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이야기 – 이리에 요코 지음/서은숙 옮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분류 절판도서
발행일 2014년 9월 1일 | 면수 276쪽 | 가격 13,000원

책을 선물 받는 일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자신이 읽으려고, 혹은 억지로 떠 안은 책을 떠넘기듯 넘기는 선물이 아닌, 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여러 곳에 선물 공세를 하는 그런 책 선물이 아닌….

상대방의 독서 취향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고른 그런 튼튼한 책을 선물 받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

거기다가 한 번 읽어보고 참 재미있어서 한 권 집어 와서 선물한다면 더욱 고마운 일.. 그런 선물을 받아 즐겁게 읽은 그 이야기.

제목이 『자금성 이야기』이고 부제가 "청대의 역사를 거닐다"

그저 있는 역사 속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단순하게 자금성의 외관만 ‘ 겁나게 크더라, 온통 금이더라….’라고만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문명(중국 사람의 시각에서)을 그저 최고라고 암기한 내용을 토해내는 것이 아닌 ​일본에서 태어나고 문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이는 중국 청대의 자금성을 자신의 시각으로 스토리를 재 구성해서 당시의 상황을 상상을 통해 덧대어 출간한 책을 한국인 역자가 번역한 것이다.

만약에 서울에 여행을 와서 창덕궁과 경복궁을 둘러본다고 가정을 하면…

적어도 고려가 발원하고 흥망성쇠를 거듭해서 조선의 건국 과정과 개성과 평양 그리고 서울이 수도가 되며, 조선은 또 어떻게 발흥하여 관리되다 대한제국으로 넘어오게 되며, 조선에서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 속에 왕족, 황족들은 어떻게 어디에서 거처를 하며 마지막 황제와 황족들은 어떻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그 이후에 경복궁과 창덕궁, 경희궁, 덕수궁 등에 있었던 유물들과 건물들은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의 국가 위기와 절체절명기였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어떤 수난을 당했고, 또 어떻게 위기를 모면하고 어느 경로를 통해 누가 어디에 보존하여 지금에 이르는지 등등…

이렇듯 조선의 역사와 같이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과 같이 읽어야만 참된 문화재 관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중국의 최후의 왕조인 청나라…. 명, 청 정권 교체기부터 자금성의 모습에서 출발하여 276년이라는 짧은 청왕조가 흘러가는 과정에서의 자금성을 바라보며, 그 와중에 어떻게 중국의 만주족이 한족의 문화와 조직을 흡수 통합, 지배하게 되는지와 궁궐의 주인이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승망성쇠하는가를 자금성이라는 묵직한 문화재와 함께 들여다보는 그런 책이다. ​

"굳이 일본 사람이 쓴 일본인 시각으로 만든 책을 한국어로 번역할 필요가 있었나? 중국의 저자들도 자기네 역사 속의 자금성을 정확하게 재미나게 써 내려간 책들도 많을 텐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접했었다.

첫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 이래서 일본 저자의 글을 번역했구나…" 라는 생각이 곧장 들었다.

매 문단의 내용을 역사와 자금성 그리고 이야기를 문학적 시각과 감각으로 문자로 잘 그려낸다.

물론 청대의 무너져가는 역사를 조금 깎아내리는(비하하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드는) ​듯한 일본인의 시각이구나…라는 느낌도 적지 않게 온다. 하지만… 내가 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차츰차츰 가라앉는 청이라는 큰 배를 보면 비슷한 시각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기도 했다.

여하튼 지금의 자금성을 어제의 자금성의 주인들이 어떻게 만들었고, 어떻게 그곳을 버리게 되었는지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들려준다. 마치 옆에서 보고 지금 벌어지는 일들처럼…

내용들이 문학도가 쓴 자금성 이야기라서 아마도 북경​의 자금성을 여행할 일정이 있다면 미리 한번 읽어두고 북경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서 찬찬히 한번 더 돌아보고, 이 책을 들고 자금성을 한 바퀴 돈다면… 많이 달라 보일 듯하다.

이렇게 잘 만든 책은 사람들을 그리고 나를 자금성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

책을 좀 들여다볼까나…

​72만​㎡​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이 성은 명조 제3대 영락제가 조영한 것으로, 1406년부터 18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기본적인 부분이 완성되었다. 몇 번의 화재와 증개축에 명말의 전화가 더해지면서 주요 궁전 몇 채는 파괴된 적도 있기 때문에 현재 모습은 대부분 청조에 수복 또는 건축된 것이다.

​북경의 동서를 구분하는 것은 북경의 자오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축선이다. 이 중축선을 세계의 중심으로 칭한 건 청조 2대 황제인 강희제가 재워 48년(1709)에 전국의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예수회 선교사의 건의에 따라 이것을 천문학 및 지리학의 자오선, 즉 자오선 0도로 정한 뒤부터이다. 그리니치 천문대를 통과하는 선을 국제적으로 0도로 정한 것보다 175년이나 빠르다.

자금성의 방의 칸수 또한 9,999칸 반이라고들 한다. 천궁이 1만 칸이기 때문에 지상의 천국은 반 칸만이라도 낮춘 것이라고 했으나, 이는 가장 존엄한 9의 나열에다 홀수의 중심인 ‘5’, 즉 반을 더해 만든 속설일 것이다. 현재 고궁박물원의 건물은 980동, 방은 8,707개이다.

인구 2%에 문화적으로도 수준 낮은 소수민족이었던 청조는 명조의 제도와 관리를 계승하는 것에서부터 통치를 시작했다. ​그렇다 해도, 특히 행정에 관계하는 관료의 마음에는 왕조 교체 인식을 새겨 둘 필요가 있었다. 청조를 향한 복종의 증거를 일목요연히 하기 위해 첫 번째 일은 한족 남성의 두발을 만주족 특유의 변발로 바꾸는 치발령을 내린 것이다. ‘머리를 남기려면 머리카락을 남기지 말고, 머리카락을 남기려면 머리를 남기지 말라.’로 요약된 단순하고 명쾌한 포고는 주효. 두 번째는 자금성 수복에 앞서 모든 조정 건축물들의 이름을 일소.

청조의 후궁에는 많을 떄는 1,000명이 넘는 궁녀들이 있었다. 앞쪽의 궁녀에게는 각자 소속된 후비에 대한 통상적인 봉사 이외에 황제에 대한 특수한 임무 즉 ‘임행’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태감은 미리 나이나 기타 조건에 따라 선발한 궁녀의 명찰인 녹두패를 쟁반에 놓아 조찬 후에 황제에게 제출한다. 황제는 그날 밤 동침할 여성의 명찰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태감은 그것을 황후에게 보낸다. 황후는 비빈 이하 궁녀의 감독자이기 때문에 황제라 할지라도 그 허가를 받지 못하면 침소에서 자유롭게 시중을 받을 수가 없다.

지명된 궁녀는 목욕 등으로 차림새를 정비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흉기 유무를 검사 받은 후 맨살로 가죽 자루에 싸여 양심전으로 옮겨지고 황색 비단 가운 차림으로 황제의 술자리에 합석하면서 새벽까지 그곳에 머문다.

역사를 묘사로 끌어와 텍스트화시키면서 소설적 요소와 감성적 요소를 덧데어 지금의 자금성을 바라본다.

덕분에 자금성의 벽돌 하나, 기와 하나가 다들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온다.

다음 여름휴가 때 이 책을 들고 자금성을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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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이야기 - 이리에요코지음/서은숙옮김]​ 청조의 왕궁 자금성, 천안문에서 출발하여 청조 역사 속의 흐름을 더듬어 가면서 성 내부의 주요 건물군을 찾아보고 어떻게 신해혁명을 거쳐 지금의 중화민국의 고궁박물관으로 변해왔는지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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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신간은 책값이 비싸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얼떨결에 신간이 내 손에 들어오면 순서고 커리고 무시하고 먼저 보는 편.

왜냐…

신간 묵혀둬서 18개월 지나면 할인율이 조금 늘어나거나 리퍼브 등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묵혀뒀다가 자칫 잘못하면 비싸게 사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그만큼 책꽂이에 밀린 책들이 제법 있는데… 신간은 신간 데로 달리고 싸게 사서 보려고 쟁여놓은 책은 늘어가고…

출판 관련 법이 시행된다고 하는데…

자본주의 세상에 유통구조 개선과 출판사와 저자 보호 그리고 동내 책방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은데…

부디 잘 정착되어 책 보는 일이 일상이 되는 그런 세상이 와야 할 텐데…

모든 사람들이 사색해서 정의를 향해서 고개를 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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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을 중단했다… 파주 출판단지로, 코엑스 책잔치, 홍대골목길책잔치, 후마니타스 리퍼브도서, 시청 앞 행사 등등을 통해서 직접 책을 검수하거나, 편집자나 직원들과 이야기해서 물어보고…

적어도 굵직한 책잔치 행사에 출품하고 그 비싼 임대료가 나가는 전시장의 매대에 올리는 작품들은 대부분 그 출판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믿을만한 신간들 혹은 스테디셀러들이기 때문에 믿고 사도 되기 때문…

출판과 관련한 행사장에 다리품을 팔지 않고, 인터넷 매장의 베스트셀러 제목만, 마케터의 꼬임에 휘둘려 클릭하면 대부분 본전 생각이 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읽다가 버리는 책들도 제법 있기에…. ​

이번처럼 출판사 마케터가 직접 읽고 선물해주는 책은 더더욱 야물디 야물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다리품을 팔지 않고 명품을 만나길 기대해선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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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신간이 들어오면 식기 전에 보는 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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