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재앙속에서 산다-사사키다카시지음/형진의옮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2013년 3월 4일 | 면수 316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5,000원

2011년 3월 11일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당한 직후부터 그가 73세의 노구를 이끌고 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자를 간호하면서 집을 지키는 과정을 일기처럼 그의 블로그에 써 내려간 체험담을 번역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때로는 영혼 없는 위로에 때로는 분노하고, 인적 없는 논과 잡초 더미에서 매일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텅 빈 유치원과 시내를 돌아보며 부인들 지키는 생활의, 삶의 이야기이자 농성장의 기록이다.

그의 일기에는 그 어떤 과학적 수치와 접근과 해결책 하나 나오지 않고, 그 어떤 국가적 차원의 정치인들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방향 설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그 흔한 신문기사, 방송 내용 등도 무겁게 다루지 않고 그저 헤드라인 뉴스 정도만 이야기할 뿐이다.

물론 전장 특파원 같은 의식을 가지고 보고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그런 일에 대해 보고할 마음도 없었다.

원래 사고 자체의 규모나 정체에 대해 자세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고 조사할 마음도 여전히 없다. 다만 소소한 지식을 바탕으로 나 나름대로 행동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블로그를 통해 원전 사고 대책의 구체적인 예라든지 수습 절차, 실천적, 실리적 지식과 견해는 무엇 하나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작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전혀 눈에 띄지 않던 블로그에 연일 상당수의 접속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색도, 과학적 논리도,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왜 이렇게 되었나를 성토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배우자와 함께 자신의 집을 지키는 농성자로서 한 개인의 관점에서의 작은 전쟁을 치르는 전쟁사를 홀로 써가고 있다는 생각을 책을 보는 내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작은 전쟁이 나면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라고… 이런 문제점들이 일상적인 작은 행복한 삶을 뺏어 갈 것이니 미리미리 준비하고 탈원전, 탈핵하라고 웅변하는 듯하다.

"나는 얼마 남지 않았고, 내 배우자와 내 삶을 지키고, 이 문제점에 대해서 이렇게 작은 블로그상에서 외치니… 이 목소리가 여러곳,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서… 우리의 이 고통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는 그렇게 그의 작은 분노를 차분하게 블로그에 옮겨 두었다. 때로는 가상의 분교 교장이 되어 연설을 하고, 때로는 가짜 시장이 되어 메시지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종종 그는 그 분노가 치밀 때 ‘순간온수기가 끓어올랐다."라고 표현하곤 했다. ​

지금 지구는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원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전이라는 시스템은 미래를 담보로 한(원전 쓰레기를 물려줘야 하니까) 현재의 안위를 꽤 하는 지극히도 이기적인 치킨게임….

이 책 속의 한 주민의 작은 외침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그의 작은 외침들을 몇 가지 따오자면~

대피소에 있는 어떤 시장은 이제 와서 도쿄전력에 대해 화가 난다는 등의 우는소리를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원전 설치나 그 유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을, 아니 과오를 반성해야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주위의 비판을 견디며 설치 반대의 자세를 굽히지 않은 소수파 시민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먼저 사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 큰 사고 후에도 종래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이 그만큼 성숙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표란다. 과연 그렇군! 말하기 나름이지!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은 성숙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평화 불감증, 안전 불감증,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싶다는 지극히 타산적인 의식의 표현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힘내야지요. 당신도 그 험난한 전쟁을 겪어냈잖아요, 낙천적이라고 하면 웃음거리가 될지 모르지만, 살아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는 법이니까요"

세상의 잘못된 일, 부정한 일에 대해 정당하게 분노하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착하게 살아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라는 말은 들어왔겠지만 필요할 때 화를 내라는 소리는 처음 듣겠지요, 그러나 저는 이 정당하게 분노하는 것이 이 나라를 좀 더 나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그렇게 그의 삶의 일부분을 앗아간 지진으로부터 그의 삶을 돌려받고자 하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소소한 일상의 분노를 분노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동력은 그의 일기 속의 아래와 같은 글에서 살짝 엿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가 아내를 돌보며 취사, 빨래 등의 집안일을 하면서 거의 매일 블로그를 쓰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감탄하거나 동정하지만, 나는 다만 이렇게 블로그를 쓰면서 가까스로 살아가는 힘과 리듬을 얻고자 할 따름이다. 좀 더 폼나게 말하면 쓰는 것이 곧 사는 것이 된 것이다.

​이 글에서 어찌 보면 내 마음을 살짝 읽힌듯하여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빠듯한 직장 생활의 쳇바퀴 속에서 찰나의 빈틈을 찾아서 한 페이지의 글을 읽고, 지하철 퇴근시간 몇 분이 아까워 한 권의 책을 들고 언제부터인가 직접 운전하는 여행을 멀리하고 열차와 버스를 즐기며 차창 사이로 스며드는 공기를 즐기고, 차를 갈아타면서 점심을 먹으며 즐기는 국밥과 소주 한병의 정취를 즐기며 가는 틈과 틈 사이에 나에게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풍류를 즐기는 재미를 최근에 알았다….

"나도… 책과 역사, 스키와 산 속에서 살아가는 동력을 찾으려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인해….

작은 기쁨과 행복을 책과 역사, 스키와 산속에서 찾은 나를 한 번 돌아 보고, 원전에서 홀로 분노하고, 분노하라고 말하는 그는 한 번 더 돌아 보게 된다…

————————————————–
[원전의 재앙속에서 산다-사사키다카시지음/형진의옮김/돌베개​] 3.11 지진과 원전을 겪은 저자가 치매를 앓는 배우자와 함께 자기의 성을 지키며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 농성장의 일기를 번역한 책
————————————————–

p.s

1. 돌베개 출판사에서 매월 1편의 독립영화와 1권의 돌베개 서적을 묶어서 세트로 판매(상영) 하는 행사에 매번 부부동반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전의 문제점을 다루는 다큐 영화인 ‘0.23μSv-후쿠시마의 미래’에 참여하고 받은 두 권의 책 중 한 권.

2. 훗날 자료를 빨리 찾고, 기억력을 돕고자 책에 마킹을 많이 하는 편인데… 딱 한 장만 찍어서 올리고자 하는데… 매번 두세 장을 넘어간다…

6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