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라이프-윌리엄 코퍼스웨이트지음/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2.13 | 목록
발행일 2004년 10월 4일 | 면수 264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15,000원

보통 사람들은 행복이란 최소 100개의 빈칸을 채우는 게임이라 생각하고 다들 열심히 채우려 한다.

하지만 유독 한 칸의 빈칸은 밑이 뚫려 있어서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칸이 있는데, 그 칸이 바로 부(wealth)라는 항목일 것이다.

이 부(富 wealth)라는 항목이 비워져있어도 다른 여러 가지의 가득 찬 칸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만족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한다.

오로지 한 곳의 빈칸을 채우려만 생각하고 나머지 99개를 버리고 달려가다… 쉽게 넘어지곤 한다.

​가정과 건강, 친구와 여가 등등을 잃어버린 덕분에 가끔 길을 잃곤 한다는 것.

가족 중 누구를 잃고(이혼, 질병, 사고 등으로)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는 시점에, 직장에서 은퇴(본의건 타의건)하는 시점 즉 인생의 돈을 버는 시점인 전반전이 끝나고 인생의 여유를 즐겨야 하는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의 하프타임에, 어느 날 뜻하지 않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병실 베드에 누워서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100여 가지의 충족 요건 중 그 우선순위가 정말 뒤바뀌었구나…라고 탄식하게 된다.

물론 한 칸의 의미로써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 ‘부’를 포함한 행복의 조건 100여 가지는 여전히(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아직도(나이가 들거나 말거나)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내 미래가 있고, 물론 그것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시간이 있고 찬찬히 만들어 갈 정도로 시간이 많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멋진 미래를 위해 석학들의 책들 속에서 그 길을 찾고 있기도 하다.

책은 부제가 ‘손으로 만드는 기쁨, 자연에서 누리는 평화’이다.

제목의 순서에 의해서 한 문장이 완성되는데…

‘삶을 디자인’하고, ‘아름다움에 새로운 시선’을 돌려서, ‘일과 밥벌이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비로소 ‘배움과 가르침’이 무엇인가 서로 알게 되면서 ‘비폭력, 정중한 혁명’을 통해서 모두들 진정한 성공의 길을 찾는 ‘자발적인 가난함’을 이해하여 ‘자연을 닮은 소박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서 ‘평생의 직업을 찾아서 찾아’ 가는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

서문과 추천의 글을 포함한 전반부의 번역이 다소 경직되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내용 중에는 생각하면서 봐야 할 내용들이 꽤 있어서 이 한 권의 책을 보는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중간중간에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대목들이 많기는 하지만, 초반부의 번역은 직역, 의역 둘 사이의 길에서 완전 의역을 통해서 좀 더 부드럽게 독자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지 않나 할 정도의 대목을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에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나저나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서울에 이미 1천만 명이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로 향하는 좀비化​ 되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노후가 연금과 돈으로만 해결된다고 생각하며, 질병은 민영의료보험으로만, ​강남의 32평 아파트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그것으로 다 해결되리라 믿는다. 여전히 100가지 요건 중에 1가지만을 중시 여기는 이 착시 현상은 생각 없이 살다가는 아마도 죽을 때쯤이면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만들어 가지 못하고 남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non handmade life….

어쩔 수 없이 수동적인 세상의 늪에 빠져서 삶을 살 수밖에 없지만, 능동적으로 인생을 만들어갈 생각을 하라는 것이 이 책의 모든 페이지에 녹아 있다.

내 삶을, 내 가족과 아이들을, 내가 속한 사회를 어떻게 다시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룬다.

정서적,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되도록 주변에 아름다운 것을 두고 살 필요가 있다. 이것을 우리 사회의 목표로 삼는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눈으로 볼 수도 있고 마음으로 느낄 수도 있는 아름다운 천국으로 바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공감되는 내용들 중에 일부를 가져와보면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는 지금 상황을 당분간은 묵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면 이제는 ‘스스로를 착취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우선 자신을 파는 시간을 매달 조금씩 쓰지 않고 70, 50, 30퍼센트로 줄여 나가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은 개인에게나 사회에게나 실로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한 첫걸음은 우리가 어느 정도로 우리 자신을 팔고 있는지 자각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돌아왔을 떄 불행해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은 집안 분위기를 불안하게 만든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어른들이 불행해 보이는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면 일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 우리는 원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하루의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단지 ‘상품’을 ‘적게’ 쓰면서 살기로 정하기만 하면 된다. 콜라나 담배나 술 없이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유행이라는 일종의 사기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켜 새로운 옷을 자꾸 사기보다는 지금 갖고 있는 옷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나 다른 장비도 마찬가지다.

소박한 삶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버는 대신, ‘꼭 필요한 것들을 구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고용되어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을 남의 것을 대신 즐기며 산다. 누군가의 연극을, 야구 시합을, 성생활을, 모험을 보면서 지내거나 남의 음악을 들으며 지낸다. 남이 대신하는 게임만 보지 말고 장작을 패는, 아니면 꽃나무를 심는 진짜 게임을 하거나 저녁에 먹을 돼지를 잡아보는 것이 어떨까. ​

모든 아이들이 다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수학은 왜 모든 아이들이 배워야만 할까? 불어와 물리학과 음악과 수학에도 학생들이 모두 스포츠 게임 하듯 수업에 참여한다면 얼마나 근사한 학교가 되겠는다.

배움은 포로로 잡힌 청중이 아니라 매혹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겐 대화의 주제가 참되며 의미심장한 세상, 참된 생활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가끔 앉아서 어른들의 대화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는 사회를 거스르는 주요한 문제점들을 비켜가는 부수적인 주제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적을 만들어 싸우는 것은 너무나 유혹적이고, 훨씬 더 쉬운 일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문제 자체와 싸우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누군가와 싸우다 보면 미움과 화에 휘말려-서로 편견을 주고받으며-다른 문제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이는 총이나 몽둥이가 그러하듯 해치고 죽이는 독약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흔히 더 깊고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들어버린다.

부wealth라는 단어가 너무 함부로 쓰여서 부라는 것이 보통 돈을 가리키거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즉 물질적 소유를 가리키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성공한다는 것은 부를 많이 갖는다는 뜻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성공은 충족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물질적인 부를 지나치게 많이 가져서야 되겠는가? 지나치게 힘든 노동을 많이 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듯이 지나치게 많은 여가를 누리는 삶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부자들 흉내 내고 싶어 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 부유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금전적인 힘은 치료 가능한 사회적 질병이다. 대신 그 치료는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단어가 ‘가르침’이 아니라 학교 교육만을 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문명’이라는 것이 교양이나 문화를 뜻하는 것이 아닌, 전쟁 준비에 천문학적 수치의 물자를 쏟아붓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음식’이라는 것도 영양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대용식품과 첨가제와 방부제와 성장호르몬이 되어버렸다. ‘신발’은 발에 신는 것이 아니라 발 치장이 되어버렸다. ‘자유’는 해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제도와 노동에 몸을 파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

​책은 마무리를 조지 버나드 쇼의 글로 필자의 말을 웅변하며 마무리를 한다.

​자신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목적을 향해 자신을 소진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삶의 기쁨이다. 세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면서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사납고 이기적인 작은 살덩어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 또한 삶의 기쁨이다.

살아가는 동안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이 내 특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다 태워버리고 죽기를 바란다.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이 사는 셈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인생이란 ‘짧게 타버리는 초’가 아니다. 삶이란 내가 잠시 붙잡은 훨훨 타오르는 횃불 같은 것이다. 그러니 나로서는 이 횃불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기 전에 가능하면 환히 타오르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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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라이프-윌리엄 코퍼스웨이트지음/돌베개] 남의 인생을 살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설계, 디자인, 제작하여 살아가기 위해서 시간과 애정을 투자하여 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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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돌베개 출판사 책씨 행사에 참석하여 독립영화 한 편(마이 플레이스)과 함께 구입한 책.

남의 인생을 대신 구경하고 손뼉 치고 할 이유가 없이, 각자의 내 인생을 직접 만들어서 멋지게 살아가라는 이야기를 서로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설파.

이 책은 2004년에 발매되어 2014년 내 손에 들어와 한 달여 동안 많은 생각을 하며 보게 되었다… 10년 전에 내 손에 들어와서 지금보다 조금만 더 심각하게 봤었으면… 하는 책이다.

나보다 10년 어린 후배들에게 널리 권하고 싶다.

6 +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