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석 서유구 산문 연구

김대중 지음

발행일 2018년 3월 20일
ISBN 9788971998465 94810
면수 544쪽
판형 신국판 152x225mm, 양장
가격 30,000원
분류 돌베개 한국학총서
한 줄 소개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풍석 서유구의 산문 세계
주요 내용

조선의 학자 풍석 서유구의 존재방식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1764~1845) 산문의 특징을 문헌 고증을 통해 실증적으로 파헤친 역작이다. 저자는 풍석 서유구 전문 연구자로서, 그간 전형적인 연구 패턴을 보인 서유구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1970년대 우리 학계는 내재적 발전론의 주요 증인으로 ‘농학자 서유구’를 소환하였고,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대규모 장서가이자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경화사족으로 서유구를 정의 내렸으며, 최근에는 사변적인 학문에서 탈피하여 삶의 물질적・실용적 차원에 주목한 이용후생학자로 서유구를 인식하고 있다. 요컨대 서유구 연구사의 흐름은 시대 변화에 따른 학계의 연구 동향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가 각별히 유의한 부분은 충실한 실증적 토대 위에 폭넓은 지적 전망을 열어 가는 것이다. 이 책은 세밀한 문헌 조사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여 거시적인 문학사적 조망으로 확장되는 구도를 취한다. 각 작품의 편년을 고증하는 한편, 작품의 편년과 서유구의 삶을 포괄하여, 삶의 굴곡이 그의 산문에 어떤 형태로 반영되었는지를 들여다본다. 물론 서유구 필생의 업적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빼놓을 수 없는 연구 자료이다.

이 책은 『임원경제지』로 대변되는 서유구의 학문과 사상을 ‘임원경제학’으로 개념화하여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사대부가 벼슬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자기 삶을 돌보는 것이 ‘임원경제학’의 핵심이다. 따라서 ‘임원경제학’을 탐색하다 보면 ‘사대부의 계급성’ 문제와 곳곳에서 부딪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사대부의 존재방식’과 같은 보다 더 근원적인 부분으로 파고들 수 있다. 이것이 저자의 풍석 연구 목적이기도 하다.

 

 

문장가 서유구의 ‘풍석체’楓石體

 

서유구의 학문적・문학적 정체성은 서유구를 정의내리는 세 가지 면모에서 찾을 수 있다.경화사족으로서의 면모, 서적의 수집과 정리에 일가견이 있는 문헌학자 내지 장서가로서의 면모, 지식의 효용성과 현실성을 강조한 실학자로서의 면모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면모는 서로 이어지기도 하고 상충하기도 한다.

서유구가 실용을 중시한 실학자였다는 종전의 관점과 그가 풍요롭고 운치 있는 삶을 추구했다는 또 다른 관점 모두 서로 다른 서유구 상像을 그리고 있지만, 서유구의 일면만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그 전체상을 단순화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서유구는 경화사족 출신이지만, 부여된 계급적 삶에 머물지 않고 반성적 모색을 했다. 따라서 서유구는 경화사족의 자기 갱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되는바, 그의 이런 면모는 획일적인 시각으로는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서유구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고 복합적이라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시각이다.

종래의 연구에서 서유구의 문학과 학문은 통시적으로 접근되지 않았다. 이는 작품들의 편년 작업을 생략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 책은 서유구 산문의 동태적 모습에 주목하여, 작품 편년을 토대로, 서유구의 산문 세계가 생生의 국면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간의 연구에서 서유구의 산문 작품에 대한 논의는 대단히 미흡하며, 문장가로서 논의된 부분이 없었다. 이런 평가는 실용성과 심미성에 대한 경직된 이분법에 기초를 둔 것이다. 더욱이 이유원李裕元(1814~1888)의 진술에 따르면, 서유구의 글은 당대에 ‘풍석체’楓石體로 일컬어질 정도로 문장가로서 이름을 날렸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서유구의 학문적・문학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세 가지 측면에 상응하게, 그 세 가지 방향으로 풍석의 산문 분석을 시도했다.

첫째, ‘교양을 통한 자기 형성’이다. 서유구는 경화사족으로서의 문화적 감각을 갖고 있었으며, 그런 배경 속에서 심미적 감수성과 삶에 대한 관점을 형성해갔다. 선행 연구는 대부분 이 점을 간과했으며, 그로 인해 서유구에 대한 식상한 논의를 반복해왔다. 이 책은 ‘실용적 지향’에 가려진 서유구의 ‘심미적 지향’에 비중을 두었다.

둘째, ‘사실의 추구’이다. 서유구는 학문적으로 문학적으로 공히 ‘사실’을 추구했다. 그의 고증적 학문 경향은 이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서유구의 이런 면모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서유구가 추구한 ‘사실’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서유구가 ‘실용’을 중시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가 추구한 ‘사실’도 엄연히 그 나름의 가치 지향과 주체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서유구를 그저 고증적 학자로 규정해 놓고 나면, 이런 문제에 대한 시각이 차단되거나 협소해지기 쉽다. 이 책은 서유구가 추구한 ‘사실’의 성격이 무엇인지 파고듦으로써 서유구의 중요한 면모를 확인하였다.

셋째, ‘생활 세계에의 밀착적 접근’이다.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서유구가 평생 매진한 것이 바로 농학農學이다. ‘서유구의 농학’에 대한 연구는 이미 상당수 축적되었지만, 농학 연구의 특성상, 그 선행 연구들은 ‘전문 지식으로서의 농학’에 치중했다. 이 책은 그보다는 인간과 삶에 대한 어떤 관점이 서유구의 농학을 추동하는지에 주목함으로써, 서유구 농학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다.

 

 

 ‘자연경’自然經, 자연이 곧 경서다!

 

서유구는 자연이 가장 근원적인 텍스트라고 생각했다. 이런 그의 사고를 압축한 것이 ‘자연경’自然經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서유구의 근원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런 근본적인 사유가 서유구의 산문 세계, 학술사상, 삶의 실천에 어떻게 관철되는지가 이 책의 중요한 논점이다. 서유구의 자연에 대한 감수성, 미의식, 사물 인식, 현실 인식, 학문관 등을 총결집한 것이 바로 이 ‘자연경’ 개념이다.

사물의 참된 모습이라는 차원에서 더 파고 들어가 서유구는 ‘도’道의 차원에서 자연이라는 근원적인 텍스트에 대해 사유한다. 경서는 언어에 의지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그런 것이다. 그 근원으로 소급해 들어가면, 경서는 결국 ‘도’에 의지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도가 있는 곳이면 곧 어디든 경서가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도는 어디에 있는가? 서유구는 도의 편재성을 강조한다. 도는 없는 데가 없다. 아무리 하찮고 더러워 보이는 것에도 도가 있다. 따라서 세상의 삼라만상 일체가 근원적 텍스트, 즉 ‘자연경’이 된다.

‘자연경’ 개념은 자연의 근원적 의미를 망각하게 하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비판 정신, 그리고 아무리 하찮은 것에도 도道가 있다는 관점을 내포한다. 어떤 것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고 도외시하는 편견에는 위계적 가치 판단이 개입된다. 그 위계화는 단순히 관념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생동하는 사물 인식’은 ‘자연경’ 개념을 매개로 하여 현실 인식으로 발현된다.

 

 

자립적 삶의 최종 귀결 ‘임원경제학’林園經濟學

 

서유구 산문의 전체상을 조망하는 포괄적인 시야를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시야를 다름 아닌 『임원경제지』에서 찾았다. 『임원경제지』는 서유구 필생의 업적으로, 사대부의 ‘자립적 삶’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보여준다. 따라서 서유구의 가치 지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임원경제지』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임원경제지』로 대변되는 서유구의 학문과 사상, 그리고 삶의 최종적 귀결과 가치 지향은 ‘임원경제학’林園經濟學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이 책은 ‘임원경제학’에 비추어 서유구 산문의 전체상을 조망하였다. 이제까지의 서유구 연구는 『임원경제지』에 대한 연구와 문학 작품 및 문예론에 대한 연구가 개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 두 영역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며, 그 둘의 상호 관계 속에서 비로소 서유구 산문 세계의 가치 지향이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이 책은 이 지점까지 논의를 발전시켰다.

경화사족의 향락적 도시 생활과 다른 삶의 가능성을 서유구는 ‘임원생활’, 즉 ‘비도시적 삶’에서 찾았다. 임원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 곧 서유구 필생의 업적 『임원경제지』이다. 따라서 그의 가치 지향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이 책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기존의 연구에서 이 책은 방대한 문헌을 항목별로 분류・정리・배열했다는 점에서 유서類書의 성격을 갖는다고 정의했으며, 농학, 생활사, 예술사 등의 자료로 다루어졌다.

그러나 『임원경제지』는 단순한 자료집 이상이다. 우선 편집 행위를 기계적인 작업으로 치부하는 대신 모종의 정신 활동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서적들의 수집・선별・분류・재배치・편집에는 서유구의 관점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다음으로 서유구 본인의 학술 업적과의 연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원경제지』에는 『풍석고협집』, 『금화지비집』, 『금화경독기』, 『행포지』, 『종저보』, 『난호어목지』, 『경솔지』鶊蟀志, 『누판고』 등 서유구 자신의 저작 거의 전부에서 발췌한 다양한 글들이 다른 저자들의 글 사이에 인용되어 있다. 이 점에서 『임원경제지』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타자와의 상호 연관성을 부여하면서 자신의 저술 전체를 재배열・재배치・재조직한 ‘상호 참조망의 체계’이다.

『임원경제지』에서는 물론 실용적 지침과 정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더 나아가 이상적인 삶에 대한 선망과 동경, 꿈과 욕망이 뒤엉켜 있다. 뿐만 아니라 서유구 자신의 생활 체험과 삶의 굴곡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이상의 몇 가지 사실을 고려하면, 『임원경제지』에서 서유구는 저자와 편집자의 이분법으로는 정당하게 포착될 수 없는 미묘하고 독특한 위치에 있으며, 『임원경제지』는 서유구의 가치 지향을 탐구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 다루어도 무방하다고 판단된다.

차례

서문

제1장 연구 시각

제2장 문헌적 기초
1. 문집의 서지적 특징
2. 작품 편년

제3장 서유구 산문의 형성 배경
1. 경화사족京華士族의 심미 취향
2. 서적의 수집·정리에 대한 관심
3. 현실 지향적 학문관

제4장 서유구 산문의 전개상
1. 수학기의 다각적 모색
2. 방폐기放廢期와 『임원경제지』의 구상
3. 복직기의 활동과 노년의 정회

제5장 서유구 산문의 세계
1. 교양을 통한 자기 형성
(1) 예술 취향과 탈속적 인생관 (2) 여가 생활과 내면의 확충
2. ‘사실’의 추구
(1) 실증적 지식으로서의 ‘사실’ (2) 생동하는 ‘사물 그 자체’로서의 ‘사실’
3. 생활 세계에의 밀착적 접근
(1) 농업 문제에 대한 구체적 인식 (2) 주변적 인물에 대한 공감
4. 삶의 굴절에 따른 자기 응시
(1) ‘오비거사’五費居士의 회고 (2) 홀로 남겨진 자의 비탄

제6장 서유구 산문에 나타난 자립적 삶의 모색
1. 빈곤의 체험과 자기반성
2. 가정경제학
(1) 서유구의 ‘임원경제학’ (2) 빚지지 않는 삶 (3) 이익 추구의 윤리적 합리성
3. 자립적 삶의 공간 표상
(1) 사상 과제로서의 ‘거주’ (2) 내밀한 사적 공간 (3) 생업의 공간 (4) 내적 요구에 의한 공공성 구축
4. 『임원경제지』의 절충주의적 성격
5. 『임원경제지』와 여타 산문의 연관

제7장 문학사적 전망
1. 동시대 지식인들과의 비교
2. 실학적 학풍과 문풍의 계승

풍석 서유구 연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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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옮긴이

김대중 지음

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편역서로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성호사설 선집』이 있으며, 논문으로 「조선 전기・중기 자립경제학 초탐初探」, 「‘작은 존재’에 대한 성호 이익의 ‘감성적 인식’」 등이 있다.

편집자 100자평
서유구는 심미적 취향을 가진 경화사족이자, 종합적이고 완전한 지식을 추구한 장서가이자,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을 중시한 실학자다. 서유구의 이 세 가지 면모를 배경으로 해서 창작된 산문 세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이 책은 서유구 산문의 세 가지 형성 배경에 입각하여 그의 작품 세계에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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