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과 반전의 순간 – 강헌 지음 / 돌베개

글쓴이 조통 | 작성일 2016.8.3 | 목록
강헌 지음
발행일 2015년 6월 29일 | 면수 360쪽 | 판형 변형판 130x204 | 장정 반양장 | 가격 15,000원

부제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이 책과 인연이 된 날은 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5년 11월 중순 독립영화 전용 영화관인 『인디스페이스』에서 인연이 시작된다.

이 책의 출판사는 한 달에 한 편의 독립영화와 한 권의 책을 보자는 캠페인을 오래전부터 해 오고 있는 그 행사 중 한 테마인데 이날 선택된 영화가 『울보 권투부』, 이 영화와 이 책이 함께 세트로 인연이 되었고,

그 뒤 음악과 관련해서 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책장에 쌓였었는데 음악 쪽으로 분류한 책을 살짝 뒤로하고 급한 책들부터 먼저 읽다 보니 책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쌓이다가 2016년 7월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명필름 아트센터 영화관”에서 "북 앤 무비 톡 – 영화 『본 투 비 블루』 + 『전복과 반전의 순간』 저자 강헌과 함께 GV” 라는 행사 공지를 보고 파주로 단걸음에 달려갔던 것.

아무튼 “명필름 아트센터”에서는 2016 출판도시 인문학당 심리학과 영화 “영화가 심리학을 만났을 때”와 같이 출판도시 영화관에서 다양한 인문학 행사를 영화와 차를 합해서 1만 원 내외로 유익한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곳이고,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서 날도 겁나게 뜨거워서 밖에서 무슨 일을 보기는 물론 야외도 놀러 나가기가 겁날 정도로 쨍하니 더운 날 파주 출판도시로 행사장으로 놀러 갔다 왔다.

이렇게 좀 복잡하고 긴 인연으로 만나게 된 책이고, 저자 사인까지 받아두고 뒤에 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라, 곧장 읽어 내려간 책.

생각했던 대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한 장 한 장의 책장은 쉽게 넘어가는 그런 책이다.

첫 장을 열자 말자 저자는 ‘일상에 음악이 개입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고 단언하고 들어간다.

물론 소설가가 되고자 국문학과를 들어갔다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음악대학원으로 방향을 바꿨다가 영화판에서 영화를 쓰고 만들다가 우연한 음악평론가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지금껏 대중음악사 등을 강의하며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이다.

저자는 벙커원에서 강의를 한 내용을 녹취하여 팟캐스트로도 만들어 냈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낸 것.

책은 4개의 큰 블록으로 만들었다.

1. 마이너리티의 예술 선언 재즈 그리고 로큰롤 혁명
2. 청년문화의 바람이 불어오다 통기타 혁명과 그룹사운드
3. 클래식 속의 안티 클래식 모차르트의 투정과 베토벤의 투쟁
4. 두 개의 음모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 속에 숨은 비밀

저자는 지구촌 음악사 중에선 재즈와 모차르트와 베토벤, 한국 음악사 중엔 통기타와 트로트 두 곡에 숨어 있는 코드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굴직한 선들을 찾아간다.

****

–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음악을 사실 클래식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내가 볼 때 클래식은 그냥 ‘엄격한 음악’이다.”

– 재즈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왜 이 음악을 재즈라고 했을까. 재즈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탄생했을까. 모든 게 의문스럽다. 음악과 관련되어 재즈라는 단어와 비슷한 말이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누가 맨 처음 썼는지도 알 수 없다. 기록이 없다. 그래서 할 일 없는 백인 학자들이 재즈의 어원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해보았지만 정확히 알 수 없었다.“

“Jass it up-뭔가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내 속에서 성적 흥분이 일어난다, 아 꼴려!”설, “jive ass-스포츠 댄스의 자이브가 아닌 본래 어원은 ‘창녀’ 좀 더 명확하게는 ‘‘흑인 창녀’를 자이브라고 한 데서 나왔고, 애스는 엉덩이 성교, 성기 등을 의미하니 흑인 창녀의 매춘 ”설, “Charles-뉴올리온즈의 항구도시 홍등가의 사창가 삐끼에서 유래된”설이 있다.

– 대개 인종차별이라면 피부색이 다른 인종끼리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같은 백인끼리도 차별을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 같은 백인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나누는 등급이 있다. 특히, 앵글로 색슨계는 자신들이 백인들 중에 유일한 적자嫡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아일랜드계를 거의 짐승 수준으로 보았다.

– 군대에 최적화된 악기가 바로 관악기. 군대의 악기는 당연히 관악기와 타악기로 구성, 전쟁이 끝난 뒤 항구 도시 뉴올리언스 뒷골목에는 군악대가 들고 다니던 악기들이 굴러다녔을 것이다. 백인이 만들어낸 악기 중에 역사로 치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오랜 역사를 가진 악기지만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음악가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력이 풍부한 악기를 선호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거칠고 섬세한 맛이 없는 트럼펫 등은 관악기는 서서히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다.

– 뉴올리언스의 흑인들이 이 관악기를 집어 드는 순간은 천상의 만남. 흑인들은 기본적으로 입술이 두꺼워 관악기를 연주하기엔 최적화된 신체를 보유함. 색소폰은 벨기에의 색스라는 사람이 만들어서 이름이 ‘색소폰’이 되었는데, 1846년에 만들어져, 생긴지 얼마 안 됨. 따라서 1827년에 세상을 떠난 베토벤은 죽을 때까지 이 악기는 구경도 못해봄.

– 흑인이 백인 사회에 동화되면서 부르는 노래를 ‘’블루스’라고 함. 흑인들이 노예 농장 시대 때부터 불렀던 그들의 노동요에서 출발한다.. 이 노동요에는 노동의 고단함, 슬픔, 자유를 향한 희망, 애끓는 사랑 등 세속적인 욕망들이 담겨 있었다. 블루스blues는 글자 그대로 슬픈 것blue의 복수형, 즉 혼자가 아닌 복수로 슬픈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또한 기독교라는 종교도 받아들였다. 자기들끼리 교회를 만들어서 성서를 자기 식으로 해석하면서, 종교를 통해 위안을 받았다. 그러면서 만든 노래가 ‘가스펠’gospel이다. 블루스와 함께 등장했다. 글자 그대로 ‘God spell’, 즉 ‘신의 글자’라는 뜻이다.

블루스와 가스펠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똑같은 음악이다. 가스펠과 블루스는 같은 노래인데, 차이가 있다면 세속적 욕망을 담은 노래는 블루스이고, 신의 은총과 구원의 소망을 담은 노래는 가스펠이다. 그러므로 블루스와 가스펠을 전혀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지 말자.

– 흑인들이 음악을 만들면, 백인들이 그것을 가져가서 돈을 버는 구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블루스, 재즈, 로큰롤, 디스코까지.

–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단순히 전쟁과 군사력을 통한 전투 행위에만 몰두하지 않고, 자신의 점령지에 자국의 문화까지 함께 보냈다.

– 로커 이전에 히피들이 머리를 길렀던 이유는 “나는 ‘나인 투 파이브’의 삶을 반대한다.”라는 것의 상징, 머리를 기른다는 것은 단순히 멋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고도의 자본주의가 규정하고 있는 나인 투 파이브의 삶을 반대, 거부합니다!”라는 메시지.

– 서태지와 아이들이 강렬한 기타 연주에 전통 악기를 조합한 <하여가>를 발표할 때 머리를 꼬아서 레게파마를 하고 나온 것은 레게 음악을 한다는 상징이었다. 레게파마는 한국식 영어고, 정확한 단어는 ‘드레드록’dreadlock이다. 드레드록은 “나는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을 신봉하는 자입니다.”라는 뜻이다. 라스타파리아니즘은 흑인왕국주의라는 뜻으로, 흑인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드레드록은 전사의 표식이다. “더 이상 백인의 지배를 거부한다 나는 라스타파리아니즘의 전사, 라스타다”라는 표식이었다. 이렇게 모든 패션에는 다 이유가 있다.

-< 해변으로 가요>는 일본곡.

– 김민기는 ‘노래하는 김지하’가 되고 싶었다.

– 서양음악사에 나오는 거의 모든 작곡가들은 중간계급이었다. 하층계급은 없었나? 귀족 출신이 드문 것처럼 하층계급 출신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양 상류사회는 절대로 자기 자녀들을 음악가로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프랑스혁명 이전에 귀족들은 자기 자녀들에게 반드시 음악 교육을 시켰다. 우아한 삶을 살기 위해서, 그리고 심미안을 가지고 예술가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귀족의 권능이었기 때문에 교양적 차원에서 음악을 가르친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와 조선 시대 음악가들은 사농공상에도 못 들어가는, 양천조차 되지 않는 천민이었다. 극히 일부의 시기를 제외하면 아무리 국가에 공을 세워도 양민이 될 수 없었다. 고려와 조선시대 궁내외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음악가들은 악공 내지는 악생이라 불렀고, 이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천민이고, 그 자식들도 천민이 되었다.

– 우리나라는 고작 34년 11개월 점령당하고 모든 문화가 넘어갔다. 인도는 약 200년 동안 영국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았지만, 문화적으로는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음악 예술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인도 사회의 최고 계층이었기 때문.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피지배국의 문화는 지배국의 문화에 동화되지만, 인도인들은 서양 제국주의자들의 음악을 유치하다고 여겼다.

인도에서는 음악 담당들이 모두 최상 계급인 브라만Brahman계급이다.

– <이 풍진 세월> 세월은 영국 춤곡을 바탕으로 편곡한 <우리가 집으로 돌아올 때>라는 찬송가, 영국 선교사가 이 노래를 진혼가로 편곡해 탄생한 엔카가 바로 <새하얀 후지산의 기슭>이고 거기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것. 이 노래에는 제국주의 일본, 제국주의 일본을 낳은 서구, 식민지 조선의 세 개의 문화권이 섞여 있는 셈.

*****

전복과 반전의 순간 – 강헌 지음 / 돌베개
———————
음악사에서 그냥 못 넘어가는 4가지 굵직한 사안을 해설하고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책으로 엮었다. 재즈와 기타, 클래식과 뽕짝이 어떤 길을 걸어와서 우리 옆에 있는지 정도는 알고 블루스나 교향곡을 듣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

4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