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千년의 우리소설 11)

박희병, 정길수

발행일 2018년 1월 22일
ISBN 9788971998342 04810
면수 194쪽
판형 변형판 150x215, 양장
가격 12,000원
분류 千년의 우리소설
주요 내용

이 책은 이른바 ‘송사소설’(訟事小說), 혹은 ‘공안소설’(公案小說)로 분류되는 한문소설 세 편을 실었다. 송사소설이란 법정의 재판을 제재로 삼은 소설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를 ‘공안소설’이라 부른다. ‘공안’(公案)이 공문서, 혹은 쟁점이 되는 사건이라는 뜻을 지닌 데 착안한 것이다.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서 「유연전」(柳淵傳)을 비롯한 다수의 송사소설이 창작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중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한문 송사소설의 대표작 「유연전」과 「장화홍련전」, 개화기에 창작된 문제작 「김봉전」을 뽑았다.

 

고전소설의 다양한 변주와 재해석

 

재판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우리나라에서는 ‘송사소설’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공안소설’이라 부른다. 명칭은 다르지만 포괄하는 작품의 범위는 대체로 일치한다. 중국의 경우 『포공안』(包公案)을 대표작으로 들 수 있는데, 이 『포공안』의 주인공이 익히 잘 알려진 ‘포청천’(包靑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송사소설은 바로 이 책에 실린 세 편 「김봉전」 「유연전」 그리고 「장화홍련전」이다.

고전소설 중에서도 특히 송사소설은 현대에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재해석되고 있다. 최근에 「김봉전」 이 바탕이 된 영화 <봉이 김선달>이 나왔고, 「장화홍련전」 의 경우 영화 <장화, 홍련>을 포함해 끊임없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재해석되는 대표적인 고전소설이다. 이 책에는 이들 소설의 원형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변주되지 않은 원작의 맛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보자.

 

 

한문소설사의 대미를 장식한 봉이 김선달

 

「김봉전」(金鳳傳)은 개화기 『황성신문』에 연재된 『신단공안』(神斷公案) 속에 포함되어 있다. 『신단공안』은 제목 그대로 공안소설을 표방한 일곱 편의 한문 중단편을 각각 한 회(回)로 삼아 엮은 것이다. 이 중 다섯 편은 『포공안』 등 중국 공안소설의 번안 개작이고, 제4회와 제7회의 두 작품만 구전설화에 근거한 창작으로 인정되는데, 제4회로 편성된 작품이 바로 「김봉전」이다. 「김봉전」은 ‘봉이 김선달 설화’에 바탕을 둔 한문 중편소설로, 『황성신문』에 1906년 6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45회에 걸쳐 연재되어 우리 한문소설사의 마지막 장을 장식했다. 이 작품은 작자 미상인데 작품 내에서 계항패사(桂巷稗史)로 자칭하는 이가 개작자일 것이라 짐작된다.

「김봉전」의 배경은 조선 인조 즉위 초의 평양이다. 작품 속의 여러 정황들은 오히려 19세기 후반 내지 개화기의 생활 감각에 더 가까워 보이지만, 작품 말미에 실존 인물 김경징(金慶徵, 1589~1637)을 등장시키기 위해 인조 재위기를 시대 배경으로 삼은 듯하다. 한편 공간 배경을 평양으로 설정한 점은 시대와 사회에 대한 김봉의 불만을 조선 시대의 서도(西道) 차별과 결부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김봉은 타고난 재주가 대단하고 자부심이 드높은 인물이지만 과거 공부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작품 속에 그 이유를 뚜렷이 부각하지 않았으나 그 출신지와 연관된 사정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김봉의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닭을 봉황이라 하여 상인을 골탕 먹이는 일화와 대동강 물을 파는 내용이다. 김봉의 끝없는 사기 행각과 달변은 사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김봉은 때를 만나지 못한 영웅이 연속된 좌절 끝에 부득이하게 협잡배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그려졌다. 김봉이라는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와 사기 행각 이면에 놓인 지향, 차별에 맞서 완전한 자유인이 되기를 꿈꾸었던 주인공의 열망을 작품이 창작된 개화기의 시점에서 살필 때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한문소설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인 만큼 내용과 구성 면에서 고전소설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최초의 송사소설 「유연전」

 

「유연전」(柳淵傳)은 백사 이항복(1556~1618)이 1607년(선조 40)에 지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항복의 문집인 『백사집』에 수록되지 않은 채 별도의 책으로 전하다가 훗날의 증보판 문집에 수록되었다. 이 책에서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유연전』을 저본으로 삼았다.

「유연전」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항복은 이원익(李元翼, 1547~1634)에게 유연(柳淵) 옥사(獄事)의 전말을 자세히 듣고 그 요청에 부응하여 이 글을 지었다고 작품 말미에 밝혔다. 유연 옥사는 명종ㆍ선조 때에 매우 유명한 사건이어서 『명종실록』과 『선조실록』에도 몇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유연전」은 인물의 일생을 그리는 정통 한문학 양식인 ‘전’(傳)을 표방했으나 단일한 사건을 제재로 삼아 시종일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긴밀하게 연관되는 유기적 구성 방식을 취하며 갈등을 발전시킨 점에서 소설의 요건을 잘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전(傳)이 소설로 전환하는 현상은 17세기 이래의 조선 후기에 새롭게 나타난 것인데, 「유연전」은 그 선구적 작품에 해당한다.

한편 이 작품은 우리나라 소설사상 최초의 송사소설이다. 실재했던 비극적 사건의 추이를 간명하게 서술하는 가운데 판결 과정을 실감나게 재현한 점이 특히 돋보인다.

 

 

가장 많은 변주와 해석, 「장화홍련전」

 

「장화홍련전」(薔花紅蓮傳)은 박인수(朴仁壽)가 1818년에 지은 한문소설로, 『가재사실록』(嘉齋事實錄)에 실려 있다. 『가재사실록』은 가재 전동흘(1610~1685)과 그 후손의 행장 및 관련 기록을 엮은 책으로, 1865년경에 간행되었다.

「장화홍련전」의 작자 박인수는 전동흘의 6대손인 전만택이 한글 책을 한문으로 옮겨 달라고 청하자 그 대강의 내용을 기록했다고 했다. 전동흘은 이 작품에서 장화와 홍련의 원한을 풀어 준 철산 부사(鐵山府使)인바, 전동흘 사후 13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후손이 선조의 사적을 기리기 위해 이런 부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동흘은 효종ㆍ현종 때의 무신으로, 선전관, 함경도 병마절도사, 총융사, 포도대장을 역임했다. 『승정원일기』에 의하면 전동흘은 1658년(효종 9) 철산 부사에 임명된바, 당시에 장화와 홍련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 그 원혼을 달래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귀(寃鬼)가 나타나 부사에게 하소연하는 등 허구적 상상이 가미된 설화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한글본 「장화홍련전」이 형성되고, 다시 이 한글본을 한문으로 윤색한 것이 박인수의 한문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계모와 전처 자식의 갈등 및 계모의 흉계를 모티프로 한, 가장 널리 알려진 서사로서 오늘날까지 다양한 변주와 재해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 고전소설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다.

차례

김봉전 _ 작자 미상
유연전 _이항복 지음
장화홍련전 _박인수 지음

지은이·옮긴이

박희병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한국의 생태사상』, 『운화와 근대』, 『연암을 읽는다』, 『유교와 한국문학의 장르』, 『저항과 아만』, 『연암과 선귤당의 대화』, 『나는 골목길 부처다-이언진 평전』 등이 있으며, 『나의 아버지 박지원』, 『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골목길 나의 집-이언진 시집』 등의 역서와 논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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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에 들어오면서 「유연전」(柳淵傳)을 비롯한 다수의 송사소설이 창작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중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한문 송사소설의 대표작 「유연전」과 「장화홍련전」, 개화기에 창작된 문제작 「김봉전」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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