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2판 열하일기(전3권)
원제 | 熱河日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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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5년 6월 9일 |
ISBN | 9791194442202 94810 |
면수 | 1698쪽 |
판형 | 변형판 175x225, 소프트커버 |
가격 | 105,000원 |
『열하일기』의 원형을 재현한
완역 ‘개정2판’ 『열하일기』
돌베개가 2009년에 출간한 완역본 『열하일기』(김혈조 옮김, 돌베개, 2009)는 ‘박영철본’을 저본으로 번역한 책이고, 8년 뒤에 출간한 개정신판 『열하일기』(김혈조 옮김, 돌베개, 2017)는 연민 이가원 선생이 기증한 친필초고 및 대표 이본 몇 가지를 교감하여 번역하고 수정한 책이다. 이번에 출간한 개정2판 『열하일기』는 친필초고 및 대표 이본 30종을 교감한 『정본 열하일기』(돌베개, 2025)를 저본으로 하여 새롭게 번역한 책이다. 개정2판이야말로 후인이 각색하지 않은, 연암이 처음 쓴 그대로의 『열하일기』를 최대한 재현하였다.
조선의 블랙리스트!
연암 박지원과 『열하일기』
조선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을 고른다면 단연 손에 꼽을 정도로, 『열하일기』는 조선 최고의 문학 작품이다. 조선의 대문호라 불리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명성도 『열하일기』로 인해 더욱 높아졌다. 주지하다시피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의 중국 기행문이다. 그는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에 끼어 중국을 다녀왔다. 공적인 소임이 없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던 연암은 북경 여행과 함께 전인미답의 열하 지방을 체험하였다.
1780년(연암 44세) 10월 말, 연암 박지원은 중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즉시 『열하일기』 집필에 전념했다. 집필이 끝나기도 전에 초고의 일부가 주변의 지인들에 의해 전사(傳寫)되었고, 급기야 한양에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연암체’(燕巖體)라는 새로운 글쓰기 문체가 생겨날 정도로, 『열하일기』는 당시 독서계와 문인 지식층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열하일기』는 당시 문단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새로운 글쓰기 시도에 환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나라 연호를 썼다 하여 노호지고(虜號之稿)라고 비방하였다.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추진하던 국왕 정조(正祖)까지 이 작품을 주목하고 문제시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에 속한다. 시대착오적인 반청(反淸) 사상을 풍자하고 조선을 낙후시킨 양반 사대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등 현실 비판적인 내용과 신랄한 표현이 담긴 이 책은 연암 당대는 물론이고 조선조 내내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연암 당대는 물론이고 손자 박규수가 우의정으로 있던 조선 말기에도, 그리고 서적의 출판과 보급이 비교적 활황을 보였던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도 공간(公刊)되지 못하고 오직 필사로만 유통되었다.
불온함, 원형 그대로의 파격
국왕 정조가 당대 조선의 문체의 문란함은 모두 연암 박지원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지목할 정도로, 연암의 『열하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책으로 간행되지 못했고, 필사본으로만 전파되었다. 여러 필사본을 비교해보면 필사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내용이 추가된 경우, 순서를 바꾼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당대인 및 후대인이 『열하일기』를 윤색하는 과정에서 『열하일기』는 고유한 개성과 참신성을 잃고 말았다. 이번 개정2판은 연암이 쓴 친필초고본과 대표적인 이본 30종을 비교해, 최대한 분식을 걷어내고 원형 그대로의 파격을 보여준다.
당대인 및 후인의 개작의 예
1) 초고본은 날짜를 표기할 때 ‘건륭’이라는 청나라 연호를 사용하여, 오랑캐 연호를 쓴 책이라는 뜻의 ‘노호지고’(虜號之稿)라고 폄하되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이후의 필사본들은 이 연호를 삭제하고 명나라를 ‘황명’(皇明) ‘유명’(有明)으로 표현함으로써 숭명반청(崇明反淸)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숭명반청 의식이 하나의 국시로 통용되어 민족의 건전한 이성을 마비시키던 상황을 감안하면, 국호에 대한 표현은 일종의 사상 검증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예민한 문제였다.
2) 연암은 우리의 일상어, 속담 등 우리말을 한자화하여 과감하게 한문 문장에 섞어서 사용하였다. 술이 달린 모자인 상모를 ‘象毛’(상모)로 음차해서 표현하고, 물건을 파는 상점을 ‘假家’(가게)로 표현한 것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당대의 문인들은 이를 한문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정통 한문 표현으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상모’와 ‘가가’를 ‘모모’(毦毛)와 ‘항사’(巷肆) 등의 중국 고문식의 표현으로 바꾸었다.
3) 천주교에 대한 부분도 많은 개작이 이루어졌다. 이 부분은 후대의 필사자들이 개작한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연암 스스로 자기검열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1801년 신유사옥으로 천주교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처벌이 있었던바, 『열하일기』 역시 이 문제를 비켜가거나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천주교 교리를 삭제함은 물론, 천주교와 관련된 일체의 용어, 나아가서 서양의 기물을 고치거나 삭제하였다. 「황도기략」편에 나오는 ‘천주당’과 ‘천주당화’라는 제목을 ‘풍금’과 ‘양화’(洋畵)로 위장하고, “구라철현금은 천주교의 기물이므로 천금이라고 한다”(此系天主器物故名天琴)는 말은 그 자체를 삭제하였다. 뿐만 아니라, 예수라는 명칭이 들어간 부분의 긴 문장은 완전히 다른 문장으로 대체하였다. 연암은 북경 남당의 천정에 그려진 벽화의 인물이 자신에게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았는데, 그게 바로 예수임을 알아보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언급 자체는 천주교도로 오인될 소지가 있으므로, 벽화 그림에 대한 논평으로 교체하였다.
4) 연암의 자유분방한 사고와 행동, 풍속이나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내용이 개작되거나 삭제되었다. 동성애에 대한 호기심, 중국 여성에 대한 묘사, 투전판에 끼어든 연암의 무용담 혹은 음식의 기호에 대한 언급 등은 점잖은 양반 체통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인지 모두 다른 내용으로 바꿔치기하였고, 고약한 중국인을 골려 주는 장난기와 관광에 들떠서 호들갑스러운 모습 등 솔직하고 좌충우돌하는 연암의 모습은 적당하게 다른 내용으로 갈아 치웠다. 그리하여 연암이라는 인물의 개성을 없애고 오직 점잖고 교양 있는 양반의 모습으로 꾸며놓았다.
『열하일기』 「경개록」 편의 ‘왕삼빈’을 소개하는 항목은 대부분의 필사본에서는 수록되지 않았는데, 내용이 워낙 파격적이어서인지 항목 자체를 누락시킨 듯하다.
왕삼빈王三賓은 민閩 지방(복건성福建省) 사람이다. 나이는 스물다섯인데, 아마도 윤형산의 청지기 같기도 하고 혹시 기려천의 비복 같기도 하다. 창대가 말하기를,
“어제 아침에 우연히 명륜당 오른쪽 문 가리개 아래에 있었는데, 기려천과 왕삼빈이 팔짱을 끼고 목을 나란히 하여 홰나무 뒤에 서 있더니 한참 뒤에 입을 맞추고 혀를 빨더군요. 마치 전각 위의 얼룩무늬 목을 한 비둘기처럼 하였는데, 사람이 가리개 사이에 있으면서 훔쳐보는 줄도 모릅디다. 왕삼빈은 수도 없이 음란한 교태를 간드러지게 떨더이다. 그저께 새벽에는 책을 가지고 윤 대인의 구들방에 갔더니 왕삼빈이 윤 대인의 이불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책을 받았습지요.”
라고 한다. 곡정의 비복인 악씨鄂氏도 그 아름다운 젊은이를 닮았다. 왕삼빈은 비단 얼굴이 잘생겼을 뿐 아니라, 글씨를 이해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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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차례>
머리말 /「열하일기서」 熱河日記序
압록강을 건너며 / 도강록 渡江錄
심양의 이모저모 / 성경잡지 盛京雜識
역참을 지나며 쓴 수필 일신수필馹迅隨筆
산해관에서 북경까지의 이야기 / 관내정사關內程史
북경에서 북으로 열하를 향해 / 막북행정록漠北行程錄
<2권 차례>
태학관에 머물며 / 태학유관록太學留館錄
북경으로 되돌아가는 이야기 / 환연도중록還燕道中錄
열하에서 만난 친구들 / 경개록傾蓋錄
라마교에 대한 문답 / 황교문답黃敎問答
반선의 내력 / 반선시말班禪始末
반선을 만나다 / 찰십륜포札什倫布
사행과 관련된 문건들 / 행재잡록行在雜錄
천하의 대세를 살피다 / 심세편審勢編
양고기 맛을 잊게 한 음악 이야기 / 망양록忘羊錄
곡정과 나눈 필담 / 곡정필담鵠汀筆談
피서산장에서의 기행문들 / 산장잡기山莊雜記
<3권 차례>
요술놀이 이야기 / 환희기幻戱記
피서산장에서 쓴 시화 / 피서록避暑錄
피서산장에서 쓴 시화 보충 / 피서록보유避暑錄補遺
장성 밖에서 들은 신기한 이야기 / 구외이문口外異聞
옥갑에서의 밤 이야기 / 옥갑야화玉匣夜話
북경의 이곳저곳 / 황도기략黃圖紀略
공자 사당을 참배하고 / 알성퇴술謁聖退述
적바림 모음 / 앙엽기盎葉記
동란재에서 쓰다 / 동란섭필銅蘭涉筆
의약 처방 기록 / 금료소초金蓼小抄
양매죽사가에서 쓴 시화 / 양매시화楊梅詩話
청나라 인사들이 보낸 편지 / 천애결린집天涯結隣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