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 신영복 글, 그림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5.8.21 | 목록
신영복 지음
발행일 1996년 9월 12일 | 면수 160쪽 | 판형 국판 148x210mm | 가격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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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일간지에 1995년 11월부터 1996년 8월까지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엮었다.

꼭 읽어야 할 책이라 하더라도 굳이 출간하자마자 바로 읽는 편이 아니라 조금 숙성시켜서 읽기도 한다. 도서 정가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책값이 많이 떨어지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할인이나 50% 할인 리퍼브 행사 뭐 이런것도 못하게 되었으니….

그나저나 이 책은 나로서는 연재한 글이 처음 나오고 딱 20년 만에 읽게 된 책. 만나야 할 글이나 책은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되어 있다, 오래 못 만난 보고 싶은 벗들이나 분단된 조국이나 마찬가지….

매주 한 곳의 여행지를 선정하고 사전 자료를 만들고, 현지를 여행하고(글을 쓰기 위해) 글을 신문사에 보내는 패키지 상품으로 신문사와 계약을 하고 이 글들이 만들어졌다고 지난번 강좌에서 들은 기억이 새롭다. 물론 매주 글을 짜내야 하는 고통 또한 만만하지 않았다고~

『변방을 찾아서』부터 읽고 이 『나무야 나무야』는 분량도 분량이고 내용도 내용이라 가까운 국내 여행지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때 읽으려고 아껴 두었던 책, 이런 여행용 서적은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오는 우리고전 100선이나 범우사에서 나오는 핸드북 시리즈 등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런 책들은 곧장 읽히지 않는다는 장점과 단점을 같이 가지고 있다. ㅎㅎ

일주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음날 출근을 앞두고 집에서 하루 쉬면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시간이 남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한 번에 죽 읽어 내려갈 정도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는 않다. 이런저런 생각을 다면적으로 하게 해주는 그런 철학이 같이 실린 여행서.

먼저 주제를 선정하고 그러한 주제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찾아가는 순서로 글을 만들었고, 의외로 직접 가보고 대상을 잘못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고 되돌아온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글과 책 전체에서 흐르는 분위기는 과거를 읽기보다는 현재를 읽기를 바라고, 역사를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고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정의한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 묻히지 말고 역사의 수레 바큇자국에서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의 방향성을 잡으라는 것.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저자에 의하면 신라의 통일이 백제 땅에 미륵불이 많이 남게 하는 나비효과를 생각해야 하며, 천수관음상에서 손과 발이 모자라는 어머니의 손이 여러 개였으면 하는 것,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야이기에서 부를 축적한 당시의 평민 계층이 지배체제의 개편 과정에서 정치, 경제적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사회 변동기의 지배계층의 경멸과 경계심으로 의해 만들어낸 ‘바보온달’이라는 이름을 분석해내며, 토황소격문에서 해운 선생의 글이 명문장이라고 하더라도 황소가 당시 당나라의 학정에 견디지 못하여 궐기한 농민 장수인 한 그것이 고운의 반농민적인 입장을 증거한다는 논리를 찾아내는 것을 ‘역사에서 배운다’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서 반드시 원리를 추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시류에 따라 움직이며 중요한 팩트와 역사적 사실들과 사고들에 대해서 쉬 잊고 휘둘리는 양떼들과 같다.

원리를 찾아가고, 잊어야 할 일들은 잊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하고, 용서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관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여러 가지 주요한 원리들 중에서 ‘역사에서 배운다’라는 것을 여행을 통해서 현지답사를 통해서 다시 돌아보는 생각 여행을 떠난 여행기.

그래서 제목이 『숲』이 아닌 『나무야 나무야』의 나무를 보라는 뜻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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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신라가 백제 땅에다 거대한 미륵 입상을 세운 이유에 대하여 주목하고 주의하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백제 땅의 모든 미륵들은 빠짐없이 이 미륵장륙상 앞에 와서 절하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패망한 백제인의 부흥 의지를 결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민중적 미륵신앙을 체제 내로 수렴하려는 통일신라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아닌가에 대해서도 의심하라던 당신의 충고가 떠올랐습니다.

– 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는 부를 축적한 당시의 평민 계층이 지배체제의 개편 과정에서 정치, 경제적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사회 변동기의 사료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보온달’이란 별명도 사실은 온달의 미천한 출신에 대한 지배계층의 경멸과 경계심이 만들어낸 이름이라고 분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꼐 창작하고 그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승낙한 온달 장군과 평강공주의 이야기를 믿습니다. 다른 어떠한 실증적 사실보다도 당시의 정서를 더 정확히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완고한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미천한 출신의 바보 온달을 선택하고 드디어 용맹한 장수로 일어서게 한 평강공주의 결단과 주체적 삶에는 민중들의 소망과 언어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편안함’ 그것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물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추억의 물이며 어딘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입니다.

– 당신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일기보다 ‘현재’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 아마 우리가 고운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당나라에서 그의 문명을 드날린 "토황소격문"에서였다고 기억됩니다. 그 격문이 비록 적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명문이라 하더라도 황소가 당나라의 학정에 견디지 못하여 궐기한 농민 장수인 한 그것은 고운의 반농민적인 입장을 증거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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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들 젊었을 때 여행을 많이 하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냥 여행을 많이 다니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요즘처럼 먹고 마시고, 인증샷 몇 방을 남기고, 면세품 몇백만 원어치를 국내보다 싸게 들여오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지 말고, 국내나 해외나 그곳의 그 현장에서 과거에 그리고 오늘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어디를 향해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저자와 같은 ‘역사에서 배우는’것을 동반하는 여행을 많이 하고 세상을 향해 눈을 뜨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과 수양으로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라는 뜻이리라…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찾아가는 여행도 많이 하고, 원리에 접근하여 바람직한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도 많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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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함축한 곳을 찾아 떠나 그곳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을 오늘의 우리가 새로이 알아야 할 그 무엇이라 생각하고 엽서에 편지 쓰듯 쓴 글들을 모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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