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감의록
발행일 | 2021년 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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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1998328 04810 |
면수 | 416쪽 |
판형 | 변형판 150x215, 양장 |
가격 | 22,000원 |
분류 | 千년의 우리소설 |
정본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번역,
조선 후기 최고의 장편역사소설 『창선감의록』
한국 고전소설사에서 장편소설은 17세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창선감의록』은 서포 김만중이 쓴 『구운몽』과 함께 조선 후기 내내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작품은 실재와 가상이 공존하는 ‘대체역사’(代替歷史)의 시공간에서 당대인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갈등을 정교하게 엮어 흥미진진한 서사를 전개한 뒤, 한 치의 착종도 없이 마무리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작자는 미정으로 남아 있지만, 빼어난 창작 기량 면에서는 『구운몽』을 넘어서는 수작(秀作)이다.
수많은 등장인물, 정교한 구성, ‘대체역사’의 시공간
『창선감의록』(倡善感義錄)은 주요 등장인물만 50명이 넘는, 매우 복잡한 줄거리로 이루어진 장편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자가 조성기라는 설도 있지만, 전공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으므로 작자 미상으로 남겨 두는 것이 현재로서는 맞다. 고등학교 문학 부분에서 다뤄지고, 수능 문제로 출제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의 가계도를 일일이 그려가며 읽어야만 전체 내용이 파악될 만큼 매우 길고 다사다난한 스토리로 짜여 있다.
한국 고전소설사에서 장편소설은 17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하는데, 『창선감의록』은 『구운몽』(九雲夢)에 뒤이어 나온 초기 장편소설이다.
『창선감의록』은 가정 내의 갈등, 정치 대립, 애정 장애의 문제를 정밀하게 교차해서 만들었다. 정치 대립은 당대에 유행하던 중국 역사소설의 구도와 유사하고, 애정 장애의 경우 명말청초(明末淸初)에 유행한 재자가인소설(才子佳人小說)의 영향이 감지된다. 처첩 갈등을 비롯한 가정 내의 갈등을 소재로 삼은 점도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이렇듯, 각각을 떼어놓고 보면 흔한 갈등 구도에 흔한 소설 형식이라 할 수 있지만, 『창선감의록』은 이 셋을 솜씨 있게 결합하여 새로운 효과를 빚어냈다. 가정 내 갈등을 다루면서 동시에 정치적 대립을 다루는 역사소설의 형식과 결합해 한층 일관되고 첨예한 갈등 구조를 만들었다.
또한 『구운몽』 이래의 한국 고전장편소설은 대개 중국을 작품 배경으로 삼았다. 『구운몽』은 9세기 전반 당나라를 배경으로 삼았다. 하지만 실제 역사 전개와 특별한 관련을 맺고 있지 않으며 역사적 실존 인물도 등장하지 않아서 작품의 시대 배경과 서사 전개 사이의 관계를 찾기 어렵다. 반면 『창선감의록』의 경우 16세기 명나라 세종 때(가정 연간: 1521~1566)의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해서 주인공의 적대자나 조력자 역할을 맡으며 실제 역사적 배경과 상당히 밀착된 시공간 속에서 서사가 펼쳐졌다. 이점은 중국의 연의소설(演義小說: 역사소설)과 일부 유사해 보이지만 『창선감의록』은 핵심 주인공이 모두 허구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같은 연의소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즉 명나라 세종 때를 배경으로 삼되, 실존 인물의 후예로 설정된 허구적인 인물, 당대에 활동했던 실존 인물, 완전히 허구적인 인물을 고르게 배치하고, 당대의 정세를 반영한 실제의 역사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역사상 실재한 정치 대립과 가상의 갈등(허구적인 인물과 실존 인물의 갈등, 혹은 허구적인 인물 간의 갈등)을 솜씨 있게 결합해서 현대소설의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종의 ‘대체역사’(代替歷史)를 만들었다.
후대 다수의 장편소설이 『창선감의록』의 예를 따라 역사상의 한 시기를 작품 배경으로 설정하고 허구적 인물의 활동 반경에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적절히 배치하는 방식을 거듭 채택한 점에서 『창선감의록』의 ‘대체역사’ 수법은 우리 고전장편소설의 창작 방법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창선감의록』은 착한 행실을 세상에 알리고〔창선(倡善)〕 의로운 일에 감동받는〔감의(感義)〕 이야기이다. 14회로 구성된 장편소설인데, 일부다처제와 가부장제라는 전통적 가치관 아래 여러 가문을 등장시켜 조정에서 벌어지는 권력 분쟁, 집안에서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 젊은 남녀 사이의 애정 등을 그리고 있지만, 소설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핵심주제는 효(孝)와 형제간의 우애 같은 권선징악의 교훈이다. 대부분의 고전소설이 충, 효, 의 등을 인간의 최고 덕목으로 강조하면서 권선징악을 이야기의 주제로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창선감의록』의 경우는 아예 제목 자체에 ‘권선징악’이 들어 있다. 오늘날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유가적인 이념에 기반한 조선 사회에서는 이 작품에서 선보이는 부부·부자·형제 간의 다양한 갈등이 많은 공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창작된 시점인 17세기 후반 이래로 20세기 초까지 대단한 인기를 누렸는데, 필사본만 260여 종이 현재 전하고 있어 조선 시대 소설 중 필사본의 이본(異本) 종수가 가장 많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원주의 연구(「고전소설 독자의 성향」, 1975)에 따르면, 조사 당시 경북 지역의 60대 여성들이 『옥루몽』 다음으로 많이 읽은 고전소설이 『창선감의록』이다. 방각본은 현재 발견되지 않지만, 20세기 이후 한남서림이나 신구서림 등에서 활자본으로도 간행된 것을 보면 20세기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많은 인기를 얻었음을 알 수 있다.
원본 그대로 오롯이 읽어내는 우리 고전의 글맛
『창선감의록』은 그 분량이 장편소설 『구운몽』의 1.5배에 달한다. 그러니, 아무리 수능에 나오는 중요한 고전문학이라 해도 학교에서 이 작품을 배울 때는 줄거리, 이해와 감상, 핵심 정리 등 요약된 것만 접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을 다 읽어낼 시간도, 또한 오롯이 다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선본(善本)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번 번역본은 여러 이본 중 가장 오류가 적다고 평가되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한문필사본을 저본으로 했다. 이 책은 국내에 나온 『창선감의록』 중 내용의 가감 없이 원전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낸 최고의 번역본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말미에 <작품 해설>을 수록해, 작품의 간략한 소개는 물론 논란이 되는 작자 문제, 원작 표기 및 서문에 관한 문제, 이 작품이 차지하는 문학사에서의 위상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책은 돌베개의 <千년의 우리소설> 시리즈 중 13번째 책이다. <千년의 우리소설>은 정본(定本)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 있는 고전소설 선집을 그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 고전소설에는 이본이 매우 많고, 같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본에 따라 작품의 의미와 세부 내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뿐 아니라 각각의 이본들은 필사 또는 가필(加筆)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다소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작품마다 주요 이본들을 찾아 꼼꼼히 서로 대비해 가며 시시비비를 가려 하나의 올바른 텍스트, 즉 정본을 만들어 내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한국 고전소설들은 대부분 정본을 만드는 작업을 생략한 채 번역, 출간되어 왔다. 특정 이본 하나를 현대어로 옮겨 놓은 수준에 머무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정본 없이 이루어진 결과물들은 신뢰하기가 어렵다. 정본이 있어야 한글로 제대로 옮길 수 있고, 제대로 된 한글 번역이 있어야 비로소 영어나 기타 외국어로의 번역도 올바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고전소설을 세계에 소개하는 일도 정본을 만드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千년의 우리소설>은 번역에 앞서 이본들을 비교 검토해서 하나의 표현이나 문장을 정하는 정본 작업부터 시작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까지 치밀하게 분석하는 학문적 정밀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정본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기존의 한국 고전소설 선집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매우 신뢰할 만한 책이다.
제1회 효자가 은거할 계책을 내고, 한 쌍의 옥으로 아름다운 인연을 정하다
제2회 추악한 아내는 사악한 마음을 드러내고, 문란한 아들은 음탕한 정을 토하다
제3회 청성산으로 배를 돌리고, 동정호에서 초혼하다
제4회 총계정에서 각자 뜻을 말하고, 백련교에서 홀로 의를 행하다
제5회 군자는 숙녀를 맞이하고, 요망한 첩은 흉악한 식객과 결탁하다
제6회 자비로운 관세음보살, 의기 높은 도어사
제7회 재주 많은 선비는 예쁘게 눈썹을 그리고, 아름다운 규수는 홍점을 보전하다
제8회 역참에서 열사를 얻고, 신선 마을로 장인을 찾아가다
제9회 광남에 백의종군하여, 부적으로 요망한 적을 깨뜨리다
제10회 원수는 황제의 조서를 받고, 미인은 비수를 던지다
제11회 의로운 선비는 좋은 배필을 만나고, 효녀는 간절한 소원을 이루다
제12회 금관루에서 군사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문화전에서 공훈을 기리다
제13회 효부는 옛집으로 돌아오고, 한을 품은 여인은 인연을 이루다
제14회 심부인의 장수를 빌고, 하춘해의 은덕에 보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