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정병준 지음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6.3.23 | 목록
정병준 지음
발행일 2015년 3월 16일 | 면수 484쪽 | 판형 신국판 152x225mm | 장정 반양장 | 가격 20,000원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정병준 지음 / 돌베개

부제 : 역사에 휩쓸려간 비극의 경계인

조선반도에 불어닥친 격랑을 온몸으로 맞서서 거슬러 오르던 한 여인의 일생을 뒤좇아 가본다.

위인전도 전기도 평전도 아닌 사료를 발굴하여 한 여인의 일생을 완성시키는 퍼즐 맞추기.

저자 정병준은 이런 연구논문에 가까운 책을 많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접한 책이 『한국전쟁_815p』, 『독도 1947_1,004p』 두 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료의 수집과 분석력이 대단한 저자다. 권당 800~1,000 페이지 정도는 쉽게 넘나들 정도.

아무튼 1900년도 초반 3.1 운동 이후로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고, 그 세상을 바꾸려 온몸을 던져 물길을 바꾸고자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현앨리스는 남한과 미군에게는 북한의 첩자이자 공산주의자로, 북한에게는 미국의 스파이로 몰려서 양쪽에서 다 인정받는 인물이 아닌 두 곳에서 다 버림을 받는 처지에 놓였던 것.

그간 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잘못 알려진 그녀의 정확한 삶을 파헤친다.

아울러 저자는 서두 저자의 글에서 ‘한국 근현대사가 세계 체제와 충돌하며 빚어낸 식민, 분단, 전쟁, 냉전의 역사가 개인과 가족집단에게 미친 영향과 그 유산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독자들에게 바랬다.

예나 지금이나 일반 백성들을 대상으로 이상향의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는 꿈을 그리는 사람은 양쪽에서 다 배척을 받는 듯하다.

가진 쪽은 가진 것들을 챙겨야 하고, 안 가진 쪽은 가진 것을 나누어 가져야 하니…

서양이나 동양이나,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나…

예전의 민주세력은 빨갱이라는 공식으로 밀더니 최근에는 진보는 친북이고 종북으로 밀어붙여서 우리는 언젠가부터 진보와 종북을 구분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되어가는 듯하기도 하고…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 내에도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듯 하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서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함에도 자기 자리만 지키려하고, 주는 급여나 받으며 안주하려는 사람들도 보이고 거기에 상응해서 변화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자기중심적 판단으로 의견을 몰아가고,

당연히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그 와중에 국가나 기업이나 진보와 개혁의 접점에서 상대를 바꾸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두 세력의 충돌의 첨예한 칼끝의 자리에 위치하기에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투쟁에서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나 사회나, 기업이나 국가나…

다시 또 생각이 난다…

진보나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이 말은 국가나 기업이내 개인이나… 혁명적 발상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

사회주의에 매료되여 지구를 떠돌며 이상적인 조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현앨리스에 버금가는 사회주의적 이상주의 혹은 민주주의적 이상주의를 향해 열기를 뿜어내는 사람들을 박해나 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게 지금 바램일 정도니…

제2, 제3의 시대정신에 사명감을 가진 이상주의자가 혁명적 발상으로 세상이나 국가나 기업들을 바꿔주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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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 이경선, 강영승 등은 국민회, 흥사단을 통해서 혁명적 독립운동, 즉 무장투쟁을 주장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 했다.. 재미 한인 사회는 점진적 실력 양성론에 입각한 안창호 세력과 외교, 교육 노선에 입각한 이승만 세력 등 보수적 노선으로 양분된 상태였다. 양은식의 지적처럼 이들은 마르크스주의의 씨앗을 뿌리려고 했지만, 씨앗이 뿌려질 토양의 상태를 알지 못 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미 한인 사회는 정치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기독교 공동체였으므로 계급 투쟁이나 무장투쟁에 호응하지 않았다.

재미 한인 사회 내에서 쉽게 자리를 잡지 못하던 좌파들은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이라는 미증유의 사변을 맞아 역사적 흐름에 편승하면서 성장했다. 이들은 좌파적 저항을 가졌으나 대일 무장투쟁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후원을 강조하여 재미 한인 사회의 지지를 얻었다.

이들이 미국의 공작원으로 입북했으며 공작원으로 활동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현앨리스가 당면한 파국적 종말은 그녀가 선택한 운명의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 분단과 전쟁, 권력투쟁, 음모와 공작이 뒤얽힌 한국 현대사의 우여곡절은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한 여성의 삶을 파탄으로 종결 지었던 것이다.

박헌영, 남로당의 숙청은 전쟁 책임과 전후 권력구도 재편 과정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의 결과였다. 그것이 평양식 마녀사냥의 형태로 나타났던 것이다. 최소한의 정치적 합리성이나 포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북한은 박헌영과 남로당을 ‘미제의 고용간첩’으로 몰아 숙청한 후 그 역사마저 말살했고, 남한은 이들이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지웠다. 이들은 남북한에서 지워진 역사의 교집합에 해당할 것이다.

정확히 말해 그녀가 매료된 것은 사회주의 이념이라기보다는 민족주의와 결합한 사회주의적 이상주의 혹은 이상주의자들이 뿜어내던 열정과 시대정신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그녀는 이상주의자이자 비현실적인 낭만주의자였다.

그녀는 현실 사회주의,, 해방 후 박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입체적 경험과 판단을 갖고 있지 못 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이상을 추구했고, 만난萬難을 해친 끝에 처경悽境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가 돌아가고 싶었던 한국의 실체는 계속 번화했다. 현앨리스는 상하이에 도착해 독립 한국을 추구했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의 세례를 받은 이후에는 진정한 해방 조선을 지향했다. 현실세계에서는 그녀가 지향한 ‘이상적 한국 혹은 조선’은 그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이상과 희망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한국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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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 – 정병준 지음 / 돌베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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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의 첫 애인’, ‘한국판 마타하리’ 등으로 잘못 알려지며 남, 북 양쪽에서 버림받은 현앨리스와 그녀의 가족이 식민, 분단, 전쟁, 냉전 기간 동안 치열하게 살았던 삶과 그 시대를 추적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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