헬스장에서 다람쥐 챗바퀴 돌듯 뺑글뺑글 돌게 만들거나…..

억지로 병을 만들어 약을 주고, 건강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차단시고 병을 만들어내고 영리병원을 세워서 돈을 다시 끌어모으는 세상으로 흘러가는지 걱정이된다.

이미 고가의 중계권료가 지불되는 올림픽, 월드컵, MLB, NBA, NFL, NHL…. 등등이 경기장에서 표를 끊어서 들어와서 직접 관람하는 관객들 보다 집에서 TV를 통해서 보는 수많은 팬들 덕분에 천문학적 광고비를 받아챙기는 구조이다 보니…. 작금의 스포츠계는 그 누구도 경기장에서 땀 흘리고 어깨를 부딪치면서 끝나고 악수를 나누고 샤워장에서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나누며 다음을 기약하는 필드의 경기를 원하고 않는 현실….

아무튼 나태함의 고리를 끊고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땀을 흘리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국적이 없어지고 협찬 브랜드만 존재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걸어 다니는 광고 홍보 효과 덕분에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1년에 운동장을 한 바퀴 이상이라도 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화를 신고 있고, 마찬가지로 1년에 제대로 된 산(최소 1천 미터 내외, 설악 지리 한라산 급이 아닌…)을 한 번도 오르지 않으면서도 최고급 등산화와 카본 스틱을 들고 다니며, 비가 오면 산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유명 고어텍스 브랜드 등산복이 아니면 살짝 무시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 사연에 어떻게 이르게 되는지 까지를 한편으로는 살짝 비틀어서 비판하고 있다.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무관중 인터넷 중계만을 하는 스포츠가 탄생할 것이고, 굳이 땀 흘리고, 부딪치고, 퇴장당하고, 부상당하는 경기가 사라지고 인터넷상에서 가상공간에서 가상의 인물이 서로 다투는 세상이 곧 올듯하다.

이미 친구를 사귀는 것이 "좋아요" 한 번 클릭으로, 이웃을 끊는 것을 "이웃 삭제" 한 번의 클릭으로, 초상이 난 사람들에 대한 문상 또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 한 줄로 대신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던가…

***

–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가로질러 이오니아 해로부터 내륙으로 약 50Km 떨어진 올림피아의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차를 몰고 간다면, 혹은 말을 타고 고대의 올림픽경기장ㅏ지 가는 여행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백 명의 선수와 수만 명의 관중은 올림픽 휴전 덕분에 안전하게 4년마다, 기원전 776년부터 기원후 394년(관례적으로 인정되는 고대 올림픽경기의 연한)까지, 1000년 이상의 세월 동안 그 길을 떠났다. 현대에서는 비근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육체적 수고를 상상한다면, 제우스의 가장 유명한 신전에서 벌어지는 저 닷새간의 행사에 과연 어떤 매력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 고대 올림피아에서 군중(테메테르의 여사제들과 하녀들을 제외한 모든 남성)들은 좁은 숙소, 부족한 물, 사람 잡는 더위를 견뎠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관전하기 위해 그곳에, 바로 그 자리에 당도하는 일보다 영광스럽고 탐나는 일은 그들 인생에 없었다.

– 각각의 올림피아드(4년마다 열리는 이라는 뜻이다)는 닷새 동안의 첫 육상 시합에서 승리한 선수의 이름을 따서 이름이 붙여졌다. 운동선수들은 올림피아에서 56Km 정도 떨어진 엘리스에서 미리 적어도 한 달을 보냈다. 엘리스에서 선수들은 육체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했다.

– 범 그리스 경기 대회에서 선수들은 발가벗은 채 참여했는데, 이런 전통이 시작된 후 나체가 여러 세기 동안 하나의 조건이 되었으므로, 나체로 경기하는 것은 고대 사회의 상황을 보여주는 징후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규칙이었다. 현대 스포츠 팬의 관점에서 고대 올림픽경기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단체경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과 말, 노새, 전차 소유주들이 올림픽 승자에 포함될 수 있었다는 규정이다. 이에 비하면 확실히 군사기술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별반 놀랄 일도 아니다.

– 오직 승자만이 야생 올리브 화관을 두를 권리를 얻었다. 2위를 한 선수에 대해선 어떠한 위로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데 똑같은 승자독식 태도는 아테네에서 비극이나 희극을 무대에 올릴 때(경쟁일 경우), 대중연설을 할 때처럼 체육활동이 아닌 일반 제도에도 적용되었다. 선수 고향ㅅ람들이 올림픽 우승자를 평생 연금으로 부양하는 일도 많았다. 현대 올림픽 전통에서 ‘아마추어’라는 이상에 앞서 오래전에 특별한 방식의 프로페셔널 정신이 출현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검투사들의 짝을 맞추는 데 일관되게 지켜진 유일한 원칙은 참가자 간 간의 불균형이었던 듯하다. 상대편과 다른 장비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무기의 효율성, 갑옷의 보호 수준, 심지어 순전한 육체적 힘의 측면에서도 균형을 맞추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 탓에 패배한 검투사를 살릴지, 아니면 맞수로부터 치명적 일격을 당하게 할지를 황제가 결정하는 뻔한 장면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의례는 역사적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황제가 엄지손가락을 위로 쳐들거나, 아래로 내리는 식은 아니었다. 통계적 조사에 따르면 결투의 절대다수(그 비율이 10대 1은 되었을 것이다)가 패배한 투사를 풀어주는 것으로 끝났다.

– 서양 역사에서 중세만큼 운동경기의 출현에 악조건인 시기는 없었다. 모든 권력을 장악한 교회가 사람들에게 주 6일은 노동함으로써 신을 섬기며 일요일엔 신을 찬양하도록 요구했던 당시 문화는 게임과 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사간이나 심리적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 18세기 판 권투는 오늘날의 어떤 공격적인 프로 경기도 필적할 수 없을 정도로 야수적이었다. 권투 선수들은 아무것도 끼우지 않은 손가락 관절로 상대를 가격하고 자신을 보호했으니, 누군가 손이 찢어지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해야 승패가 갈리곤 했다. 무엇보다도 경기는 결정적인 KO 펀치나 어느 한쪽의 탈진(가끔 둘 다)에 이르러서야 중단되었다. 50라운드 이상 여러 시간 지속되는 시합도 특별한 게 아니었다.

– 괴테는 자신의 기지와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규칙적인 육체적 운동, 무엇보다도 수영과 스케이팅을 필수조건으로 간주했다.

– 우리 시대의 많은 야구광들은 이상하게도 경기를 즐기기 위해 시골풍의 과거를 꾸며내고 싶어 하지만, 초초의 야구클럽은 사실 대도시 중산층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젊은 신사들로 만들어졌고 야구 클럽은 초창기 몇 년 동안은 경기가 끝나면 으레 샴페인이 곁들여진 저녁식사가 뒤따랐다.

– 1888년 무렵 영국의 축구 리그의 선수들은 주로 젊은 공장 노동자 가운데서 충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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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열광-한스U.굼브레히트지음/한창호옮김/돌베개] 과거와 현재의 스포츠의 주소를 찾고 있다. 스포츠라는 단어의 정의에서 출발해서 종목별 스포츠가 어디서 어떻게 유래되어 지금에 이르는지와 필드에서 TV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우리들 모습도 그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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