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서촌 파 교수댁 어락당 탄생기
미국인이면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인 로버트 파우저(Robert J Fouser) 교수가 종로구 체부동의 낡고 오래된 한옥 한 채를 구입하여 전면적인 개보수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개보수하는 한옥을 가운데에 두고 독특한 두 사람이 만나서 일을 벌이는 상황 자체가 이채롭다.
건축주는 서울에 사는 이 미국인 교수
이 양반 미국인이니 미국에서 살다가 왔겠지만 한국에 바로 온 게 아니라 일본을 거쳐서 온다. 어느 정도는 동양의 삶에 대해서 익숙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상황이고 또 대부분 전통 한옥에 사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데도 이방인인 파 교수는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서 과감하게 한옥 한 채를 구입해서 개보수를 시도하는 집주인.
반면 파 교수가 선택한 대수선의 책임 시공자는 황인범 도편수
황인범 목수는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도 전공과는 동떨어진 우리 전통 건축 현장에서 나무를 만지는 것을 업으로 삼다가 우연히 2010년부터 서촌의 도시형 한옥 대수선 현장 도편수를 맡은 이후 여러 채의 한옥을 수리하는 문화재수리기능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
황목수는 이 바닥 전문 용어로 ‘학교 출신 목수’
이 둘은 서로 어락당(語樂堂)을 만들어가면서(건축하면서가 아닌) 집도 수리하고 집을 중심으로 연결되어있는 다양한 인간관계 또한 거미줄같이 넓고 튼튼하게 엮어 간다.
한옥 짓는 것은 집만 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의 새로운 형성을 그 자양분으로, 어락당이라는 작고 멋진 한옥 한 채를 결과물로 토해낸다.
비옥한 토지에 지렁이가 땅 밑에서 수십, 수백 년간 먹고 토해내고 먹고 토해내서 지속적으로 땅을 리사이클링 해서 서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듯~ 황목수와 파교수는 집 한 채를 중심으로 다양한 네트워크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탄탄한 네트워크가 서촌과 북촌 그리고 우리 한옥들을 지켜 나가리라…
한가지에 집중해서 오래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 혹은 그와 비슷한 분야의 정통한 사람들과 서로 통하게 되고 또 그 정통한 사람은 진심을 가지고 한가지 기술적, 학문적 방향에 대해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파고드는 사람이 예뻐 보이기에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이 걸어가게 되고 또 동지애가 쉽게 싹트듯이…
황인범 도편수는 그렇게 이 한옥 개보수, 신축과 관련된 분야에서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과 어깨동무하고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한다고 해서 신청을 해놓고선 당일까지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미처 책을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서촌 게스트하우스 선인재에서 열리는 저자와의 만남에 참석하게 되었다.
저자에게는 가끔 생뚱맞은 질문을 던져서 조금 미안한 감도 없지 않으나 무지의 상태에서 질문하고 책을 뒤에 보면서 이해를 다시 한 번 더 하게 되면 책의 이해도가 한층 높아지는 잇점도 없지 않아 많다.
책을 보지 않았다고 저자와의 만남을 꺼릴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그럼 나와 한옥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할까나?
내 고향의 종가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물론 내 건물이 아닌 종가의 종택.
어린 시절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설과 추석의 차례와 겨울의 입구에서 매년 이루어지는 묘사(시사라고도 함) 때면 시린 발과 손을 호호 불면서 빨리 제사와 차례가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 실제 삶이 진행형인 진성 전통한옥이다.
맨 우측의 사랑채와 아래에 있는 둘째 조부댁 사랑채에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어른께서 생활하셨고, 지금도 안채에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계신 그런 살아 있는(?), 생활이 진행형인 전통한옥이다.
지금도 매년(지난 11월) 이곳에서 종중의 친척들이 모여서 매년 가을에 묘사(시제)를 모신다.
언젠가는 나도 고향에 전통 한옥을 지어서 낙향해서 보고 싶었던, 밀렸던 책들과 읽은 지 좀 지난 재미있었던 책들을 꺼내서 대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점심 먹고 꾸벅꾸벅 졸면서 보다가 졸다가, 졸다가 보다가 하는 것이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이 지난 이후 연장전에 들어갈 때 이루고 싶은 작은 꿈이라고 하면 꿈…
전반전을 지나 후반전에 진입한 내 인생과 멘탈과 피지컬 등등을 좀 더 가꾸고 다듬어 튼튼하게 만들어야 할 듯….^^*
아무튼
지금도 별 일정이 없는 주말이나 여름휴가는 밀렸던 책 몇 권을 들고 4-5일씩 고향집을 찾곤 한다.
나도 멋진 한옥을 지금의 생활에 접목하여 우리 집안 종택처럼 솟을 대문과(관직을 못 해서 올릴 자격이 없나…. ㅠ.ㅠ) 사랑채 그리고 안채로 3분 해서 집을 짓고 싶은 마음에 예전부터 꾸준히 책을 보면서 기본기를 닦고 있다.
실력이야 일천하더라도 기초지식을 꾸준히 쌓아둬야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기에~
덕분에 이전에 한옥을 짓는 방법을 찾으려고 본 책들이..
먼저 복잡하고도 생소한 단어들과 한국건축의 다양한 목구조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사전 같은 책이 필요해서 구입해서 한옥관련 답사를 갈 때마다 들고나가는 두 권의 책이
『알기 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 – 김왕직/동녘』과 『한국건축답사수첩 – 한국건축역사학회/동녘』이고
이 두 권의 책은 실제로 현장에서는 요긴하게 쓰인다.
또한 한옥이라는 아키텍처를 어떻게 고안되어 설계되고 시공되어 삶에 제공되는지에 대해서도 아래의 책을 보고 공부했다.
『한옥 짓는 법』 – 김종남지음/돌베개
『한옥 살림집을 짓다』 – 김도경지음/현암사
『나는 한옥에서 풍경 놀이를 즐긴다 』- 임석재글.사진/한길사
『한옥에 살어리랏다』 – 새로운 한옥을 위한 건축인 모임 지음/돌베개 정도….
『한옥 짓는 법』은 설계와 치목부터 한옥에 숨어있는 과학과 기술적인 부분을 꼼꼼히 다루는 기술자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한옥 살림집을 짓다』는 서울에 있는 한옥을 우리 삶에 맞게 개조한 한옥 들의 모양새를 알아본다.
『나는 한옥에서 풍경 놀이를 즐긴다 』는 한옥을 한 폭의 그림이라고 보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한옥에 살어리랏다』는 도편수의 입장에서 진행과정을 담은 것과는 달리 집주인의 입장에서 집을 짓는 과정을 담았다.
대부분 집주인의 입장, 설계자의 입장, 디자이너의 입장, 지어진 건물들을 돌아보며 이런 점의 장점과 저런 점의 단점 등등을 자세하게 알아 보는 다들 훌륭한 책들이라 생각한다.
관심을 가지고 읽은 몇 권의 책 덕분에 깊이는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기초를 쌓고 있는데…
"이제 나도 작은 한옥 한 채를 소유하자면… 아주 사소한 한 가지만 구비하면 될듯하다…"라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한다.
뭐냐….
평당 1천만 원 내외의 건축비…. 1차적으로 사랑채 15평 1.5억, 2차 안채 15평 1.5억, 3차 솟을대문 포함한 행랑채 10평 1억 정도… 도합 4억 정도의 아주 작은 비용을 구하기만 하면 된다…
음… 가장 사소한 부분만 완비하면 되겠네… 흠흠…..^^;;
지금 가지고 있는 대출로 우리 집 거실과 신발장은 **은행이, 안방은 회사가 소유자인 이 집의 대출을 먼저 갚는 것이 순서인듯해서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일단 부지런히 대출을 갚으면서 로또를 통해서 건축비를 마련할까…라는 생각으로 기회를 엿보며 때를 기다리고 있기는 하다~ ^^*
책으로 다시 돌아갈까나…
책은 전문 목수이지만 독문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답게 전문 분야에 대한 기술적인 혹은 과학적인 내용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옆 사람에게 말하듯 편안하게 책을 구어체로 써 내려가는 덕분에 책이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덕분에 한옥은 사람이 짓는 것이고, 사람 사이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 쉽게 다가온다.
실제 황목수를 만나서 저자와의 만남 시간에 저녁을 같이 하며 이야기를 했지만, 글처럼 시원시원하게 소통이 잘되고 눈빛이 선해서 이바닥에서 믿고 의지하고 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내내 들었다.
그리고…
한옥을 굳이 기와를 올리지 않고, 볏단으로 올리는 초가집을 지으면 비용 부담이 더 적으면서 의미 있는 집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단, 5채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의 볏단을 만들고, 매년 새로 지붕을 잇는 작업을 하는 비용의 분담으로 부담 없이 집을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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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와를 사용하면 3~5년 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새 기와를 쓰면 최소 30년은 걱정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웬만하면 옛 기와를 쓰고자 하는 사람도 많으나 와공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와 시공 중에 밟고 다니다 깨지기도 한다. 1930 ~ 60년대에 생산된 기와는 왜 쉽게 깨지는가? 이유는 당시 풍부하지 않았던 흙을 논흙을 가져와 1,200도 이상의 온도에서 구워야 했지만, 700 ~ 800도만으로 구워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도 있다.
나무는 적당히 따뜻하고 아늑한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더 좋다. 환경이 좋으니까 악다구니 쓰면서 애를 쓰지 않아도 되거든요, 반면에 너무 춥고 바위산이나, 고지대에 있는 소나무는 얼핏 강할 것 같지만 반대다. 추울 때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따뜻해지면 이때다 하고 쑥쑥 커버리면 당연히 부실하다. 소나무는 우리들 사람과 똑같다.
질 좋은 목재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춘양목은 봉화의 춘양역에 모인 질 좋은 소나무에서 이름이 나온 셈
지금 목수가 받는 일당이 15~17만 원 정도, 한 달 평균 20일에서 하루 이틀 더 일하니까, 수입은 300만 원 조금 넘는 정도. 경력 20여 년, 한옥 목수의 연봉은 약 3,600만 원이다. 이것이 그의 평생 실제 수입의 상한선일 가능성이 크다.
상량식은 집이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날. 목수들의 노고도 치하하고, 동네 사람들도 불러 잔치도 한다. 특히나 골목 안에서 집 짓느라 폐를 끼치는 주변 분들을 모셔서 대접하는 자리기도 하다.
전국의 기와는 규격이 통일. 품질도 가격도 비슷비슷, 메이저급 업체들이 생산하는 기와는 약간 무르고 단단하다는 특성만 있다. 기와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흙. 백토가 많은 흙은 회색빛이 나고, 홍토는 금이 많이 생기며 가장 좋은 흙은 노르스름한 황토. 성형은 프레스에서 하고 1차 건조는 3일, 2차 건조는 일주일 동안. 가마 속에 72시간, 꼭 3일 만에 나옴 26시간 동안 1,200도, 그다음 15시간 동안 식힌 후에 침탄(검은색을 입힘)을 해서 15시간 식히고 온도가 580도가 되면 문을 약간 열어서 200도까지 내려오면 문을 완전 개방. 그대로 16시간을 식히면 72시간이 됨.
수작업으로 만든 기와는 전통가마에, 프레스로 찍은 기와는 가스 현대식 가마에 넣어야 안 깨진다.
한옥도 실내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고 제작을 해야 한다. 짐과의 전쟁. 도시형 생활형 내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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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 - 황인범지음/돌베개] 낡고 오래된 한옥을 미국과 일본에서 산 경험이 있는 미국인 한국어 교수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독문학을 전공한 학교 출신 목수의 지휘하에 대수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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