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기행
추방당한 자의 시선
원제 | ディアスボラ紀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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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부제 | 追放された者のまなざし |
발행일 | 2023년 9월 20일 |
ISBN | 9791192836270 03830 |
면수 | 280쪽 |
판형 | 변형판 135x210, 소프트커버 |
가격 | 16,800원 |
소수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디아스포라 기행』을 다시 만나다
30여 년간 한결같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이 개정판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이 책은 1992년 그를 한국에 처음 알린 『나의 서양미술 순례』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대표작으로, 17년 만에 새로이 펴낸다. 초판이 출간된 이후로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은 전쟁과 폭력, 지금 이 순간에도 나날이 고조되는 무력(武力)의 위협 속에 우리가 맞닥뜨린 곤경을 엄중히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개정판을 펴내며」가 수록되어 더욱 뜻깊다.
경계에서 사유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여정
평화가 위협받는 세계에서
지금 다시, 서경식을 읽어야 하는 이유
서경식은 익히 알려져 있듯 1951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조선인 2세다.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형 서승, 서준식의 구명 활동에 뛰어들며 한국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때의 체험은 이후 그의 저술 활동에 근간이 되었고, 재일조선인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소수자의 관점으로 사유하는 글들을 써왔다.
『디아스포라 기행』은 서경식이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며 ‘근대’를 사유하고, ‘근대 이후’ 인간의 가능성을 탐구한 인문 에세이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본래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와 땅을 떠나도록 강요당한 사람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유의 폭을 확장하며 개념을 새롭게 ‘탈구축’한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디아스포라라는 용어의 탈구축을 시도할 뿐 아니라 디아스포라의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문자 텍스트를 포함해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까지 시선을 넓힌다. 아울러 ‘기행’(紀行)이라는 형식을 도입해 대상에 대해 서술하는 작가 자신을 유동하는 위치로 자리매김한다.
한 사회에서 이방인이자 소수자로 산다는 것, 재일조선인으로서 과거에 자기 민족을 지배한 자의 언어를 모어(母語)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자신이 누구인가, 자신은 왜 남들과 다른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하는 삶을 의미한다. 경계에서 사유하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서 그의 여정은 몇 겹의 소수자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진실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불안한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추방당한’ 이들의 초상(肖像)을 그리는 서경식의 문장은 현대사의 질곡을 대면해온 그의 삶과 어우러져 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무력(武力)이 희망을 위협하는 시대에,
무력(無力)한 이들의 희망을 사유하다
타의에 의해 ‘밖’에 자리하게 된 사람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주어진 조건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그 아픔을 모르고 살아온 다수자들에게 반성과 성찰을 요청한다.
서경식은 경계에 선 디아스포라의 삶을 그 자신의 체험을 통해 핍진히 그려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디아스포라의 상처가 단지 ‘그들’만의 아픔일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타자의 고통을 무딘 공감의 말로 가로채지 않고, 자신의 고통으로 끌어안고자 한 걸음 바투 다가선다. 그렇기에 독자 역시 그의 글을 읽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서경식’이라는 한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눈으로 마주한 세계에 공명할 수 있게 된다.
초판에서 개정판 출간에 이르기까지, 국제 사회의 평화는 여전히 아득하지만, 그사이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이해는 다소간 진전된 바가 있다. 변화한 것과 변치 않은 것 사이에서 다시 읽는 『디아스포라 기행』이 새롭게 던질 파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서경식의 저작을 아껴 읽어온 오랜 애독자들은 물론, 개정판을 통해 그의 사유를 처음 조우하는 다음 세대 독자들의 반향에 사뭇 기대를 걸게 된다.
책의 본문에서 서경식은 1958년 파울 첼란의 브레멘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을 인용하며 ‘투담통신’(投壜通信)의 비유를 소개한다. “편지를 넣은 병을 바닷속에 던지듯 낯선 땅 미래의 독자에게 전달될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 속에서 시도하는 통신이라는 의미”(259~260면)다. 그는 첼란의 이 말을 에세이 『디아스포라의 눈』(한겨레출판 2012)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예컨대 빈 병에 편지를 넣어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과 같은, 또는 어둠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다.”(『디아스포라의 눈』, 274면)라고 되새긴 바 있다. 초로에 접어든 한 디아스포라 지식인이 ‘고통’과 ‘기억’의 연대를 통한 희망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어둠을 향해 돌을 던지듯 쓴 투담통신이 다시 한번 우리 앞에 당도했다. 이제 당신이 그 절박한 편지를 펼쳐볼 차례다.
개정판을 펴내며
한국어판을 펴내며
프롤로그 |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
Ⅰ. 죽음을 생각하는 날: 런던 2001년 12월
마르크스의 무덤 | 자폭하는 세계 | 프리모 레비 | 자폭의 일상화 | 11층의 창 | 우리 망명자들 | 일본인의 마음 | 사자의 국민화 | 불사의 공동체 | 파르지팔 | 성배의 민족
Ⅱ. 폭력의 기억: 광주 1990년 3월, 2000년 5월
망월동 | 어떤 누나 | 풀 덮인 무덤 | 광주여 영원히! | 비엔날레 | 나는 누구인가 | 시린 네샤트 | 붉은 하이힐 | 넓은 바다로 | 침목 | 맨홀 | 재일의 인권전 | 활자구
Ⅲ. 거대한 일그러짐: 카셀 2002년 8월
아웃 오브 블루 | 도쿠멘타 | 싫은 느낌 | 이중의 디아스포라 | 아름다운 열대 풍경
Ⅳ. 추방당한 자들
1. 난민의 자화상: 브뤼셀, 오스나브뤼크 2002년 5월
브레인동크 요새 | 오스나브뤼크 | 난민의 삶 | 죽음의 벽 | 망명자의 자화상
2. 어제의 세계: 잘츠부르크 2002년 여름, 2004년 여름
다나에의 사랑 | 어제의 세계 | 종이와 스탬프 | 죽음의 도시
3. 세 사람의 유대인
강제와 불가능성 | 문화로부터 추방당하다 | 오직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 티에의 묘지
에필로그 | 코리안 디아스포라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