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의 귀환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이야기의 힘

 

유시민이 다시 쓴 20세기의 결정적 장면

 

1988년 초판 출간 이후 스테디셀러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절판 이후 새 얼굴로 출간됐다. ‘전면개정’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30년 넘게 축적된 정보를 꼼꼼하게 보완하고,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바꿨으며, 같은 문장하나 두지 않고 고쳐 쓴 ‘새로운’ 책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에게 여러 모로 ‘첫 번째’로서 갖는 의미가 많다.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책이자, 저서 중 가장 먼저 단시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인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독자 곁에 머문 책이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을 본격적으로 알린,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돌베개 2021), 『역사의 역사』(돌베개, 2018)를 있게 한 ‘유시민의 역사 3부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초판과 다른 점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20세기’라고 할 수 있다. 초판을 집필하던 때가 20세기의 한복판이었다면, 지금은 20세기를 훌쩍 넘긴 시점이다. 20세기를 돌아보고 21세기를 내다보며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을 추릴 시간적 거리가 생긴 것이다. 20세기는 그 어느 때보다 사라지는 것도 새로 생겨나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혁명’, ‘전쟁’, ‘민주주의’가 있었다. 드레퓌스 사건, 사라예보 사건, 러시아혁명처럼 20세기에 막을 내린 일들은 이제 사건 너머의 메시지를 여러 각도에서 곱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다. 초판 집필 당시 한창 뜨거웠던 팔레스타인과 핵폭탄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 사안의 변화와 쟁점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본문에서 다룬 11가지 결정적 장면에는 저마다의 시공간적 무대가 있으나, 모두 다 연결되어 있더라는 익숙한 깨달음은 당부처럼 여러 번 언급된다. 20세기를 보내며 느낀 뒤늦은 소회와 자신도 모르게 변화된 역사관에 대해서는 에필로그에 꽤 긴 분량으로 담았다.

갈수록 책의 수명이 짧아지는 요즘, 33년 전에 출간된 책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20대 청년의 지적 반항으로, 중고등학생의 논술 교재로, 대학가의 교양 필독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책은 이제 어디로 가닿게 될까? 부디 지나온 시간만큼 다시 한번 잘 건너가기를 희망한다.

7 + 8 =

  1. 조경애
    2021년 11월 2일 오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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