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함께 읽기 – 여럿이 함께 씀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6.23 | 목록
발행일 2006년 8월 14일 | 면수 428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5,000원

신영복 함께 읽기 – 여럿이 함께 씀 / 돌베개

​신영복 선생의 『담론』 출간에 즈음하여 같이 세트로 읽기로 정하고 읽게 된 『강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함께 읽은 책.

『담론』을 읽기 전에 예전에 구입해두고 미뤄둔 두 권의 책을 먼저 보아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생에 대한 예의’차원이었었는데 역시나 그 결정은 탁월했다.

책은 책과 저자, 그리고 시대를 함께 읽어야 하고 ‘서삼독’이라고 선생께서 매번 말씀하시듯, 내용과 저자 그리고 나를 읽어야 하는 독서의 여정에 세트로 엮어서 읽는 덕분에 빠르고 정확하게 책들의 내용이 쉽게 다가왔다. ​

제목에서 보듯이 여럿이 함께 신영복에 대해 쓴 글들을 모아서 함께 읽는 책이다. 그 여럿이라는 사람들이 무려 63명

물론 그 63명의 글쓴이 중에는 노회찬, 오한숙희, 유홍준, 이해인, 조정래, 조희연, 한홍구, 한돌 등 많이 알려진 사람들도 제법 있다.(가나다 순)

신영복 선생을 닮아가는 성공회 대학교 사람들 중 몇 명이 선생의 퇴임을 기념하는 문집을 준비하기 위해서 모여서 ‘ 신영복 선생님의 출판을 귀하게 생각하는 모임’ 일명 ‘신출귀모’라는 모임을 만들고 ‘논문집’ 형태가 아닌 학자로서 선생이 그간 걸어왔던 길을 어머님이나 계수씨에게 보내는 따스한 편지의 모습으로 그리고자 했다고 한다.

선생의 주요한 삶의 지점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필자들을 모아서 1부에서는 신영복 선생의 사상과 세계를 살펴보고, 2부에서는 선생의 삶을 되돌아본 글들이다.

덕분에 1부는 선생의 사상과 세계관을 이야기​ 하려다 보니 선생처럼 편하게 글을 쓰지 못하고 필자들의 평소 사용하던 필체와 사상적 철학이 글에 반영되어 조금 경직된 내용들(저자들의 욕심 탓으로 보인다)이 일부 보여서 신영복 선생처럼 편안하게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1부의 고개를 넘어오면 2부에서는 선생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이 잔잔하게 이야기하듯, 선생에게 못 다한 말들을 전하듯 편안하게 이어진다.

‘신출귀모’를 대신하여 박경태는 책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말을 전한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을 거울로 삼고 닮아가려는 사람들이 만든 문집입니다. 각자 나무로 살다가 선생을 만나서 더불어 숲을 이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여러 글쓴이들이 신영복 선생과의 인연, 글, 글씨, 그림 등에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떤 추억이 있는지를 이야기 하지만 무엇보다 신영복 선생의 글과 삶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친 몇 가지 팩트들이 나타난다는 점들이 재미있는 스토리로 다가온다.

글은 신영복 선생의 출판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글 모음이지만, 각각의 신영복 선생에 대한 각각 저자들의 눈에 비친 신영복 선생의 삶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신영복 선생이 말하길…

‘무감어수 감어인無監於水 監於人’ 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그와 인연이 된 많은 감어인들이 그 ‘감어인’의 방법으로 선생을 다시 바라본다.

그 여러 사람들 속에 선생의 얼굴이 보인다.

無監於水 監於人

표현이 잘 어울리지는 않을 듯해서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신영복판 용비어천가​’ 혹은 ‘신영복 찬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찬가와 어천가가 문제가 되지 선생처럼 도도한 길을 걸어온 사람은 이런 찬미가 어울린다는 것은 여러 석학들 63명이 참여한 것만 봐도 이해가 갈 듯.(훨씬 많은 글이 있었으나 다 싣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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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기본적 과제가 자본의 논리를 인간적 원리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요 과제로 통일과 경제적 자립 및 민족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꼽는다. ​ 당면 과제는 이런 기본적 문제를 외면하고도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환상’을 청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진정한 지식인은 민중이든 대중이든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야 한다. 동시에 지식인은 지식과 진실을 탐구하는 존재로서 자기 위엄을 가져야 한다.

– 공중의 감격, 호의, 관대함을 일으키는 것은 오래가지 않으며 또 그들을 움직이지 못한다. 반대로, 공중의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그들을 흥분시키고 봉기하게 하여 그들에게 행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공중에게 먹이로서 그러한 반발과 스캔들의 대상을 보여주고 던져주는 것은 그들에게 잠재적인 파괴성, 즉 터지기 위한 사인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공격성을 자유롭게 발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결국, 공중을 어떤 적에 대해서 반대하게 하는 것은 그들의 선두에 서고 그들의 왕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세르주 모스코비치, ‘증오’의 힘

– 정치성은 ‘친구와 적’을 구분하게 하는 것 "정치적인 것의 개념" 칼 슈미트​

– 적은 오히려 실체가 애매할 때 대중에게 더욱 큰 공포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적에 대한 집착은 정치적 사고와 행동을 극도로 제약하기 때문에 집배 집단의 대중 조작은 훨씬 더 쉬워진다.’정치화된’ 대중은 그들이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사람에 대한 반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리더십은 그걸 돕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십은 ‘적을 만들어 내는 게임’이기도 하다.

– 미국 역사에 국가적 적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적이 없으면 대통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야 통치하기가 쉬워진다. 지금의 미국을 보라, 부시 행정부는 증오라는 동력에 의해 굴러가고 있으며, 유럽의 정치도 인종적 증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 않은가.

–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기를 닦기는 가을 서리처럼 매섭게 하라. ​(對人春風 持己秋霜)

– 신영복의 글은 부드럽고 따뜻하고 너그럽고 온화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역사와 사회와 인간이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냉철하고 준엄한 비판의 칼이 들어 있다.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삶을 배우고 또 문장의 극치에 도달한 아름다움을 배우는 것이다.(조정래)

​- 선생은 동양고전을 독해하는 흥미로운 방법을 개발하였다. 그 방법은 인간 사회를 ‘관계론’의 관점에서 보고 인간성과 인간적 가치를 인간관계를 통해 실현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구체적 특수 상황과 보편적 이념을 종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고전 독해의 방법은 거시적인 문명사적 관점으로 확장되고, 고전은 문명사의 문제점을 묻고 그 대안을 찾는 물음과 해답의 장소가 된다.

– 자본주의 역사는 그 시초에서부터 약자에 대한 강자의 정복과 수탈의 역사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근대 세계사가 비서구 지역에 대한 서구의 약탈 의지에서부터 시작된 것임을 강조하려 선택된 것이다. 현재 일종의 시대정신으로까지 격상된 ‘세계화 globalization’라는 것도 이러한 자본주의의 오랜 세계 정복의 논리, 세계화라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 "북한의 경우에는 주체성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고립과 정체를 면치 못했다면, 남한의 경우에는 개방을 통해서 문화적, 물질적으로 성장한 반면에 민족의 주체성을 잃고 종속화되어 있다.", "남과 북은 종속적 자본주의와 전시공산주의라는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남북한 양 체제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왜곡된 형태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주로 남한의 통일론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북한의 적화 노력, 즉 ‘흡수통일’ 노선 역시 지난 50년 동안 시도했던 실패한 정책이라고 보기 때문에 북한의 호전성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비판하고 있다.

​- 통일은 탈냉전 이후 개방화 시대라는 이름의 이른바 국제 독점자본의 사활적 공세에 직면하여 그것을 막아내기 위한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그는 모든 통일은 선이라는 민족주의에 기초한 통일론을 거부하면서 북한이 그동안 지켜온 자주적인 체제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하며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 결국 그의 통일론은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민족공동체국가 건설을 이상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반제/민족해방론의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몇 가지 점에서 그것과 일정한 차별을 보이고 있다. 즉, 한 체제가 다른 체제를 동화시키는 것으로 통일을 보는 시각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북이 남을 침략하거나 남이 북을 흡수하려는 냉전시대의 논리를 동同의 논리로 간주하여 거부하면서 화和를 강조하고 있으며, ‘남북의 장점’, ‘우리 민족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통일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제/민족해방의 통일론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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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모든 책에 대한 해설서이자 저자의 삶의 기록으로 연관된 모든 책과 삼의 이해를 쉽게 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책이라기 보다는 신영복 선생의 인생 해설서이자 그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책인데 신영복 선생의 글보다 어려운 단어를 끌어와 자신의 문장력을 뽐내려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글 덕분에 내용이 경화되는 부분도 있어 조금 아쉽기도 한 부분도 있다. 신영복 선생은 ​쉽게 쓰려 노력하고, 지인은 어렵게 해석하려는 아이러니도 보인다는 것.

​"아닌가? 국내 최고의 석학들 중심의 글들이 모였으니 그게 아니면…… 내가 글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건 또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본다. ㅎㅎ


아무튼….​


가장 좋은 글과 평은 읽고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먼저다.

​사람이 먼저고, 존재보다 관계가 먼저 이기에…

對人春風 持己秋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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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께서 자주 인용하시는 글…..

지켜야 할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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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함께 읽기 - 여럿이 함께 씀 / 돌베개] 여러 글쓴이들이 각자의 나무로 살다가 선생을 만나서 숲을 이룬 사람들이 그의 삶과 글을 통해서 어떤 다양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정년 퇴임을 기념하여 이야기하듯, 감사 편지를 쓰듯 글들을 모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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