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 속 역사 여행(개정증보판)

신병주, 노대환 지음

발행일 2005년 7월 4일
ISBN 8971992166 03910
면수 396쪽
판형 국판 148x210mm
가격 15,000원
분류 고전 단행본
수상∙선정 2002 책따세 겨울 권장도서
주요 내용

이 책은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홍길동전』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 소설을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들여다본 대중 역사서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과연 소설처럼 살았을까’라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고전 소설 속에서 역사의 한 단면을 끄집어내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 조선의 정치사뿐 아니라 사상과 경제, 사회와 문화, 생활과 풍속의 역사까지, 소설에서 다뤄진 소재와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당시의 풍속화와 문헌 등 관련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서술하였다.

차례

금오신화 ―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결합된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광기와 절의의 지식인 김시습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건의 배경을 우리나라의 현실로 설정하면서도 결정적인 상황은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에 기반을 두는,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배합한 구성을 보여 준다. 이 장에서는 세조의 왕위 찬탈에 충격을 받은 김시습의 은둔과 방랑, 그의 사상적 특징 등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설공찬전 ― 금서가 된 조선시대판 귀신 이야기중종대의 학자 채수가 지은 『설공찬전』은 이문건의 『묵재일기』의 이면에 숨겨져 있다가 1996년 서경대 이복규 교수에 의해 발굴되면서 무려 5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은 설공찬의 혼령이 사촌 동생 공침의 몸에 깃들어 들려주는 지옥 이야기가 중심 내용인 이 소설은 『조선왕조실록』에 여섯 번이나 기록될 정도로 엄청난 필화 사건을 일으켰다. 이 책은 성리학의 전파에 앞장서야 할 유학자가 화복이 윤회한다는 사상을 담은 글로써 백성을 현혹한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는데, 이를 통해 조선시대에도 체제 유지를 위해 학문과 사상을 엄격히 통제했음을 알 수 있다.

전우치전 ― 소설로 다시 태어난 민중의 희망 전우치환술과 기예에 능했다고 전해 오는 실존 인물 전우치의 신비한 행적을 소설화한 작품으로, 약자인 백성들의 편에 선 주인공이 도술로써 기존의 권위와 힘에 맞선다는 내용을 통해 당시의 민중의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또한 전우치가 서경덕 형제와 도술을 겨루는 후반 내용으로 미루어 16세기 조선시대에 도가 사상이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임진록 ― 전쟁 영웅들의 무용담『임진록』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가공의 인물과 실존 인물의 활약상이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된 전쟁 소설이다. 몸을 돌보지 않고 왜군과 대항한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그들에 대한 민중의 존경심을 읽을 수 있다. 사명당이 일본으로 건너가 항복 문서를 받아 오는 허구적 장면을 통해 당시 민중들이 소설 속에서나마 일본을 정벌하여 치욕을 씻고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의 소설 속 행적은 당시 민중들에게 또 다른 점령군의 모습으로 다가선 명의 실체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데, 이처럼 『임진록』은 임진왜란에 대한 민중들의 냉엄한 역사 평가서라 할 수 있다.

홍길동전 ― 영웅 소설에 담긴 서얼들의 한풀이개혁 사상가 허균이 지은 한글 소설로, 신분 제도가 엄격한 성리학 중심 사회에서 서얼 차별이라는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서얼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조선시대 신분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았으며, 소설의 모델이 된 ‘칠서지옥’ 사건, 연산군대의 실제 도둑 홍길동, 서얼 출신의 스승 이달에 관한 내용, 그리고 “천하에 두려워할 바는 백성뿐이다”라는 민본 사상을 뚜렷이 밝힌 허균의 사상과 파란만장한 삶을 소개하고 있다.

계축일기 ― 광해군은 정말 패륜아인가?광해군에 의해 서궁으로 내쫓긴 인목 왕후 측근의 궁녀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 글은, 인목 대비의 비참한 생활을 강조하고 광해군을 왕의 자격이 없는 패륜아로 묘사함으로써 인조반정의 명분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후 피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고 대동법을 시행해 서민의 부담을 줄여 주었으며,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펼쳐 정치적 안정을 꾀한 광해군은 역사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할 대표적인 인물이다.

박씨전 ― 병자호란의 치욕과 여걸의 탄생추녀에서 절세미인으로 탈바꿈한 박씨 부인이 병자호란을 맞아 청나라의 군대를 물리치는 활약상을 담은 『박씨전』은 병자호란을 조선이 승리한 전쟁으로 그림으로써 민중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이 장에서는 『박씨전』의 또 다른 짝 『임경업전』의 주인공 임경업이 맞이한 비참한 최후와 오랑캐에 항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려 한 민중의 열망, 그리고 소현 세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그로 인해 왕위에 오른 효종이 재위 10년 동안 펼친 북벌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사씨남정기 ― 가정 소설의 형식을 취한 정치 풍자 소설
사씨를 인현 왕후, 교씨를 희빈 장씨, 유 한림을 숙종에 빗댄 이 소설은 서인 가문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만중이 남해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지은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처첩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 가정 소설이지만, 이면에는 왕비에 책봉된 희빈 장씨의 간악함을 알리고 인현 왕후를 하루빨리 맞아들일 것을 표현한 정치 풍자적 성격이 강하다. 한글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말로 쓰인 ‘국민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만중의 사상과 정쟁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가문 배경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장화홍련전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계모 소설전실 자식과 계모가 겪는 갈등은 장화와 홍련 자매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꽤 일반화된 사회 문제였다. 이는 『장화홍련전』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당시에 『콩쥐팥쥐전』·『김인향전』·『황월선전』 등 비슷한 계모형 소설이 유행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장화홍련전』은 그러나 계모를 못된 인물로 그린 데 비해 장화의 죽음을 직접 지시한 아버지 배 좌수에게는 면죄부를 부여한 점에서 전통 시대의 남녀 성 차별 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인현왕후전 ― 두 여인의 치마폭에 가려진 정치사널리 알려진 대로 희빈 장씨를 악녀로, 인현 왕후를 후덕한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두 여인의 갈등과 엇갈린 운명의 원인을 단순히 희빈 장씨의 악독한 성격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의식이 결여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인현 왕후와 희빈 장씨는 왕권을 강화하고자 환국 정치를 펼친 숙종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었던 인물로, 둘 다 정쟁의 희생양이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장에서는 내명부와 외명부로 구성된 궁중의 여인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궁중 생활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하였다.

한중록 ― 사도 세자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말‘閑中錄’ 또는 ‘恨中錄’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직접 쓴 4편의 기록문이다. 제1편에서는 어린 시절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궁중에 들어온 이후 회갑연에 이르기까지 궁에서 겪은 일을, 나머지 세 편에서는 역적으로 몰린 자신의 친정을 변론하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제4편에서는 남편 사도 세자의 죽음에 관한 내용을 폭로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사도 세자의 죽음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진실과 거짓을 하나하나 추적해 나가고 있다.

춘향전 ― 춘향전 속의 역사, 역사 속의 춘향전한국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러브 스토리 『춘향전』의 허구와 진실을 살펴본다. 춘향과 이몽룡이 맺어지는 데 나이상의 문제는 없는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이몽룡이 춘향과 헤어진 1년 후 장원 급제를 하는데 이는 과연 가능한 일인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상피제가 엄격히 실시된 조선시대에는 관리가 고향이나 연고지로는 부임할 수 없는 데도 소설 속 이몽룡은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내려오며, 고을 수령 변학도는 수청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역 죄인을 대하듯 춘향에게 큰칼을 씌운다. 이 모두는 춘향과 이 도령의 사랑을 극적으로 이어 주기 위해 작자가 만들어 낸 허구적 장치들이다.

옹고집전 ― 불교 배척론자 옹고집의 개과천선기이 소설의 전반부에 나타나는, 심술 사나운 옹고집에게 구박받는 승려의 모습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탄압받은 승려들의 고달픈 삶을 보여 주는 것이다. 유학자들에게 철저히 배척당하던 불교는 임진왜란 때 승병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성리학이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린 조선 후기에는 더욱 심한 제재를 받았다. 도첩제의 강화로 중이 되기도 힘들었으며, 중이 되더라도 일반인보다 더 많은 세금과 노역의 부담을 짊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불교는 『옹고집전』의 학 대사가 도술로써 옹고집을 혼낸 것처럼, 신비주의적 요소를 매개로 사회 저변층의 호응을 얻음으로써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허생전 ― 허생의 삶에 투영된 박지원의 꿈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수록되어 있는 「허생전」은 역관 변씨의 지원을 받아 일약 갑부가 되는 허생의 이야기로서, 도시와 상업이 발달한 18세기 후반의 사회상을 보여 줄 뿐 아니라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공리공담만을 일삼는 양반과 위정자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허생은 북벌주의자 이완을 만나 청을 보고 배움으로써 진정으로 북벌을 이룰 수 있다는 비결을 알려주는데, 이는 당시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며 북학파의 영수인 박지원의 진보적 사상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은애전 ― 국왕 정조, 1급 살인범을 석방하다정조대에 실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왕명으로 이덕무가 기록한 『은애전』은 18세기에 살인 사건의 처리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명의 법률인 『대명률』을 따른 조선의 법률은 일정 정도 ‘피의 복수’를 허용하고 있었는데, 정조는 예를 중시하고 풍속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안 노파를 살해한 김은애와 마을 사람을 죽인 신여척 등 1급 살인범을 풀어 준다. 예교를 강조한 정조의 이러한 행위는 아버지 사도 세자의 억울한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홍경래전 ― 생생한 민중 항쟁사
1811년 평안도 가산에서 일어난 ‘홍경래의 난’의 전개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홍경래와 민중의 편에 서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고려의 도읍이었을 뿐 아니라 성리학이 늦게 보급되어 차별을 받던 평안도는 정치적, 경제적 역량이 강화되어 가던 조선 후기에도 계속해서 차별과 수탈에 시달렸는데, 그에 따라 홍경래를 중심으로 민중 봉기가 일어났다. 홍경래의 봉기군은 정주성에서 결국 관군에게 패하였지만, 홍경래의 이름은 민중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저항의 상징이자 희망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것은 이후 체제에 저항하던 여러 인물들이 ‘홍경래 불사설’을 유포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배비장전 ― 배 비장, 절해고도 제주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다조선시대에 제주는 최악의 유배지로 알려질 만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절해고도였다. 이곳 제주를 배경으로 한 『배비장전』은 새롭게 관인 사회로 진입한 배 비장이 기생과 방자, 제주 목사의 꾐에 빠져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장에서는 율곡 이이도 피해 가지 못한 조선시대 관인 사회의 신고식 문화인 신참례의 기원과 다양한 형태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흥부전 ― 해학으로 풀어 간 빈농과 부농의 갈등과 화해조선 후기 농업 기술의 발달로 급성장한 부농 놀부와 임노동자로 전락한 빈농 흥부의 이야기인 동시에 성리학이 사회 저변으로 뿌리내리면서 정착한 ‘장자 상속제’로 인해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장자 놀부와 가난뱅이가 된 둘째 흥부의 이야기이다. 특히 흥부 부부가 품팔이로 했던 온갖 잡일들 즉 용정방아 키질하기, 매주가에 술 거르기, 초상집에 제복 짓기, 전답 무논 갈기, 마철(馬鐵) 박기 등은 조선 후기 농촌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두 주인공이 박을 켜는 장면으로, 특히 흥부의 박에서 나온 갖가지 귀중품과 풍성한 곡식, 화려한 의복 등은 당시 가난한 농민들이 가장 바라던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 준다.

채봉감별곡 ― 매관매직의 사회사
벼슬에 눈이 먼 아버지 때문에 약혼자와 떨어져 세력가의 첩이 될 뻔했던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다시 약혼자와의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이다. 많은 인원을 무계획적으로 선발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던 과거제는 조선 후기 들어 부패한 권력과 검은돈이 개입되면서 더욱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는데, 그에 따라 사람들은 매관매직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개에게까지 관직을 내리고 돈을 요구한 조선 후기의 문란한 사회상, 특히 매관매직의 실상이 잘 반영되어 있다.

심청전 ― 조선시대 맹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심청이 부활하지 못했다면 심 봉사의 삶은 어떠했을까?’라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맹인들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맹인들은 주로 점치는 일과 악기 연주, 여자의 경우 가무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 나갔다. 조선시대에도 정부는 나름의 사회 보장 제도를 통해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맹인 같은 장애인을 위한 구휼 정책을 시행하였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무엇보다 마을 공동체 조직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또한 조선 정부는 충신·효자 등에 대해 대대적인 표창을 실시했기 때문에 심청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더라도 심 봉사는 굶어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은이·옮긴이

신병주 지음

申炳周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대학교 규장각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규장각 도서 자문포럼위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전문위원, 조선시대사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공저, 돌베개, 2005), 『조선 중, 후기 지성사 연구』(새문사, 2007),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책과함께, 2007), 『이지함 평전』(글항아리, 2008), 『조선평전』(글항아리, 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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