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열하일기

김혈조 엮음

원제 熱河日記
발행일 2025년 6월 9일
ISBN 9791194442196 93810
면수 628쪽
판형 변형판 185x277, 하드커버
가격 95,000원
한 줄 소개
1932년 박영철본과 연민 이가원 선생의 친필초고본 및 대표적인 필사본까지 모두 교감(校勘)한 정본 열하일기!
주요 내용

원서로 읽는 우리 고전 『열하일기』

 

한때 ‘해리포터 시리즈’가 극장가를 풍미하자 영화와 함께 조앤 롤링의 책을 원서로 읽는 붐이 일었다. 10년 영어공부를 1년 만에 끝낸다는 둥, 여기저기서 원서로 ‘해리포터’를 읽는 방법을 포스팅하고 덩달아 책 판매도 뛰었다. 그렇다면 우리 고전의 경우는 어떠한가? 원서는 고사하고, 축약하지 않은 완역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금오신화』, 『춘향전』, 『홍길동전』을 완역본으로 읽은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것이 우리 고전의 현주소이고 수준일 것이다. 『정본 열하일기』가 이렇게 출간될 수 있는 것은, 성가(聲價)가 높은, 민족 최고의 고전이라는 명성 덕이다. 『열하일기』 정본 작업은 우리 문화가 한 걸음 더 내딛는 큰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족 최고의 고전, 조선 최고의 베스트셀러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창강 김택영(1850~1927)은 “조선 500년 역사에 퇴계, 율곡의 도학과 충무공의 용병, 연암의 문장, 이 세 가지가 나란히 특기할 만하다”고 말했다. 현대에 들어와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인 박희병 교수는 그의 번역서인 『나의 아버지 박지원』(원제 ‘과정록’過庭錄; 돌베개, 1998) 서문에서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독일에 괴테가, 중국에 소동파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과장이 아니라, 연암 박지원은 손꼽히는 조선의 대문호이며, 여전히 많은 학자의 연구 대상이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청나라 건륭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을 다녀왔다. 공적인 소임이 없어 자제군관 자격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던 연암은 북경 여행과 함께 조선인으로서는 전인미답이라 할 수 있는 열하 지방을 다녀올 수 있었다.

1780년(연암 44세) 5월 25일 한양을 출발했고, 그해 10월 27일 한양으로 돌아왔다. 연암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즉시 『열하일기』 집필에 전념했다. 『열하일기』 초고는 책으로 완성되기도 전에 그 일부가 주변의 지인들에 의해 전사(傳寫)되었고, 급기야 한양에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연암체’(燕巖體)라는 새로운 글쓰기 문체가 생겨날 정도로, 『열하일기』는 당시 독서계와 문인 지식층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열하일기』는 당시 문단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새로운 글쓰기 시도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청나라 연호를 썼다 하여 ‘노호지고’(虜號之稿)라고 비방하였다.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추진하던 국왕 정조(正祖)까지 이 작품을 주목하고 문제시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시대착오적인 반청(反淸) 사상을 풍자하고 조선을 낙후시킨 양반 사대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등 현실 비판적인 내용과 신랄한 표현이 담긴 이 책은 당대는 물론이고 조선조 내내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손자 박규수가 우의정으로 있던 조선 말기에도, 그리고 서적의 출판과 보급이 비교적 활황을 보였던 근대 초기까지도 공간(公刊)되지 못하고 오직 필사로만 유통되었다.

 

 

수많은 이본이 존재하는 『열하일기』

 

연암은 귀국 직후부터 『열하일기』 저술에 착수하여 죽을 때까지 이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완하였다. 미처 완성고를 내기도 전에 초고가 필사되어 날개 돋친 듯 사방으로 퍼졌다.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紙價)를 올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연암의 사후에는 아들 박종채와 손자 박규수 등의 손길이 이어졌으며, 1932년 박영철본 『연암집』으로 정비되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필사본이 전승되었다. 현재 전하는 필사본의 종수만 해도 60여 종이다.

학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열하일기』 이본은 대략 초고본 계열, 『열하일기』 계열, 『연암집』 외집 계열, 『연암집』 별집 계열 등으로 나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열하일기』 초고본 계열의 이본들이다.

『열하일기』 초고본은 연암이 쓴 『열하일기』의 처음 원고에 가장 가까운 자료로서 여타 이본들에서 삭제되거나 개작되기 전 『열하일기』의 최초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라 하겠다. 특히 개작된 이본들과 초고본이 서로 다를 때는 초고본이 하나의 표준이 된다. 『열하일기』 초고본들을 통해 그동안 필사본 형태로 존재했던 수많은 이본이 본래의 모습에서 어떻게 수정되고 변경되었는지, 『열하일기』의 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국내와 해외에 소장된 우리 고문헌 자료들이 조사되며 미국의 버클리대본이나 일본의 동양문고본 등 『열하일기』의 중요한 이본들이 학계에 보고되고, 2012년에 단국대 도서관 연민문고에 소장된 『열하일기』 초기 필사본이 학계에 대거 공개되면서, 『열하일기』 정본화 작업이 더욱 절실해졌다.

왼쪽 사진은 연민 이가원 선생이 단국대에 기증한 『연행음청 곤』(燕行陰晴坤)이다. 이 책은 책 제목이 ‘열하일기’가 아니라 ‘연행음청’(燕行陰晴)인데, 『열하일기』의 처음 제목이 ‘연행음청’이었다. 책의 종이는 연암이 쓴 사고지(私稿紙)로, 귀퉁이에 연암산방(燕岩山房)이라는 글씨가 찍혀 있다. 연암이 남긴 편지와 서화의 글씨체를 대조해본 결과, 이 책은 연암의 친필본으로 판명되었다. 연민 이가원 선생이 연암의 현손인 박영범 씨로부터 입수하여 소장해온 자료라고 한다.

 

 

드디어 만나는 ‘정본’ 『열하일기』

 

『정본 열하일기』는 박영철 간행의 『연암집』 속에 별집의 형태로 수록된 『열하일기』를 그 저본으로 하여, 국내외의 수많은 『열하일기』 이본과 대조 교감해서 하나의 교합본으로 완성한 것이다.

『열하일기』의 원래의 모습을 가능한 복원하고, 원본의 오류까지 찾아내어 바로잡았으니, 명실상부 『열하일기』 정본(定本)으로서 존재 의의를 갖는다 하겠다.

초고본 계열과 후대 필사본이 그 표현과 내용에서 다른 부분이 발견될 경우에는 가능한 초고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순서도 재구성하였고, 후대의 필사본이 원전의 오류를 수정한 경우에는 이를 따르기도 하였다. 한편 초고본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관련 자료를 찾아서 바로잡았다. 『열하일기』 자체가 완벽한 책이 아니므로 교감의 과정에서 많은 오류가 발견되었다. 서명, 인명, 지명 등의 고유명사는 물론 중국 문헌에서 인용한 글들은 모두 관련 원전을 찾고 대조하여 이를 수정하였다.

박영철본에 없던 것으로 정본에 수록한 보유편의 『열하피서록』(熱河避暑錄), 『양매시화』(楊梅詩話), 『천애결린집』(天涯結隣集) 그리고 부록의 『연행음청 곤』(燕行陰晴坤)은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연행음청 곤』은 『열하일기』의 성책(成冊) 과정을 보여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엮었다.

우선, 박영철본 『열하일기』를 저본으로 하되, 이와 달라진 부분은 색을 넣은 글자로 구분하였다. 저본의 내용을 수정, 보충, 삭제한 경우에는 붉은 글자로 표시하였다. 그리고 저본의 속자, 약자, 고자 등 이체자는 해서체의 정자로 수정하고 푸른색으로 표시하였다. 통가자(通假字)는 바른 글자로 바꾸고 푸른색으로 표시하였다.

교감에 사용한 필사본은 친필초고본을 포함해 대표 이본을 모두 대조했는데, 그 종류가 30종이다. 교감에 사용한 필사본의 종류는 이 책의 일러두기에 모두 밝혀 놓았다.

 

 

정본에 맞춰 재정비한 개정2판 『열하일기』

 

돌베개가 2009년에 출간한 완역본 『열하일기』(김혈조 옮김, 돌베개, 2009)는 ‘박영철본’을 저본으로 번역한 책이고, 8년 뒤에 출간한 개정신판 『열하일기』(김혈조 옮김, 돌베개, 2017)는 연민 이가원 선생이 기증한 친필초고본 『열하일기』 및 대표 이본 몇 가지를 교감하여 번역하고 수정한 책이다. 이번에 『정본 열하일기』를 출간하며, 정본의 체제에 맞추어 새롭게 번역하여 개정2판 『열하일기』를 함께 선보인다.

후인이 각색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열하일기』를 재현하였다. 개정신판과 비교해 많은 부분이 수정되고 추가되었다. 새롭게 수록된 도판도 많다.

정본과 조금 순서가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는 정본이 원서 체제를 최대한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번역본의 경우, 내용의 흐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정본과 비교해 순서가 달라진 부분은 일러두기에 따로 표시하였다. ‘정본’을 보는 독자라면 ‘개정2판’과 함께 보실 것을 권해 드린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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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일러두기

熱河日記序
渡江錄
盛京雜識
馹汛隨筆
關內程史
漠北行程錄
太學留館錄
還燕道中錄
傾蓋錄
黃敎問答
班禪始末
扎什倫布
行在雜錄
審勢編
忘羊錄
鵠汀筆談
山莊雜記
幻戲記
避暑錄
口外異聞
玉匣夜話
黃圖紀略
謁聖退述
盎葉記
銅蘭涉筆
金蓼小抄
補遺篇 I. 熱河避暑錄
補遺篇 II. 楊梅詩話
補遺篇 III. 天涯結隣集
附錄. 燕行陰晴 坤

지은이·옮긴이

김혈조 엮음

1954년 경북 선산에서 출생하였다. 성균관대 한문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한문학과에서 『연암 박지원의 사유양식과 산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이래로 영남대 한문교육과에 재직하며 한국한문학의 산문 문학에 관심을 두고, 특히 연암의 산문 문학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관련 논문을 다수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열하일기』의 각종 이본을 대조하며 원문 정본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연암 관련 저서로 『박지원의 산문문학』과 역서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를 출판하였다.

편집자 100자평
원서로 우리 고전을 읽어보려는 독자들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정본>의 출간에 힘입어 역사, 철학, 평전 등 다양한 연구물이 화수분처럼 솟아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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