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

M. T. 앤더슨 지음, 장호연 옮김
2018년 4월 27일 출간

끝내 무릎 꿇지 않은 도시 레닌그라드,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 위대한 음악에 바치는 가슴 벅찬 논픽션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장송교향곡이다.”

1941년 9월,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국방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했다. 서양 역사상 가장 길고 가장 파괴적인 포위전의 시작이었다. 2년 반 동안 폭격과 굶주림과 추위로 백만 명 넘는 시민들이 죽었다. 생존자들은 죽은 자들을 파묻을 수단도 기력도 없어서 혹한의 거리에 시체들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회고한다.
히틀러의 나치 침략군과 스탈린의 소비에트 독재로부터 이중의 압박을 받은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동료 시민들을 고취하고 결집시키고 칭송하고 기념하는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작곡했다. 용기의 결정체인 이 곡은 마이크로필름에 담겨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전달되어 연주되었다. 그 결과 추축국에 맞선 연합국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놀라운 기여를 했다.
마침내 1942년 8월 9일, 레닌그라드. 전쟁으로 절반 넘게 죽고 뿔뿔이 흩어졌던 레닌그라드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살아남은 단원들과 여러 연주자들이 모여서 카를 엘리아스베르크의 지휘로 시민들 앞에서 처음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이 실황은 확성기를 통해 도시 곳곳으로, 전선에 선 군인들에게로, 패색이 짙어 가던 독일군의 막사로 울려 퍼진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포위된 도시에서 벌어진 실화로, 참혹한 역경에 맞서 용기와 도전이 승리한 이야기다. 또한 벼랑 끝에 몰린 삶에서 음악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전미도서상 수상자 M. T. 앤더슨의 흥미진진한 서술과 꼼꼼한 조사가 빛나는 역작이다.

때로는 다큐처럼 또 때로는 소설처럼 읽힌다. 스탈린 시대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던, 아니 펼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초상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묘파한다. (…) 저자는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15개의 교향곡 대부분이 죽은 이를 위로하는 ‘레퀴엠’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한 편의 장송교향곡이다.
_문학수(경향신문 선임기자, 『더 클래식』 저자)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작가가 생생한 문장으로 되살려낸 러시아의 격동기를 함께 겪으면서 《교향곡 7번》의 험난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장면들이 달리 보이고 음악도 달리 들릴 것이다. 무엇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을 못 견디게 듣고 싶어질 것이다.
_최은규(음악평론가, 『교향곡: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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