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정병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정병준 지음
발행일 2006년 6월 19일 | 면수 816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38,000원

지난 봄에 올해 휴가 때 읽으려고 『독도 1947』과 함께 리퍼브 도서로 두 권 구입해 둔 책 되겠다.

매년 휴가 때 몇 권의 책을 집어 들고 고향집 대청에 생수 꽁꽁 얼려 한 통 옆에 두고​ 물 한 잔, 책 한 페이지 넘기며 보곤…

‘올해는 한국전쟁을 좀 열어볼까?’라고 생각하며 골랐던 책.

내 짧은 인생에 815페이지의 책을 첫 장을 열고 다른 일 다 제쳐놓고 한방에 다 읽어 나가긴 평생 처음이다…(『독도 1947』​도 그러려나…. 독도는 일단 한국전쟁 시리즈의 연구를 마무리하고 잡으려 한다. 참고로 『독도1947』은 1,000 여 페이지… ㄷㄷ )

다음 서가에서 줄을 서서 날 기다리는 책은 『전쟁과 사회』​

아무튼 이렇듯 두꺼운 책인데 쉬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배려(?) 덕분…

한국전쟁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집적하여 정리한 뒤 글로 써낸 책인데 다행히도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편히 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 듯.

적지 않은 자료들을 한 방향(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이라는 부제와 같은 측면에서)에 서서 ​전쟁이 형성되기까지의 전쟁사를 다룬다.

대부분의 전쟁사가 전쟁의 발발 전개 승패와 종전 이후를 다루는 것이거나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를 맞듯 일요일 새벽 4시(이 책에서는 4시 40분이라는 시각이 맞아 보인다)에 쏘련제 땅크를 몰고 서울을 향해 침공한다.’ 머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비슷하게 끝나는…

한국의 전쟁사는 모두 이런 패턴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병자호란도, 임진왜란도…..

전쟁이 끝난지 60년을 넘어간다…

전쟁을 비롯한 전후 근현대사에 대한 정확한 분석, 다양한 시각이 나올 때도 됐는데 언젠가부터 좀 다양하게 분석하려면 빨갱이로 분류하는 분류 코드가 적용되어 불온서적으로 분류되더니 최근에는 종북, 좌파라는 단어로 주홍글씨를 새겨 버리곤 한다.

힘으로, 사상으로 이데올로기 심판을 해서 자신의 반대편에 누굴(무엇을) 세워 적을 만들어 흠씬 두들겨 패야 속이 풀리는 이 사회적 질환은 좀 심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건전한 토론과 철학적 자기 사유의 방법을 길러주지는 않고 오로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도구로 대중을 휘두르는 행위가 만연함은 안타까운 사실이고,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너무 집권을 위한 이기적 해석만으로 정치권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 우려를 넘어 심각하게 걱정하는 바이다.

정치권과 사회가 그러하니 군대에서도 왕따를 시키고 가혹행위를 하고, 심지어는 초, 중학교에서도 여러 명이 다른 편에 한 사람을 몰아넣고 가혹행위를 하는 것은 정치권의 행태를 그대로 본받는 것 아닌가?

아무튼 한국전쟁 이전의 38선의 충돌과 전쟁이 어떻게 형성되어 발발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그리고 방대하게 조사한 논문과도 같은 책이다.

이런 땀이 밴 책은 누군가가 반드시 읽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돋는다.

저자는 연구의 구성 방법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약술하고 들어간다. ​

구체적으로 이 책의 연구는 1945년 ~ 48년간 미소의 대한 정책, 점령 정책의 구현체로서 38선 정책이 초래한 비극적인 역사의 연원을 정리하는 한편, 1949 ~ 50년 38선 충돌로 표상되는 전쟁의 형성 과정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누가 그랬듯이, 일제 강점기가 퍽치기를 당하듯 어느 날 훅~ 하고 눈앞에 비수가 날아온 것이 아니듯, 한국 전쟁 또한 어느 날 일격에 일어난 일이 아닌 것만큼은 틀림이 없는 이야기인듯하다.

너무 자료가 방대해서 좋은 자료를 끌어다 오는 것 또한 벅찰 듯하고, 이 책을 보면서 마킹하던 색연필이 한국전쟁의 종료와 같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점이 이 책 속에 전쟁사적 주요 정보들이 많다는 것의 방증이리라…

그리고…

많은 새로운 역사적 자료를 검토하고 문서화했으나,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게 구어체로 책을 이끌어 815페이지를 여행하면서도 힘들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수 있었다는 점을 밝혀 둔다~ ^^&

​북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막강한 화력과 잘 훈련, 편제된 병력을 갖고 전면적으로 38선 전역을 돌파, 남진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느냐고 질문함으로써 복잡하게 되었다. 즉 북한의 대규모 공격이 6월 25일 시작된 것은 남북한이 모두 인정하는 바지만, 그날 ‘이른 새벽’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느냐, 혹은 누가 먼저 도발했느냐 하는 질문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다. 북한은 남한의 전면 선제공격을 주장했지만, 이는 신뢰하기 힘든 선전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자료는 물론, 북한 노획 문서와 구소련 문서 역시, 북한의 전면 공격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정에 정통했던 주한미 24군단 군사관이나 부임 1년차에 불과했던 햇병아리 외교관조차 한국에서의 내전 발발은 회피할 수 없는 것임을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뚝심 있던 김구나 병약하지만 이성적이었던 김규식 모두 한목소리로, 남북 간의 회피할 수 없는 유혈 군사충돌을 예언하고 있었다.

​남한의 한국 전쟁관은 ‘진정한 불의의 기습공격’, 북한의 한국 전쟁관은 ‘도발 받은 정의의 반공격전’, 미국의 한국 전쟁관은 ‘정보의 실패’로 요약된다. 여기에 한국전쟁의 핵심 비밀이 있다. 각국의 전쟁관은 모두 1949년에 비롯된 것이다. 북한은 1949년의 세계관에, 남한은 1950년의 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었다. 북한은 1949년의 상황, 즉 남한의 표면적인 공격 태도와 ‘북침’위협, 이에 대비되는 북한의 방어/수세적 입장이 전쟁의 진실인 것처럼 꾸몄다. 북한은 위장된 평화 속에 대규모 공격을 준비해, 1950년 6월 전쟁을 시작했음을 대내외적으로 위장, 선전하는 데 성공했고, 급기야 이를 진실인 것처럼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한국에서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가한 ‘진정한 불의의 기습공격’만이 기억되었고, 1949년 남한 측의 공세와 공격적 편성, 방어 부재는 기억되지 않았다. 즉 한국군이 ‘공격 의지를 가진 방어형 군대’였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군의 초기 붕괴는 ​북한의 병력, 화력의 우세 때문이었지만, 그 효과를 배가시킨 것은 ‘진정한 불의’의 공격을 가능하게 한, 한국군의 방어 부재 및 공격형 의도 및 편성이었다.

미국 역시 잘못된 가정하에 정보를 오도, 오판했고, 이로 말미암아 ‘정보의 실패’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한국전쟁 ‘형성’사에서 이 책은 그 출발점을 1949년 초로 상정한다. 남한이 강원도 양양, 기사문리의 38선상에서 38선 이북을 공격, 포격하고, 해주에 공작단을 파견하여 노골적이고 호전적인 대북 공격을 시작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긴장과 갈등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북한과 소련 군사고문들은 남한의 침공을 두려워했고, 급속한 무장 강화와 대비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1949년 초에 출발한 남북 관계는 이전 시기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랐다.

북한군의 화력, 병력, 준비 상태가 한국군에게 결정적 타격을 줄 만큼 강력했는지도 의문이다. 미군의 공습과 한미 양군의 반격이 격화되면서, 7월 말 현재 북한군의 소니실은 5만 8,000명에 달했고, 8월 5일경 북한군 총 병력 수는 6만 9,100명에 불과했다. 북한군의 장비도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개전 후 1개월 만에 병력과 화력이 개전 시점의 2분의 1 ~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덕분에 강제적으로 의용군을 끌어들여야 했고 이들은 훈련이 안된 오합지졸이었다.

북한군의 보급 수준 또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 포탄이 떨어져 자주포와 포 운영을 못하고 기름이 없어 진격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등, 북한의 군사력은 그렇게 많이 우세하지는 않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사관이 요즘 세간에 문제가 되고 있다.

위안부를 부정하는 일본, 미국 이외에 경찰관 노릇을 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탐탁지 않은 미국, 지나간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러시아, 동북아의 중원을 지배했다가 일본에 짓밟혀서 무릎이 까졌다가 지금 다시 일어난 중국, 그 화려한 국제 정세에서 중간에 박혀서 조부와 손자까지 3대째 해 먹는 북한, 다양한 정세 속에서 탄력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 우리….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시각 없이 각자 자기 나라의 잇권을 위해서 혈안이 되어 다시 패권주의가 부활할지도 모를 것 같은 국제정세의 흐름… 전쟁이 칼로 하다 총으로 하다 핵으로 하던 시절이 이제는 달러와 위안화, 루불화와 유로화의 한판 대결이 벌어질듯한 지금…

세계적 불황을 타개할 포인트를 전쟁으로 삼을까 우려될 뿐이다….

전쟁을 잘 피해나가고 역으로 독일에 대해 사기(?)와 협박까지 했던 스위스의 지혜를 본받아 따라가도 못할망정…

한국전쟁의 발생기원과 결과에 대해서 열어보는 나도 참 한가한 사람인가…

​고민이 된다…

그저 한 표 밖에 행사할 힘이 없는 나로서는 사림으로 책이나 보며 세상을 한탄하는데 그쳐야 하는가

출사표를 던지고 나가서 고쳐야 하는가…

옛 성인들이 낙향하여 원리를 추구했던 이유가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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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정병준/돌베개] 한국전쟁 이전의 38선의 형성과 충돌이 어떻게 한국전쟁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 새로운 많은 역사적 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한 논문 같은 내용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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