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들 – 박무영외/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2004년 7월 5일 | 면수 352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1,000원

제목 그대로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조선의 여성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박무영, 김경미, 조혜란이라는 세 명의 ‘여성’작가가 그들 앞의 여성 선배를 찾아보았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현모양처로, 예술적 자질보다는 누구의 엄마로 기억되던 사람들의 옛 모습들을 다시 들추어내어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바라본다.

"그 오래되고 빛바랜 몇몇 글자들의 모음 속에서 저자들과 같은 여성들이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견디고 살아가고 장악했던 다양한 방식을 드러내고 싶다."​라고 말하듯 옛 여인들의 삶 속에서 숨소리를 듣고자 고서적에 청진기를 들여대고 심장의 박동소리에서 일상의 뭔가를 찾으려 했다고나 할까….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양성평등의 세상…

예나 지금이나 여성과 남성 양성은 둘 다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단, 진실할 경우에 한해서…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선학들의 남긴 글을 표면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범할 수 있었던 오류들을 바로잡고자 노력한 흔적들은 높이 살 부분인듯하다.

책에 나온 몇몇 새로운 관점과 사실들을 좀 따오자면~

신사임당에 대해 언급하는 글들은 많지만 정작 신사임당의 정리된 형태의 문집이나 화첩이 없다. 단지 율곡의 어머니였다는 사실과 관련지어 현모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오늘날에는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 현모양처로 거론된다는 사실이다.(거기다 5만 원권에 그려지기도 했다….ㅠ.ㅠ)

이이의 행장에 의하면 눈물이 많은 여성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주변에 섬세하게 반응햇던 그녀였기에, 그 시선에는 마당의 풀벌레, 가지, 오이, 나비, 개구리 등 일상적이면서도 작은 사물들이 그 모습 그대로, 고운 자태로 포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임당, 그녀의 호인 ‘사임당’은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 태임을 본받겠다는 뜻. 막상 실상을 보면 사임당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았으며, 남편에게 특별히 어진 것도 아니었다. 또 시댁이 아니라 친정과의 유대가 강하였다. 그러면서 그림, 글씨, 문학 등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보해 나갔던 여성이다. 신사임당을 어머니의 기호로 만들려는 담론이 시도되었던 것은 송시열 무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교적 가부장제와 군사 문화가 묘한 방식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사임당 그녀 혼자만으로도 입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굳이 아들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정서적 감응력이 풍부한, 뛰어난 지적 능력을 지닌, 현실 구도 안에서 자신의 욕망을 전략적으로 추구할 줄 알았던, 예민하면서도 다정다감했던, 그림에 있어 천재를 발휘했던 그녀를 그녀로 존재하게 하라./신사임당

조선 전기에는 여성들이 시집을 간 뒤에도 친정에 살았던 예가 많았거니와 친정의 일을 하는 데도 적극적이고 당당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출가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송덕봉

천재적 재능과 중국에까지 알려진 시명에 대한 질투와 무엇보다 ‘삼종’ 운운하지 않는, 길들여지지 않는 그녀의 기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반감을 낳았을 것이다. 사대부 비평가들에 의해 그녀는 사이비 표절 작가로 평가절하되거나 ‘음탕한 계집’으로 단죄되었다. 『가위』 시는 그녀에게 ‘음탕한 계집’의 이름을 덧씌워 단죄하려는 마녀재판의 문학적 형식이었는지 모른다. 허난설헌의 시에 드러나는 에로티시즘은 결코 외설적이지 않다.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향기가 난다.​/허난설헌

강은 갈매기 꿈을 품어 넓고, / 하늘은 기러기 슬픔이 들어와 멀다.

​구름 흩어진 가장자리, 햇빛이 새 나오고 / 하늘 가득 은빛 댓가지, 강을 가로지르다.

꿈에 다니는 길도 자취가 난다면 문 앞의 바윗길은 벌써 모래가 되었을 겁니다.

서녀로 태어나 첩으로 살아야 했고 전쟁 통에 비명에 죽었으며, 시원고가 수습될 기회조차 없었던 이 여성 시인을 찾아가는 여행은 그래서 그저 더듬거리는 눈먼 여행이다./이옥봉

​안동 장씨가 진정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일상을 정연하게 챙기는 일과 관련된 것들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녀의 학문은 삶의 태도를 마련해주는 근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녀가 공들여 남기고 싶어 했던 것은 학문적인 견해나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라 음식 하는 법을 정리한 책이었다. 『음식디미방』이라고도 하고 다른 이름으로는 『규곤시의방』이라고도 불리는 요리책이야말로 일흔 무렵의 그녀가 애써 정리한 책이다. 장씨부인은 다 쓰고 나서 책의 앞표지 안쪽에 자신의 당부를 일러두고 있다.

"이 책이 이리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 잘 알아 이대로 시행하여라, 딸자식들은 이 책을 베껴가되 가져갈 생각을 말며, 부디 상치 말게 간수하여 쉬이 떨어버리지 말라."​/안동장씨

카리 우트리오의 이브의 역사는 18세기 유럽 사교계에서 ‘블루스타킹’이라 불렸던 ‘이상한’여성들의 존재를 언급하고 있다. 그들은 외모를 꾸미는 데 거의 하루 종일을 투자하던 당시의 사교계 여성들과는 달리, 예술과 과학, 철학 같은 창의적인 지적 영역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블루스타킹’은 못생기고 옷을 잘 차려입지 못하며, 단정치 못하고 때로 안경을 썼다. 그러므로 ‘블루스타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 일련의 여성들은 당시 경멸적인 조소의 대상이었으며, 이 이름은 예술과 철학에 매력을 느끼던 여성들의 용기를 단숨에 빼앗아간 치명적인 이름이었다고 철학사는 전하고 있다./임윤지당

‘멘토’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할 때, 자신의 집안일과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가장 믿을 만한 친구에게 부탁해놓고 길을 떠났다. 그 친구의 이름이 멘토르이다. 멘토르는 십여 년 동안 왕자의 친구이자 상담자였으며 때로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멘토르는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정신적 지주, 현명한 지도자, 인생의 안내자 멘토, 윤광연에게 있어 정일당은 바로 멘토였던 것이다./강정일당

남사당패는 보통 사오십 명의 독신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두머리 꼭두쇠를 정점으로 그를 보좌하는 곰뱅이쇠, 각 분야의 선임인 뜬쇠, 기능자인 가열을 두고 가열 밑에 초입자인 삐리를 두었다. 남사당패는 꼭두쇠를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으며, 조직의 규율이 엄격했다. 여사당패의 우두머리조차 남자 거사가 하던 시절 여자 꼭두쇠는 어림도 없던 시절, 첫 여자 꼭두쇠가 된다. 대원군은 판소리를 애호해서 바우덕이 재주를 보고 옥관자를 하사했다. 물론 옥관자는 관직의 증표였지만 관직에 오른 것은 아니라 전문 연예인으로 인정받는 자리가 됨/바우덕이​

겉으로 보이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증상이 각종 SNS, 포털 등을 통해서 번지고 있다.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서 내용을 캐려는 현상은 그저 140자의 트위터나 몇 줄 안되는 페이스북의 선동적인 말투에 현혹되어 현상으로 해석하고…

​덕분에 정치권에서도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선동성 발언과 나중에 선거에 승리하고 나서는 찌라시라고만 말하면 집권하면 모든 게 무죄가 되는 얕디얕은 세상, 살얼음판 같은 얇음으로 열길 물속을 숨길 수 있는 이해가 잘 안 가는 세상은 아마도 무관심에서 비롯되리라….

정치고, 경제고, 사회고, 문화건 간에… 이를 총망라한 세상까지… ​

시간이 흐르면 타임라인에서 없어지듯 불같이 끓어오르다가 몇 줄의 타임라인의 증가로 인해서 공소시효마저 소멸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는 세상…

누군가 진리를 캐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만 사람이 살 수 있는 참세상이 열릴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세상의 시각(사대부 중심의 세계관) 덕분에 묻히고 남편과 아들에 의해서만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하는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그녀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다.

그 옛 시절의 그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찬찬히, 요리조리 열어보고 분석하여 또 다른 시각을 우리에게 알려주어 다양한 색상으로 멋진 그들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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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 박무영외/돌베개] 세 명의 작가가 비범했었지만 유교적 가부장적 제도하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14명의 조선 여성들의 문학적, 예술적, 자기주도적 삶을 다시 찾아서 재 조명, 다른 시각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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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004년 초판이 나왔다가 10년 만에 내 손에 왔다. 세월의 흔적 때문인가… 약간의 상처로 50% 할인가에 인연이 된…

2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