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시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김승일, 김행숙, 김현, 배수연 외 8인 지음

발행일 2019년 4월 15일
ISBN 9788971999332 03800
면수 216쪽
판형 변형판 127x200, 소프트커버
가격 14,000원
주요 내용

비성년의 시간과 시의 탄생에 관해

열두 명의 시인들이 쓴 테마 시×산문집

 

열두 명의 시인들이 십대 시절과 지금에 대해, 시와 산문을 겹쳐 쓴 이상한 테마 시×산문집 『교실의 시』가 출간되었다. 십대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끊임없이 소환되고, ‘어른이 된다는 것’을 향한 의문이 일상이 된 2019년, 시인이 세계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존재라면, 이들은 이러한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 책은 ‘교실’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감각․감정,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비성년의 시간을 담아낸 열두 편의 시, ‘다른 어른’과 시의 탄생에 대해 전하는 열두 편의 산문을 엮었다.

 

 

시의 탄생, 산문의 맛

떨림, 기대, 우울, 슬픔, 자기혐오, 사라지고 싶은 충동, 외로움, 질투, 갈망, 답답함, 폭력, 치기, 우정, 첫사랑, 상실, 알 수 없는 미열…. 우리가 교실에서 보냈던 시간이 있다. 지금, 우리는 그때 꿈꾸던 어른이 되었을까? 교실 창가 쪽 세 번째 줄에 앉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사랑하는 열두 명의 시인들(김승일, 김행숙, 김현, 배수연, 서윤후, 서효인, 신철규, 신해욱, 오은, 유진목, 임솔아, 황인찬)이 그 시절과 지금, 시와 산문을 겹쳐 쓴 이상한 테마 시×산문집 『교실의 시』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교실’이라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아이가 어른이 된다는 것에 관해,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감각․감정,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관해 들려준다. 비성년의 시간을 담아낸 열두 편의 시, 시를 구체화하며 다른 어른과 시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열두 편의 산문을 엮었다. 또한 예술비평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 양효실의 비평에세이를 발문으로 덧붙여, 문학평론과는 조금 다른 관점과 맥락에서 이 책을 더 잘 읽을 수 있는 법을 안내한다.

『교실의 시』는 교실과 십대 시절, 비성년의 시간에 관해 시를 쓴 시인들에게 기존에 썼던 시 한 편을 고르고, 그 시가 자아내는 정서나 감각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산문 형식으로 자유롭게 써달라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이때, 시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해야 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십대 시절의 기억, 또는 감각이나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때 생각하던 어른과 세상은 어떤 것이었고,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나요? 또는 어른이 되지 못했나요/않았나요? 스무 살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어떻게 어른이 되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대입니다. 우리가 십대 시절과 비성년의 시간, 그러니까 ‘어른’의 경계나 바깥에서 삶을 더 잘 꾸릴 수 있는 감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시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시인들이 시와 산문을 엮어 들려주는 사려 깊은 대답에서, 우리는 먼저, 시인들이 왜 이 시를 썼는지, 시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어떤 마음들이 시가 되는지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 삶과 시의 언어가 서로 어떻게 스며드는지에 관해, 가장 접근하기 쉬울 이야기를 듣는다. 한편, “산문은 시를 보충하도록, 암시적인 시를 이해 가능하게 만들 임무가 있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이 책의 시와 산문은 보충적이라기보다는 병렬적이다. 굳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산문은 따로 읽을 만한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양효실, 「발문」) 실제로, 이 책에 참여한 시인들은 대부분 탁월한 산문가이거나 소설가이거나 평론가이다. 자전적이고 담백한 글부터 단편소설처럼 읽히는 글, 산문시 같은 글, 비평에세이,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뒤섞은 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고유한 스타일을 선보여 독자들은 다양한 산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테마나 결을 가진 글들을 네 개의 부로 묶었는데, 1부에는 시인들이 십대 시절과 현재를 교차시키며 시 쓰기와 성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들을, 2부에는 죽음과 삶, 세월호, 상징적 죽음에 관한 글들을, 3부에는 몽환적이고 부조리한 기억을 담아낸 글들을, 4부에는 여러 시간들, 또는 여럿의 ‘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말하는 글들을 실었다.

 

교실의 의미, 다른 어른의 탄생?

교실은 칠판과 교탁, 책상과 의자, 사물함,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교사가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이다. 또한 우리가 학교와 가정에 속해 있어야 했던 십대 시절, 즉 어른의 바깥에 존재하는 시간인 동시에, 아이가 처음 접하는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교실’이라고 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2014년 세월호의 아이들과 단원고의 교실을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이 집단기억과 ‘집단적 외상’으로 인해 이 책에는 세월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두 편의 시와 산문이 실려 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배움, 훈육과 폭력, 권력관계, 우정, 사랑, 그리고 온갖 감정과 상처들을 경험하면서, 또 그것을 긍정하거나 부정·단절하면서 ‘어른’ 또는 ‘비성년’, 아니 ‘나’가 되어간다. 교실은 지금의 우리를 만든 어떤 감성과 태도의 원형·기원이 존재하는 곳이다. 『교실의 시』가 주목하는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 책은 시인들의 예민한 감각과 언어를 통해, 그때의 교실과 지금 우리 삶을 겹쳐 다른 풍경을 발견해내고자 했다. 어른과 성장과 성숙에 관해, ‘어른’의 타자로 여겨지는 ‘아이’, 그리고 그 시절의 감성과 경험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고 다른 어른을 상상하고자 했다. 우리는 어떻게 지금-여기까지 왔을까? 진부한 어른이 되지 않고 어떻게 다르게 잘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시인들의 대답은 저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일관된 흐름을 발견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황인찬은 “그 모든 미숙함과 흉함과 어리석음의 시간”을, 서윤후는 “나도 모르게 부모에게 흠집이 되어선 안 된다고 다짐했던 애어른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황인찬은 “여전히 학창 시절의 나에게 사로잡혀 있으며,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고, 서윤후는 “그것이 내 것이 아닐 수 없다는 절망감을 순순히 껴안”는다. 배수연은 “내가 가진 고통이 부끄러워 스스로를 은폐하지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는 일”이 “더 이상 몸이 자라지 않는 사람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성장”이라고 쓴다.

그러므로 김현은 “어른이란 어디서든 울음을 터뜨릴 줄 아는 이”이자 “어디서든 웃음을 터뜨릴 줄 아는 이”이며, “타인의 얼굴에서 시간을, 시간에 힘입어온 기쁨과 슬픔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어른’을 다르게 정의한다. 신철규는 학교 교육이 어른이라고 가르치는 것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임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슬픔이 어디에서 오는지 오래 생각”한 후, 다른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유진목 역시 “나는 나대로 내가 정한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십대 시절에 함께했던 어른들과 멀어져 “내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한편, 임솔아와 김승일은 산문에서도 비성년 화자를 불러내 마음의 원형을 드러내고, 그것이 어떻게 시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임솔아는 아이가 동네와 학교와 운동장을 떠돌게 하고, 김승일은 여러 장소와 시간과 목소리들을 겹쳐놓는다. 서효인은 기억에서 거의 다 지웠던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며, 그 교실의 흔적이 “이제 사회 곳곳으로 나아가 밥벌이하”고 사는 동년배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그들은 “혐오가 혐오인지 모르고,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는 무뢰배”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수많은 기억 및 목소리들과 함께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오은은 “나는 무수한 척을 거쳐 어른이 되었”고, “보이는 나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진짜 나는 상대적으로 희미해질 수밖에 없”지만, ‘척하는 일’이 진짜 나와 완전히 괴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신해욱은 “다 큰 사람이 되었는데도 나를 의탁할 수 있는 ‘어른’을 간절히 원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진정한 어른’ 같은 것은 평생 될 수 없”지만, “누가 나를 지켜주거나 가만히 지켜봐주는 듯한 기분”으로 “혼자이면서 혼자가 아닐”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김행숙은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슬픔에 관한 기억을 끄집어내고, ‘왜 울었을까?’라고 오랫동안 남아 있던 물음에 대해 대답한다. 그러면서 ‘투명인간’조차 되지 못하고 “불편하게 자꾸 거슬리는 존재”, 즉 ‘소수자’였던 그 아이를 발견해낸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 속을 헤매며, 시와 함께 “내 슬픔에 대해 충분히 응대하고 항의하고 끌어안으려고 하는 사람이 되”(서윤후)면서, 무수한 ‘나’를 만나면서 기존의 어른이라는 관념 자체를 무용하게 만드는 이들이 탄생하는 중일까?

 

공통의 마음 풍경, 시인들의 시간 제조법

시인들의 십대 시절과 교실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는『교실의 시』는 여전히 그 시기를 떠나지 못하는, 또는 그 시기를 서서히 잊어가는 사람들을 가슴 시린 교실로 초대한다. 201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대부분 1980년대생인 시인들은 이 산문들을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써내려갔으며, 한때 나였을 아이와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인 개인의 내밀한 마음 풍경인 동시에, 우리가 통과했고 통과 중인 바로 그 시간에 관한 낯설지 않은 이야기, 2010년대를 지나는 이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마음 풍경이기도 하다.

이때, 과거를 쉽사리 낭만화하지 않으며 노스탤지어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그것은 “한때 아이였거나 계속 아이인 사람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수인으로, 약자로,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존재로 살아”가며,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견디면서 지금-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기적이거나 악몽”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 속 교실은 빛보다 어둠이 더 짙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이 “그때를 지금으로 감각하는 시인들, 그때를 떠나지 못하는 시인들의 지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중첩되고 각자의 논리적 자리에 상호 간섭하는 시와 산문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나간 것은 단 한 번도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 계속 돌아오는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살을 부여하는 일의 무의미한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양효실, 「발문」) 이 책은 그때와 지금, 그리고 여러 시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꿈같은 기억들, 기억 속의 타인들, 내 안의 어른 아닌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여기서 시간을 끌어안는 시인들의 용감한 태도, 또는 세심한 윤리를 배우게 된다. 그렇게 진부한 어른이 아닌 다른 존재의 탄생을 본다. 또한 시와 산문에서 과거와 현재를 겹치며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는 시인들의 시간 제조법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체험이 될 것이다.

차례

1부 성장
교실 미수 _황인찬
아직, 비둘기신가요 _배수연
그래서 너는 무엇이 되었니 _서윤후

2부 흔적
누군가 창문에 입김을 불어 쓴 글씨 _김현
돌아갈 수 없는 교실 _신철규
내 엄마의 죽음 _유진목

3부 꿈
매일 밤 운동장 _임솔아
내가 쓰지 않는 것들 _김승일
1996, 그들이 교실을 지배했을 때 _서효인

4부 나
척 보면 척 _오은
도플갱어의 도플갱어 _신해욱
내 이름은 빨강 _김행숙

발문 그때-거기라는 지금-여기, 아니 지금-여기라는 그때-거기 _양효실

지은이 소개

지은이·옮긴이

김승일 지음

1987년 과천에서 태어났다. 시집 『에듀케이션』 등이 있다.

김행숙 지음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시집 『사춘기』『이별의 능력』『타인의 의미』『에코의 초상』『1914년』, 산문집 『에로스와 아우라』『사랑하기 좋은 책』『천사의 멜랑콜리』 등이 있다.

김현 지음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낮의 해변에서 혼자』, 산문집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등을 썼고, 소설집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등에 작품을 발표했다. 제22회 김준성문학상,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받았다.

배수연 지음

198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시집 『조이와의 키스』 등이 있다.

서윤후 지음

1990년 정읍에서 태어났다.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휴가저택』, 산문집 『방과 후 지구』 등이 있다.

서효인 지음

1981년 목포에서 태어났다.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잘 왔어 우리 딸』 등이 있다.

신철규 지음

1980년 거창에서 태어났다.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등이 있다.

신해욱 지음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시집 『간결한 배치』『생물성』『syzygy』, 산문집 『비성년열전』『일인용 책』 등이 있다.

오은 지음

1982년 정읍에서 태어났다.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유에서 유』『왼손은 마음이 아파』『나는 이름이 있었다』, 산문집 『너랑 나랑 노랑』 등이 있다.

유진목 지음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시집 『연애의 책』『식물원』, 산문집 『디스옥타비아』 등이 있다.

임솔아 지음

1987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장편소설 『최선의 삶』 등이 있다.

황인찬 지음

1988년 안양에서 태어났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희지의 세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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