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백범일지

김구 지음 / 도진순 탈초, 교감

일자(一字) 천금(千金)의 삼매경과 두려움

백범이 수정하고 삭제하고 추가한 흔적들을 추적하는 작업은, 마치 백범의 뇌를 시기별 단층사진을 통해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백범은 자식에게 물려줄 유일한 유산으로 『백범일지』를 썼고, 피난 중에도 몸에 지니고 다녔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번 수정하고 보완했다.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글자를 등사본이나 필사본을 찾아 보완하는 작업은 마치 떨어진 살점을 찾아 꿰매는 것과 같았다. 또한 1차 원본과 최종 원본 사이에서 백범이 지우고자 했던 것, 추가하고자 했던 것을 추적하면서 그간 무심코 지나갔던 구절의 속살이 드러났다. “겨자씨 안에 수미산이 있다” 하였던가. 한 글자의 수정이나 보완이 때로 백범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비밀 열쇠와 같은 것이었다.

8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