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다카하시데쓰야지음/한승동옮김/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분류 절판도서
발행일 2013년 9월 9일 | 면수 204쪽 | 가격 11,000원

후쿠시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철학자이자 비판적인 지식인의 눈에 비친 후쿠시마와 오키나와를 이야기한다.

약간의 고찰(저자의 표현을 따랐다)을 통해서 이 두 가지에 일본 특유의 국가의 희생의 시스템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보고 이를 환기하고 회피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훗날의 이 땅의 주인이 될 사람들, 즉 우리 아이들에게 절대 물려줘서는 안되는 몇 가지들이 있다.

하나하나 거명하자면 상당히 많을듯한데…

나는 절대로 물려줘서는 안될 최소 세 가지는 첫째가 국가부채, 둘째가 오염된 환경, 셋째가 전쟁과 착취라고 생각한다.

먼저 국가 부채

​ 쉽게 말하자면 후대의 노동력과 자본을 우리가 먼저 끌어다 쓰는 것이다. 물론 후손들이 땀 흘려 일해서 갚아야 함은 당연지사. 개인의 부채야 상속을 거절하거나 한정상속을 받으면 어느 시점에서 고리를 끊을 수도 있지만… 국가 부채와 지자체의 부채, 공공기관의 부채 등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기에…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지 않고 그저 개인연금과 공무원 연금의 땜질식 처방으로 세대 간 갈등만 조장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 두 번째는 환경오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환경은 지금 그 자체를 누리기 위해 지구의 나이 45억 년을 기다려서 인류의 진화와 함께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불과 몇백 년 사이에 우리는 그것의 뿌리와 체계를 통째로 뽑아서 쓰는 것이 모자라 그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멀쩡한(아니 죽어가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4대 강을 파헤쳐서 수족관을 만들질 않나, 이웃 나라에서 뻥뻥 터지는 원전을 보면서도 납품 비리 등으로 자기 잇속을 챙기기에 급급한… 적어도 45억 년식 지구의 인간이 품격을 지키면서 살아가려면 무지막지한 량의 지구촌의 식구들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다들 알 것이고… 그렇다면 한갓 미물일지라도 무시하지 말고 그들 나름의 삶을 지켜주면서 우리도 잠시 이용하다 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나름대로의 공식(환경보호를 통한 먹이사슬의 비 파괴적 공존)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 셋째는 전쟁과 착취가 없는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

전쟁은 컴퓨터 게임 하듯이 국회의원들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식의 콧노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젊은, 백성들의 피를 동력으로 하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대립과 반목으로만 몰아가는 사람들을 솎아내고 한반도, 동북아에 평화적인 통일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전쟁이 없는 평화협정이라도 체결해서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착취라는 것은 국가 간의 식민지 관계나 계급 간의 착취는 물론이고 분배의 불균형 차별 등이 없는 세상을 물려줘야 한다.

이 책은 내가 주요하다고 생각하는 세 가지 후손들에게 잘 챙겨서 돌려줘야 할 것들의 대부분이 연결되어 있는 후쿠시마와 오키나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룬다.

오키나와와 후쿠시마에서 이루어지는 보이지 않는 희생의 시스템을 찬찬히 풀어서 실날하게 보여준다.

그 주요한 내용 중 일부를 따오자면~

최소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원전이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희생시키는 자와 희생당하는 것이 있다. 희생의 시스템에서는 어떤 자의 이익이 다른 것(들)의 생활(생명,건강,일상,재산,존엄,희망 등등)을 희생시킴으로써 유지된다. 희생시키는 자의 이익은 희생당하는 것의 희생 없이는 산출되지 못하고, 유지될 수도 없다. 이 희생은 통상 은폐돼 있거나 공동체(국가,국민,사회,기업 등등)의 소중한 희생으로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그리고 은폐와 정당화가 곤란해지고 희생의 부당성이 고발당하더라도 희생시키는 자는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책임으로부터 도망친다. 이 나라의 희생의 시스템은 무한책임의 체계를 품은 채 존립한다.

피폭당해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사람은 도쿄전력 회장도 사장도 부사장도 아니다. 원전 내의 현장작업원이고, 그들 다수는 도쿄전력 사원도 아닌 자회사, 손자회사를 통해 모집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현재 후쿠시마 제1, 제2 원전 내에서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있는 작업원들의 약 80%는 지역 출신자라고 한다. 재난 피해의 당사자들에게 사고 수습을 위한 가혹한 말단 노동을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전쟁 전멸 보장 법안’

지난 세게 초에 덴마크의 육군대장 프리츠 홀름이 각국에 다음과 같은 법률이 있다면 지상에서 전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전쟁이 터질 경우 10시간 안에 다음 순번에 따라 최전선에 일개 병사로 파견된다. 첫째로 국가원수, 두 번째는 그 남자의 친족, 세 번째는 총리, 국무위원, 각 부처의 차관, 네 번째는 국회의원, 다만 전쟁에 반대한 의원은 제외, 다섯 번째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은 종교계 지도자들. 전쟁은 국가 권력자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면서 일으키는 것이라고 홀름은 생각했다. 따라서 맨 먼저 권력자들부터 희생되는 시스템을 만들면 전쟁을 일으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시스템을 원전 시스템에 적용해서 총리,각료,경제산업성 등의 장,차관과 간부 전력회사의 사장과 간부들 그리고 이에 찬성한 기술자와 과학자, 전기를 향유한 도시의 인간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문제는 누가 희생자가 될 것인지가 아니다. 희생의 시스템 그 자체를 없애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일본의 식민지로 편입되면서 자치권을 상실한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의 대가로 미국에게 던져진 돌멩이, 사탕 하나였었던 외로운 섬…. 정치인들의 국익, 일본이라는 나라의 이익,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 섬 전체의 74%가 미군 기지로 빼앗긴 섬… 아직 오키나와는 식민지 상황을 못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두 가지의 섬(후쿠시마는 방사능으로 30Km 이내에는 사람이 살수 없는 섬이, 오키나와는 섬 전체가 미군기지가 되어버려 토착민은 한쪽은 태평양으로부터 한쪽은 미군으로부터 한쪽은 일본 본토로부터…. 섬이 되어버린)의 있어서는 안될 일방적인 희생이 어떤 시스템으로 들어와 어떻게 굴러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저 땅의 벗, 지인들이 앞으로도 변함없는 준엄한 비판을 바라며 끝을 맺는다.

오키나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 옮겨 오자면 너무 길어질듯하여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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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다카하시데쓰야지음/한승동옮김/돌베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오키나와 미군 주둔에 있는 희생의 본질을 폭로하고, 극소수의 이익을 향유하는 자 이외 누군가 많은 희생의 대가로 이익을 얻는 메커니즘을 파헤쳐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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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돌베개 출판사에서 매월 1편의 독립영화와 1권의 돌베개 서적을 묶어서 세트로 판매(상영)하는 행사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 원전의 문제점을 다루는 다큐 영화인 ‘0.23μSv-후쿠시마의 미래’에 참여하고 받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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