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박지원지음/김명호편역/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박지원 지음 | 김명호 옮김
발행일 2007년 2월 27일 | 면수 554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8,000원

연암 박지원의 문학 선집인 이 책은 전체적으로 책이 좀 무거워서 짬짬이 읽는데도 2달 가까이 걸렸다.

고전을 현재 버전으로 변경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과거의 글은 글 대로 그 시대를 통해서 시대의 문장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널리 퍼져있던, 숨어 있는 여러 내용들을 독해해서 읽어내야 하고, 지금의 독자들의 눈과 감성에 맞는 글로 번역(통역에 가까운) 해서 다시 글을 구성해야 하기에…

이렇듯 고전은 조금 딱딱한 면들이 없지 않아서 최근의 독자들은 고전에서 살짝 멀어지고 있기에 고전을 현재의 눈에 맞게 다시 짜집기 해서 책을 내는 분위기도 살짝 생기는 듯 하긴 하다만…

내가 다시 연암의 글과 다산의 글을 번역, 편역할 기회가 된다면… 그분들의 상상들을 작금의 현실에 덧대어서 지금의 세상을 보고 싶다…

온고지신의 시각으로… ​

아무튼 조선의 고전 중에서는 별도의 열혈 팬들이 존재하는 연암… 연암과 다산의 책은 일단 나오기만 하면 기본적인 판매량이 보장되기에 기본기만 탄탄하면 제법 팔리기도 하는 조선을 대표하는 문호라 할 수 있는 분들이라 웬만한 도서전에서 눈에 보이면 한두 권 정도는 항상 손에 들려저 집으로 인도된다.

이 책 또한 7년 전에 출간되어 리퍼브 도서로 6천 원에 내게 인도된 책.

여러 경로로 연암의 글을 접하다 보니 몇몇 글들은 이미 예전에 접해서 낯이 익은 글들도 많다.

하지만 여전한 숙제는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려 두 달가량이 걸렸다… ㅠ.ㅠ

​여하튼 책을 보는 내내 연암은 창작 그 자체가 기쁨이고 일생을 살아가는 낙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글을 쓰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으나… 키보드만 잡으면 일사천리로 글을 써 내려가는 나 또한 만만치 않은 텍스트 라이팅 중독이라 할 수 있는데…

연암이 누렸을 것으로 보이는 창작의 기쁨이라는 그 기분을 ​조금은 알 듯하다.

아무튼 책 속으로 돌아가 볼까?

책은 소장학자 시절부터 50대가 되어 책을 펴내는 시점까지 연암의 문학을 줄기차게 연구한 저자가 연암의 소설 10편, 산문 75편, 시 15수, 도합 100편의 대표작을 엄선해서 실었다.

물론 사상성, 문예성, 역사성, 현대성 등을 고려하여 현대성에 치중해서 뽑은 글들을 ​오늘날 소설로 간주되는 유명한 작품들을 1부에, 다양한 산문들을 2부에, 그리고 연암의 빼어난 한시들을 3부에 배치한다.

아첨을 전하는 데에도 술책이 있다. 몸가짐을 다정히 하고 낯빛을 가다듬으며 말을 얌전스레 하고, 명성과 이익에 담담하며 사귀려는 마음이 없는 척함으로써, 저절로 잘 보이게 된다. 이것이 상급 아첨이다. 그다음으로, 바른말을 간곡히 하여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 보이고, 그 틈을 잘 이용하여 자신의 호의를 전달한다. 이것이 중급의 아첨이다.

말발굽이 닳도록 문안을 드리고 돗자리가 다 떨어지도록 뭉개고 앉아 상대의 입술만 쳐다보고 낯빛을 살피면서, 그 사람이 하는 말마다 좋다 하고 그 사람이 행하는 일마다 다 찬미한다. 그러면 처음 들을 때에야 기뻐하겠지만, 오래 듣다 보면 도리어 염증이 난다. 염증이 나면 아첨하는 사람을 비루하게 여기게 되고, 마침내는 자기를 가지고 노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이것은 하급의 아첨이다.

덕만 있고 재주가 없으면 그 덕이 빈 그릇이 되고, 재주만 있고 덕이 없으면 그 재주가 담길 곳이 없으며, 그 그릇이 얕으면 넘치기가 쉽다. 깔끔을 떠는 자에게는 복이 붙을 데가 없고, 남의 속 사정을 잘 꿰뚫어 보는 자에게는 사람들이 붙지 않는 법이다.

무릇 색깔이 빛을 낳고, 빛이 빛깔을 낳으며, 빛깔이 찬란함을 낳고, 찬란한 후에 환히 비치게 되는 법이다. 환히 비친다는 것은 빛과 빛깔이 색깔에서 떠올라 눈에 넘실거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지으면서 종이와 먹을 떠나지 못한다면 바른말이 못 되고, 색깔을 논하면서 마음과 눈으로 미리 정한다면 바른 소견이 못 된다.

성은 같이 쓰지만, 이름은 홀로 쓰는 것이다. 문자는 같이 쓰지만, 글은 홀로 쓰는 것이다.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회여지지 지지위지지) – 논어에 아노은 말이다. 공자가 자로에게 말하기를 "너에게 아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니라.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라고 말하였는데, 원문의 음이 제비의 지저귀는 소리와 비슷하다 하여 제비의 울음소리를 묘사할 때 흔히 쓰인다.

​책의 후반부에는 "연암 박지원의 삶과 문학", "인명 및 사항 해설 "작품 원제 색인"을 따로 두어 연암의 일대기를 통해서 그가 살아왔던 인생의 기복과 그 시기별 작품을 통시적으로 고찰함으로써 글을 남기게 된 배경과 그의 처신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와 연관되었던 인물들에 대해서도 소상히 쓰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맨 마지막 줄을 이렇게 남기며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연암이 못다 한 일, 연암이 꿈꾸었던 정치, 경제, 철학적 사상을 본받아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연암이 살아 있다면 현대의 당면 과제에 대해 과연 어떤 대안을 제시했을까 하는 관점에서, 그의 문학과 사상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일은 온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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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박지원지음/김명호편역/돌베개]​ 한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연암의 글 100선을 18세기 역사 속으로 들어가 그의 삶과 문학을 차분히 열어서 살펴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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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파주 책잔치, 코엑스 도서전, 홍대 골목길 도서전, 서울시청 광장 도서전 등등 여러 책잔치들에 꼭 드르는 편이다.

여러 잔치들 중에서 파주 책잔치는 여러 출판사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반품, 전시, 작은 흠이 있는 도서들을 50% 이상 세일해서 판매한다. 연간 책의 구입에 들어가는 책값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서… 가능한 최대한 이런 리퍼브 도서를 많이 활용하는 편.

내년 봄 어린이 책잔치날을 노려들 보시라… 어린이 책잔치라고 해서 어린이 책만 파는 줄로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그 어린이들을 그 부모들이 데리고 오기 때문에 부모들을 노리는 책도 의외로 많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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