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전집
| 발행일 | 2026년 1월 15일 |
|---|---|
| ISBN | 9791194442677 04810 |
| 면수 | 3823쪽 |
| 판형 | 변형판 120x200, 양장 |
| 가격 | 240,000원 |
성찰의 힘이 필요할 때, 다시, 신영복
신영복 선생(1941∼2016)이 별세하신 지 어느덧 10년이다. 선생이 없는 10년 사이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선생이 돌아가신 바로 그해 겨울, 작은 촛불이 모여 커다란 횃불로 타오르더니 마침내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끄집어 내렸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우리는 또 한 번의 혁명을 이루었고, 그 결과를 지금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겨울 새벽의 기상나팔」 마지막 대목에 이런 글이 있다.
만약 새로움이 완성된 형태로 우리 앞에 던져진다면 그것은 이미 새로움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모든 새로움은 그에 임하는 우리의 심기(心機)가 새롭고, 그 속에 새로운 것을 채워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주어지는 새로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새로움’이란 어느 날 내 눈앞에 혜성처럼 등장하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즉 새롭게 등장하는 무언가는 언제나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 그 가능성을 부단히 채워 가는 실천이 있어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12・3 내란의 밤, 우리가 지난한 과정을 거쳐 달성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시간이 한순간에 삭제되며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허탈함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다시 한번 빛의 혁명으로 타락한 권력자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맞이한 지금의 시간 역시 선생의 말씀대로라면 아직 하나의 가능성으로 주어진 새로움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통해 어떤 새로운 세상을 가져올지는 그 새로움의 가능성을 채워 가는 우리들 자신의 실천에 달려 있다.
선생은 어느 글에선가 시간은 영원한 현재사(現在史)를 자기의 내용으로 갖는 것이며 역사는 미래에서부터 다가와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신 바 있다. 미래는 결코 선취될 수 없으며 오직 현재의 모순을 직시하는 것이 미래를 선취할 수 있는 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모순을 직시하는 것, 시대의 새로움을 채워 갈 우리의 실천은 결국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곧 미래를 지향하는 우리의 공부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바로 ‘성찰’이 될 것이다.
요즘 세상을 보면 성찰의 능력, 나아가 사유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목소리 큰 누군가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 듯 착각하기도 하고, 또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누구나 마이크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자기의 이야기만을 할 뿐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허공에 대고 떠들어댈 뿐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수많은 갈등의 많은 부분은, 물론 그 밑에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낳은 다양한 구조적 모순과 대립이 깔려 있겠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소통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말과 글은 독자 스스로 ‘성찰적 주체’로 서게 하는 데에 가장 깊은 뜻이 있다. 신영복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선생의 저서들을 새롭게 묶어 전집을 간행하는 것은 단지 선생을 기억하며 추모의 뜻을 되새기고자 하는 의미만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선생이 그토록 강조하셨던 ‘성찰’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며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스스로 사유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성찰적 주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고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독자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독서는 새로운 탄생입니다. 필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탈주입니다.(『처음처럼』)
20년 20일 무기수의 삶을 살았던 시대의 지성인, 개인의 존재를 넘어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더불어숲’을 이루고자 했던 우리 시대의 어른, 우리는 신영복 선생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리고 선생의 책은 사후에도 여전히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오늘도 누군가에 의해 다시 읽히고 있다.
하지만, 선생이 부재한 지금, 선생을 모르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선생의 대표작인 <처음처럼>도 주류 회사의 브랜드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인지상정이겠지만, 선생이 남긴 말과 글, 그리고 선생의 철학은 여전히 우리 삶에 적용되는 가르침이기에, 10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신영복 선생을 세상에 환기하고자 한다.
신영복 선생은 살아생전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서구의 무지막지한 ‘존재론’에 대한 카운터파트너로 동양고전에서 길어올린 ‘관계론’을 이야기하셨다. 선생은 근대 자본주의 세계를 만든 서구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특질을 존재론적 세계관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존재론은, 간단하게 말하면 세상을 구성하는 각각의 주체들이 자신의 존재를 키우고 강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바로 그런 존재론적 세계관에 의해 근대사회가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했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고 선생은 이를 극복할 새로운 사상적 담론의 근거를 동양 사상의 관계론에서 찾았다. <더불어숲>이란 작품은 그런 관계론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계론의 화두는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선생이 즐겨 쓰시던 서화 가운데 <서삼독>(書三讀)이란 작품이 있다. ‘책은 세 번 읽어야 한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저자를 읽고 그리고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되 텍스트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책이 처한 역사적 맥락을 살피며 독자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선생의 말씀처럼 “필자는 죽고 독자는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전집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성찰적 주체로서 새롭게 탄생하길 기원한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완고한 벽을 깨뜨리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깜깜한 어둠 속을 달려가 벽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보내옴으로써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창조적 독법을 기대합니다.
선생은 자신의 글을 이 작은 돌멩이로 비유했는지 모르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선생의 글은 묵직한 범종의 울림이 되어 우리가 갇혀 있는 성벽을 사정없이 때린다.
이 책의 구성
《신영복 전집》은 전체 11권으로, 활자화된 신영복 선생의 모든 말과 글을 망라하였다.
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1988년 첫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우리 시대의 고전. 20년 20일의 긴 수감 생활 속에서 깨달은 지혜와 철학이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저자의 옥중 삶과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들을 수신자인 가족들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남겼다.
감옥에서 보내온 작은 엽서 한 장은 뒤돌아볼 새 없이 바쁘게 사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게 하는 자기 성찰의 맑은 거울이었다. 그것은 작은 엽서이기에 앞서 한 인간의 반듯한 초상이었으며 동시에 한 시대의 초상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을 읽으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그리운 시절에 그 앞에 잠시 멈출 수 있는 인간의 초상을 만난다는 것은 행복이다.
2 나무야 냐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역사와 현실이 살아 숨 쉬는 이 땅 곳곳을 직접 발로 밟으면서 적어 간 25편의 국내 기행문. 기행문의 형태를 띠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삶에 대한 따뜻한 관조, 사회와 역사를 읽는 진지한 성찰로 가득 차 있다.
3 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20세기의 저물녘인 1997년 한 해 동안 ‘새로운 세기를 찾아서’라는 화두를 지니고 22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책으로 엮은 해외 기행문.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가 피라미드를 쌓아 불멸과 영생을 도모하였듯이, 오늘 우리들 역시 저마다의 피라미드를 쌓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쌓은 것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한없이 충실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4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 낭비와 인간의 소외, 황폐화된 인간관계를 ‘관계론’을 화두 삼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동양고전 강의.
“제가 감옥에서 만난 노선배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이론은 좌경적으로 하고 실천은 우경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좌경적이라는 의미는 ‘신목자 필탄관(新沐者必彈冠) 신욕자 필진의(新浴者必振衣)’처럼 비타협적인 원칙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경적이라는 의미는 맑은 물에는 갓끈을 씻고 흐린 물에는 발을 씻는다는 현실주의와 대중노선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오래된 과제를 마주하는 느낌입니다.”
5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강의』 출간 이후 10년, 더욱 깊고 풍부해진 ‘나의 동양고전 독법.’ 선생은 고전을 현재의 맥락에서, 오늘날의 과제와 연결해서 읽는다. 또한 정년 퇴임 후 자신의 글들에 담긴 생각과 경험에 대해 강의하셨던 내용을 정리하였다.
“공부는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6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 신영복 유고
신영복 유고집. 20대 청년 신영복의 미발표 원고와 선생 생전에 책으로 묶이지 않은 칼럼, 강연 등 선생의 깊은 사유가 정갈하게 조탁된 글들을 한 권에 담았다.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그 사람의 일생에 담겨 있는 시대의 양(量)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비켜 간 삶을 정직한 삶이라고 할 수 없으며 더구나 민족의 고통을 역이용하여 자신을 높여 간 삶을 정직하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7 손잡고 더불어 ― 신영복과의 대화
신영복과의 대화. 신영복 선생이 생전에 행한 대담들 중 주요한 10개의 대담을 수록한 대담집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게 소위 말하는 합리주의적 사고입니다. 그런 공부는 텍스트에 밑줄 치고 암기하면서 하는 건데 크게 어렵지 않아요. 가슴까지 와야 한다는 건 공부 대상에 대한 공감과 애정으로 나가야 진정한 공부라는 뜻입니다.”
8 처음처럼 ― 신영복의 언약
신영복 잠언집. 서화에 벼려낸 선생의 깊은 깨달음을 담은 책.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는 것은 모든 시내가 바다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9 청구회 추억
사형을 언도받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부재를 궁금해하고 걱정할 여섯 명의 청구회 꼬마들을 기억하며 그들과 만난 1966년 이른 봄날 서오릉 소풍과 이후의 만남을 기록한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동화같은 이야기. 이 책에는 영한대역본 『청구회 추억』을 출간할 때(2008년)그림 작가 김세현에게 그려 보여 준 신영복 선생의 스케치로 본문 도판을 넣었다.
“진달래 한 묶음을 수줍은 듯 머뭇거리면서 건네주던 그 작은 손, 그리고 일제히 머리 숙여 인사를 하는 그 작은 어깨와 머리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아닐 수 없었으며, 선생으로서의 ‘진실’을 외면할 수는 도저히 없었던 것이다.”
10 변방을 찾아서
새로운 창조 공간 ‘변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직접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고, 그 글씨가 쓰인 유래와 의미, 그리고 글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글을 모았다.
“범종 소리가 깨우쳐 준 묵언의 지혜가 서울의 정보 홍수 속에서 과연 어떤 정처(定處)를 얻을 수 있을까.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를 갈구하는 욕망과 소유의 고해(苦海)에서 무소유의 설법이 어떤 여운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을 것인가.”
11 봉건제 사회의 해체에 관한 고찰+쇠귀 신영복 연보
20대 경제학도 신영복의 석사 학위 논문과 신영복 선생의 전생애를 정리한 연보. 4·19에 의해 열린 새로운 학문 공간 속에서 한국 경제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청년 경제학도의 논문이다. 성공회대 경제학과 이상철 교수의 해제로 이 논문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 나무야 나무야
3 더불어숲
4 강의
5 담론
6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7 손잡고 더불어
8 처음처럼
9 청구회 추억
10 변방을 찾아서
11 봉건제 사회의 해체에 관한 고찰 + 쇠귀 신영복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