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호관 이인상 연보

박희병 지음

발행일 2022년 3월 28일
ISBN 9791191438444 93990
면수 586쪽
판형 변형판 185x277, 양장
가격 60,000원
분류 고전 단행본
한 줄 소개
한국 연보학의 주춧돌을 놓는 새로운 시도!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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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 한 인물에 대한 ‘인간학’적 보고서

 

_ 박희병 교수의 능호관 이인상 연구는 20년을 훌쩍 넘어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동안 저자는 2016년에 『능호집』(상·하) 번역본을 냈고, 2018년에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1.회화 2.서예)을 냈다. 2015년 10월부터는 이인상의 문집 초본인 『뇌상관고』(雷象觀藁)의 번역에 착수했는데, 2021년 봄에 초벌 번역을 마쳤다. 저자가 이인상 연보 작성에 착수한 것은 2016년이다. 이 책은 7년 만에 내놓는 성과물이다.

 

_ 한국학 연구에서 연보는 썩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성과물이다. 대부분 연구서 뒤에 ‘부록’ 형태로 실려 있다. 하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연보 작성만큼 까다로운 작업도 없다. 빈 구석 하나 없이 사실로만 직조된 글이기에 한 줄도 섣불리 쓸 수 없다. 더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연보를 작성하려면, 그가 남긴 문집을 비롯한 주변 문인의 문집 및 각종 사료를 모조리 조사하고 번역해야 한다. 추측만으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것이 연보다. 들인 공에 비해 대접이 박하니, 한국학에서 연보학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연보학’이라는 분야가 자리잡은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한 인물에 대한 충실한 연보는 문학 연구, 역사 연구, 사상사 연구의 초석이 된다. 집으로 치면 기초공사에 해당한다. 기초공사가 부실하면 사상누각이다. 힘들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작업이다.

※한·중·일 세 나라의 연보학 발전에 대해서는 <서설-연보란 무엇인가: 연보학의 정초(定礎)> 참조

 

_ 한 사람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것을 ‘연보’라고 부를 때, 이 경우 ‘사적’(事蹟)은 그 인물의 외부로 드러난 행위가 주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보는 스토리가 되지 못하고 팩트의 나열로 이루어진다. 이 책의 차별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일반 연보와 달리 인물의 외적 행위는 물론 그 ‘실존’과 ‘내면 풍경’까지도 기술하고자 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그 인물이 느꼈을 감정선을 그의 시문(詩文), 혹은 그가 보낸 편지글을 통해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식의 접근은 한·중·일 세 나라에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단순히 이인상에 대한 보조적 연구에 그치지 않으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독자적이며 독특한 ‘인간학’적 보고(報告)이며, 지적 건축물이다.

 

보주(譜主: 연보의 대상 인물)에는 문학가도 있고 역사가도 있고 사상가도 있고 예술가도 있고 학자도 있고 정치가도 있다. 보주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적어도 전근대 인물이 보주가 되는 경우 그는 시문도 창작하고 사상 행위도 하고 역사 기술도 하고 학문 행위도 하고 예술 행위도 하고 관료로서 정치 행위도 하는 등 영역을 넘나드는 행위자일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정당한 연보의 기술을 위해서는 통합인문학적 관점이 요청됨을 알 수 있다. (…) 그러므로 연보가 온전하고 충실한 ‘인간학적 연대기’가 되려면 창작된 시문을 통한 내면 풍경의 재구성이 불가결하다. _<서설-연보란 무엇인가: 연보학의 정초(定礎)>에서

 

 

연보를 통해 들여다보는 이인상과 그의 시대

 

_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 1710~1760)은 시인이자 산문가이자 화가이자 서예가였다. 또한 그는 학문과 사상에도 경도되어 평생 유교 경전을 읽고 도가서(道家書)에 탐닉했다. 본서는 이인상의 문학가, 예술가, 사상인(思想人), 지식인의 다양한 면모를 연보를 통해 충실히 구현했다.

_ 본서는 이인상의 내면을 충실히 기술하기 위해 이인상이 남긴 간찰과 산문, 시 등을 많이 인용하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이인상이라는 인간을 좀 더 전일적(全一的)이며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_ 이인상은 서얼이다. 흔히 서얼 문사들은 신분적 차별에 대한 불만과 서러움을 시문에 기탁하곤 했는데, 이인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인상은 서얼이 아닌 인물들과의 교유를 통해 동시대의 역사 및 현실과 치열히 맞섬으로써 자신의 존재여건을 넘어서서 사유하며 자아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본서는 이인상의 이런 면모를 충실히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_ 이인상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하나로 ‘부끄러움’을 꼽았다. 이와 함께 그는 가족애가 퍽 깊은 인간이었다. 특히 이인상은 그의 아내에 대한 존중, 특히 그녀의 지적 능력에 대한 존경이 남달랐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서는 이인상의 젠더적 시각에 유의해 기술하였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이인상 집안의 여인들(어머니를 비롯해 딸, 며느리 등)에 대해서도 자료를 최대한 찾아 기술하였다. 이 점에서 본서는 주로 남성 중심으로 기술해 온 종전의 연보들과 차이가 있다.

_ ‘이인상’ 하면 존주대의론(尊周大義論者) 숭명배청(崇明排淸)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인상에게는 이 틀로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가령 그가 경도된 도가(道家)의 사상은 그의 존재여건과 결합되면서 ‘평등’의 감수성을 낳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예술론과 예술 실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부분 또한 빠트리지 않고 기술했다.

_ 이인상은 이윤영과 함께 이른바 단호그룹(이윤영, 송문흠, 오찬, 윤면동, 김순택, 김무택)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인상의 문학적·예술적·이념적 자아는 단호그룹 멤버들과의 교유 속에서 형성되고 확장되었다. 이런 이유에서 본서는 단호그룹의 성원들에 대해, 그리고 이인상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다른 주요한 인물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사정에 대해서도 기술함으로써, 이인상을 문화사적·예술사적·사상사적·정치사적 맥락 및 동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조망하고자 노력했다.

 

 

연보의 기술 방법 및 체제

 

_ 이 책은 이인상의 생년인 1710(숙종 36)부터 이인상 사후 116년인 1876(고종 13)까지의 사적을 연도순으로 기록한 연보다. 이 책은 이인상의 연대기가 주축이 되고 있지만, 이인상의 연대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인상 주변의 인물들, 특히 단호그룹(이윤영, 송문흠, 오찬, 윤면동, 김순택, 김무택)에 속한 인물들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이인상과 단호그룹의 인물들을 따라가며 18세기 전·중기 조선의 시대정신(Zeitgeist)을 탐색하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이 시기 동아시아의 추이를 조망하고자 했다.

_ 연도별로 네 개의 층위를 두어 연보를 기술했다.

제1층위는 ●로 표시했다. 이인상의 사적이 주가 되며, 이인상 가족의 일도 이 층위에서 언급했다. 이인상과 벗들의 교유라든가, 꼭 벗은 아니더라도 이인상이 관계한 인물들에 대한 언급 역시 여기서 이루어진다. 일반 연보는 대체로 이 제1층위로만 구성되어 있다.

제2층위는 ○로 표시했다. 단호그룹에 속한 인물들을 위시한 이인상의 벗들의 사적을 기술했다. 이들의 사적 중 이인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대체로 제1층위에서 기술하고 이인상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은 이 층위에서 기술했다.

제3층위는 ◎로 표시했다. 이인상과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학자·예술가·정치가들의 사적을 언급했다. 겸재 정선, 담헌 홍대용, 연암 박지원 등의 사적을 이 층위에서 기술했다.

제4층위는 ⦶로 표시했다. 중국과 일본의 주요 문인·학자·예술가들의 사적 중 특기할 만한 것을 언급했다. 또한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항도 언급했다.

_ 이인상의 사적을 보여 주는 시와 산문을 언급할 경우, 『뇌상관고』(이인상 후손가 제공)는 해당 작품이 수록된 책의 권수를 밝히고, 『능호집』은 번역 출간된 돌베개 출판사본(2016)에 수록된 작품명과 해당 면수를 밝혔다.

_ 이인상의 그림과 서예, 전각 작품은 일실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작품이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2018, 돌베개)에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연보에 이인상의 서화 작품이 언급된 경우, 해당 작품의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해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에 수록된 면수를 밝혔다.

_ 인명 / 지명 / 서명 / 시문명(이인상과 기타 문인으로 나눔. 원제명도 별도 정리) / 서화명 / 사항명으로 항목을 자세히 분류하여 색인 작업을 하였다. 80쪽에 달하는 색인 작업을 통해 이인상뿐만 아니라 이인상 당대의 인물, 문화, 예술,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_ 별도로 <발문>에 단호그룹의 일원이며 이인상의 막역한 벗인 오찬(1717~1751)의 문집을 발견한 경위에 대해 기술했다. 오찬은 정언의 직책으로 신임의리를 강조한 상소를 올렸다가 영조의 노여움을 사 귀양 가 유배지에서 죽었다. 35세의 젊은 나이로 죽은 터라 이제껏 오찬의 문집은 발견되지 못했다. 하지만 본서의 출간을 앞두고 색인 작업을 진행하려던 시점에 극적으로 오찬의 문집은 발견되었고, 이 문집을 검토하여 좀 더 상세한 연보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발문에 담았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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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일러두기
서설・연보란 무엇인가: 연보학의 정초(定礎)
서설・『능호관 이인상 연보』의 주안, 방법, 체재

1세・숙종 36년(경인庚寅, 17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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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116년・고종 13년(병자丙子, 1876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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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

지은이·옮긴이

박희병 지음

경성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국문학 연구의 외연을 사상사 연구와 예술사 연구로까지 확장함으로써 통합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 연구를 꾀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고전인물전연구』,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한국의 생태사상』, 『운화와 근대』, 『연암을 읽는다』,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유교와 한국문학의 장르』, 『저항과 아만』, 『연암과 선귤당의 대화』, 『나는 골목길 부처다-이언진 평전』, 『범애와 평등』, 『능호관 이인상 서화평석』, 『통합인문학을 위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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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100자평
한·중·일을 통틀어 이런 형태의 연보는 시도된 적이 없다. 연보의 대상 인물인 보주(譜主)의 외적 행위는 물론 그 '실존'과 '내면풍경'까지 기술하기 위해 저자는 보주가 남긴 시문과 편지글, 주변인과의 교류 등을 모두 분석했다. 이 책은 이인상과 동시대를 산 당대 문인들의 일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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