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 정병헌, 이지영지음/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1998년 11월 20일 | 면수 356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9,500원

이 책은 1998년 초판 1쇄가 나오고 내 손에 2014년 들렸으니…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인연이 되었다.

그것도 파주 출판 단지 간 김에 돌베개 출판사 들렀더니 9,500원짜리 도서를 3,000원에 특가 세일하는 칸에 꽂혀있던 책 되겠다.

지금이야 각 지자체들이 각 지역의 명승지와 역사와 역사 속 인물들을 엮어서 스토리로 만들어 관광 상품화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형성되고 있지 않던 시점…

이 책이 나오던 1998년, 밀레니엄 버그가 어쩌니 저쩌니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두 명의 저자는 문학과 현장을 엮어 책으로 냈다…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책. 예나 지금이나… 지구는 둥글다고 외친 사람은 당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다가 훗날 인정을 받는 것과 같이 선구자는 대우를 받기 힘들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

오호… 이건 내가 훗날 책으로 엮어낼 예정인데… 먼저 앞서간 사람이 있구먼.. 싶어 못내 아쉽(?)기도 한 그런 책.

아무튼 약 15년 정도를 앞서간 것은 분명하다.

​책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모든 방향이 나온다.

문학에서 현장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이 책은 현장과 문학을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되돌려 주는 책이다.

2014년 지금 버전으로 업데이트 쳐서 지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역사속 문학 그리고 그 작가의 삶까지 엮어내는 정성을 들이면 여름휴가를 앞두고 대박 날듯한 책.

미어터지는 해운대, 경포대 백사장에서 휴가 아닌 지옥만 맛보고 올 것인가, 윤선도가 귀양길에 찾아낸 보길도의 부용당을, 김시습이 전국을 방랑하던 도중에 잠시 머물렀던 남원의 만복사에서 그의 흔적을 느낄 것인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책 내용으로 좀 더 들어가 보면… ​

윤선도가 51세에 찾아낸 보길도, 김시습이 전국 방랑길에 들렀던 남원의 만복사, 유재지 강진에서 18년을 머무름이 없었다면 다산은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 깊고 넓으면서도 많은 좋은 글들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이 책과 함께 고전 문학의 공간을 찾아가면서, 고전 작가들의 오르막과 내리막, 그들의 삶의 고통과 애환은 물론 문학적 노고와 흔적을 엿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작가는 고대한다.

​고전문학의 현장을 확인하는 일은, ‘고전문학’이라는 단어를 낯선 고유명사가 아닌 일상의 일반명사로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가까우면 친해진다’라는 말처럼 우리 고전과 가깝고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의 단초가 될 것이다.

​고전 작품과 현장 그리고 그 작가에 친하고자 하여도 단순하게 그들의 삶과 문학의 공간을 방문함으로써 쉬 알 수 있을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작가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일생, 창작 태도, 당시의 평가, 당대의 평가 등을 균형 있게 받아들여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책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한문학과 국문 문학의 대가들, 승려와 유학자 중에 고전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을 시대적으로 안배하여 13인을 선정하여 각각의 성격에 따라 3부로 분류해서 묶었다.

이규보, 김시습, 허균, 허난설헌,정약용/균여, 일연, 이황, 이이/송순,정철, 윤선도, 신재효 이렇게 13인의 대문호들이다.

연암과 같은 대문호가 빠진 것은 연암의 삶과 문학적 공간이 현재 많이 남아 있어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가, 없는가의 고려 사항에서 현재 직접 찾아갈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애석하게 빠진 것이다. ​

뜻을 기리기 위해 사원을 짓고, 글을 묶어 책으로 내고(중국에까지 수출하기도 하고~^^*), 글과 그림을 표구로 남기기도 하고, 출생지와 학습지와 유배지 등을 보존한 후손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그 지역이 지금 빛을 보는 듯하여, 지금의 잘 나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후대에 두고두고 칭송을 들을 것인가, 원망을 들을 것인가를 잘 생각하여야 하는데…

여의도와 성북동에 사는 사람들은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치는 듯해서 그저 안타까울 뿐….​

다시 책으로~

이규보/강화도

무신정권기 신흥 사대부의 대표적 인물로서 대내외 정치적 문서를 처리하고 다양한 문학양식을 실험하고 시학을 수립함. 사마시에 네 번째 장원급제, 불멸의 대작 동명왕편. 최충헌이 당대 일류 시인을 초청하여 시를 지을 때 이인로, 함순, 이담지 등과 같이 ​참석함 전주 목사 부임길에 ‘남행월일기’라는 수필, 고창 선운사에 들렀으며, 변산의 소래사(지금의 내소사)에 가서는 수십 길 절벽 위에 있는 원효방에도 오름, 35세에 모친상을 당했으나 상중에 종군, 65세에 몽고의 침략으로 강화도로 넘어가 말년에 이어 그곳에서 사망, 당대의 문인들은 글을 쓸 때 일정한 격식을 따르되 고사를 인용하여 활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고 중국의 글을 암송하여 그 속에서 글귀를 시에 차용하려는 풍조가 만연함을 비판하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시세계의 수립이 중요하다고 주장

김시습/경주

금오신화로 한국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능히 글을 깨우치자 이웃집에 사는 집현전 학사 최치운은 그의 이름을 ‘시습詩習’이라 하였다. 3세에 외할아버지로 부터 시를 짓는 법을 배움, 5세 되던 해 중용과 대학을 배움, 이 소문이 세종에게까지 들어가 승정원 지신사를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함, "동자의 글재주는 백학이 하늘 끝에서 춤추는도다"라는 글귀에 "성군의 덕은 황룡이 푸른 바다에서 번득이는 듯하다"​라고 응수하여 비단 50필을 내어줌. 13세에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뒤 21세에 수양대군이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에 오르는 단종양위 사건을 계기로 입신출세의 길을 단념함. 세조가 여러 번 사람을 보내 불렀으나 병을 핑계로 거절 경주로 내려감. 그가 머물렀던 금오산의 금오산실은 용장 사인 듯, 약 7년간 머무르며 가장 정력적인 활동기를 보내고 금오신화가 이 시기에 쓰인 듯. 이후 약 10여 년간 자신의 뜻과 세상이 맞지 않아 광인 행세를 함. 47세에 갑자기 머리를 기르고 고기를 먹으며 환속, 폐비윤씨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자 다시 방황을 시작, 설악산, 춘천, 강릉, 한계, 청평으로 떠돌아다니며 유유자적, 덕분에 여러 문헌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음, 금오신화는 유불선에 대한 입장과 생각이 나타나서 조선 초기의 문학과 사상적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 유교와 불교의 두 요소가 서로 뒤섞여 있음을 지적한 말. 유교적인 사유체계를 기초로 삼아 거기에 불교사상을 적용하여 이해하려는 태도는 조선 초기 유교와 불교가 교체되는 과도기에 살았던 신흥 지식인으로서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당연한 길. 불문에 의지한 것을 두고 가정과 벼슬, 돌아갈 고향을 갖지 못한 그가 생활의 방편으로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이해하기도 함, 불문에 의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불교에 빠지게 되고 이에 따라 유가적 합리주의로 불교를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자기 합리화 논리를 찾았다는 것. 그러나 그 결과 그에게서 사상의 괴리를 엿볼 수 있으니, 모순된 현실의 삶을 스스로 극복하지 못한 김시습의 인간적인 약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체로 유교사상이 드러나는 글을 많이 썼으며 모든 것을 시로 나타낸 대표적 시인, 시를 쓰는 행위 자체를 중요시함. 시의 내용은 역사, 시간 등의 소재를 활용해서 방황, 굴절, 원망의 심정을 담음, 그의 시에는 사랑이나 고향을 노래하는 시는 거의 없다. 31세에서 37세까지 경주의 금오산에 머물면서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금오신화는 현실에 대한 불신이 이상의 추구로 바뀌는 시점에 창작되었다는 것. 이 시기가 곧 금오산에 머물렀던 기간. 이 작품을 바로 발표하지 않고 석실에 감추고 후세에 반드시 나를 아는 자가 있으리라 했다. 이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금오신화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약탈하여 일본에서 두차례나 판각됨.

​책속의 스토리를 핵심만 엮어도 책이 될듯하여… 문학가와 핵심 키워드만 대충 추출해보자면…

​허균

홍길동전/서울/강릉/유성룡/파란만장한 벼슬살이/무뢰배와 어울려 파직/불교 심취로 파직/누이 허난설헌의 시를 중국에서 출판/염불과 참선으로 탄핵/친인척 과거에 부정 합격으로 파직 유배/이이첨에게 아부하며 접근 칠서지옥에서 빠져나옴/중국 왕래/광해군 형조판서/이이첨은 허균이 광해군의 총애를 받자 제거 음모 저잣거리에서 책형(능지처람)당함/긍정 부정평가 병존/중국 사신이 올 때마다 서장관으로 활약/잦은 파직은 돌출적이고 경박한 행동에 기인/재주는 있으나 덕이 부족했던 문제적 인물/홍길동전 이외에 다섯 편의 전이 있음 – 남궁서생전,장산인전,장생전,손곡산인전,엄처사전/당대 금기시되었던 천민이나 소외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

허난설헌

조선조 국문학사상 여류 한시의 최고봉/자매인 허봉은 18세 떄 생원시 장원급재한 인재임, 그가 직접 가르치다 난설헌이 11세 때 허봉이 문과에 급제하자 자기의 글 친구 손곡 이달에게 시를 배울 수 있도록 연결해줌/​덕분에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름/중국의 당시를 익힘으로써 당시풍의 시를 짓게 됨/김성립과 결혼 규방에서 쌓이는 그리움과 한/27세에 작고/뛰어난 시대적인 문제의식이 드러나 있지만, 감정의 노출이 극심하여 시구마다 원한과 눈물이 반복된다는 점을 들어 일부 평자들은 그녀의 시를 부정적으로 봄

줄이고 줄여 키워드로 묶어도 길어진다…. 더 끌고 가면 책 될듯하여… 나머지는 책들 사서들 보시길~

여름휴가도 좋고, 연휴에 어디를 가고자 한다면… 몇 가지 스토리를 짜고 스토리를 따라 책 한 권 달랑 들고 버스에 올라보라… 새로운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의미 없이 뱅기 4 ~ 6시간씩 힘들게 타고 가서 면세점 쇼핑백만 들고 들어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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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 정병헌, 이지영지음/돌베개] 고전문학의 산실을 찾아서 우리의 대표적인 작가 13명의 생애와 작품을 역사적, 지리적 공간 속에서 재조명해서 옛 작가와 작품이 오늘 그곳에 살아 있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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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파주 출판단지를 가까이 하면 가끔 이렇게 좋은 책을 거의 공짜로 업어 오는 경우도 생긴다.

때로는 책 상태 때문이 아니라 출판사 BI, CI 변경, 흑백 본을 컬로 본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서점에서 회수하면서 생긴 재고 등의 사연에 기인한다. 어디를 가건, 무엇을 하건 발품을 열씸히 팔면 무조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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