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화기담, 순매 이야기
원제 | 折花奇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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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년 3월 8일 |
ISBN | 9788971999288 03810 |
면수 | 170쪽 |
판형 | 변형판 153x193, 소프트커버 |
가격 | 10,000원 |
분류 | 참 우리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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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단 한 번의 밀회, 수없이 반복되는 약속과 어긋남.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생의 마음과
남편은 있지만 다른 사랑을 꿈꾸는 순매의 애달픈 하소연을 담은
조선 정조(正祖) 시대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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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어긋남의 변주, 절화기담
『절화기담』(折花奇談)은 1792년(정조 16) 가을부터 1794년 초여름까지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애정전기(愛情傳奇) 형식의 한문소설이다. 1794년 1월 정조의 화성(華城) 행차를 서사 배경으로 삼은 것이 역사적 사실에 정확히 부합하고 당대의 세시풍속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는 등 작품 속 시공간 설정과 서울의 세태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다.
『절화기담』의 남주인공은 스무 살의 선비 이생(李生)으로, 서울 벙거짓골에 사는 재자(才子)다. 이생은 집안 살림을 돌보지 않고 이웃의 벌열(閥閱) 출신 이씨(李氏) 집에 붙어살았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열일곱 살의 절세미인 순매(舜梅)다. 순매는 방씨(方氏) 집의 여종으로, 이미 몇 년 전에 결혼한 유부녀다. 1792년 가을 무렵 이생이 벌열가 이씨의 집 우물 앞에서 순매를 보고 한눈에 반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작자는 단 한 번의 밀회 전후로 ‘약속과 어긋남’을 수없이 반복하며 기묘한 사랑 놀음을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이생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고, 순매의 애달픈 하소연 역시 독자의 동정을 이끌어 낼 만한 요소를 담았다. 이생이 순매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욕정을 좇는 장면은 한국 고전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노골적이다.
이생이 말했다.
“네가 여기까지 왔거늘 이 좋은 밤을 헛되이 보낼 수 없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다 한들 할멈에게 방책이 있을 테니, 염려 말아라. 몇 잔 더 마시며 즐거움을 다하자꾸나.”
그러고는 치마끈을 풀고 손을 놀려 순매의 몸을 더듬으며 애무하니, 희고 부드러운 가슴은 출렁거리고, 옥 같은 살결은 보들보들해서 범하기 어려웠다. 일진일퇴 거듭하며 천 번 만 번 희롱하자 문득 구름처럼 풍성한 검은 머리가 기울고 흰 뺨이 발그레 달아올라 양대(陽臺)의 꿈이 바로 여기 있는 듯했다.
『절화기담』에서 보여준 사랑이 ‘지금 이곳의 사랑’을 애절하게 서술했다는 남화산인의 평가에 대해 독자들이 어느 정도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절화기담’, 곧 ‘꽃을 꺾은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남녀의 사랑을 한바탕 웃음거리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자는 여주인공 순매의 ‘진정’(眞情)에 주목하지 못한 채 중세 규범의 울타리 안으로 움츠러들며 안도하는 결말을 취하고 말았다. 순매의 진정을 중심으로 『절화기담』이 제기한 문제는 70년 뒤 19세기 후반에 창작된 한문소설 『포의교집』에서 더욱 첨예한 형태로 전개되어 ‘사랑의 윤리’에 관한 보다 진지한 물음을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절화기담, 새로운 통속소설의 시작
『절화기담』은 일본 도쿄의 도요분코(東洋文庫)에 유일본이 전하며, 작자 석천주인(石泉主人)은 미상의 인물이다. 연구자들은 석천주인을 중인이나 몰락 양반으로 추정해 왔지만, 확실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이 작품의 특징은 작자 외에 남화산인(南華散人)이라는 편차자(編次者: 편집자)를 두었다는 점이다. 석천주인으니 서문에서 남화산인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절화기담』은 내가 스무 살 때 직접 겪은 일이다. 그 사실을 서술하고 기록한 것이니, 여가 중에 재미삼아 볼만한 읽을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글의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고 서사에도 빈틈이 많기에 친구 남화자 南華子(남화산인)에게 질정을 구했다. 그리하여 남화자가 고쳐 편집하고 윤색을 가하니, 비록 내가 직접 겪은 일이지만, 속 태우며 그리워하고 애가 끊어지도록 잊지 못하는 정이 구절마다 생동하고 글자마다 맺혀서, 책을 덮고 긴 한숨을 쉬게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마음이 아파 눈이 시큰해지는 구절도 있다.
이 서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석천주인이 스무 살 때 직접 경험했던 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석천주인은 자신의 초고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여겨 친구 남화산인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남화산인이 작품을 새로 편집하고 윤문을 가했다.
『절화기담』은 사랑 이야기지만 불륜을 다룬다. 낮은 신분의 여주인공 순매에게는 불륜이 치명적일 수 있지만, 순매는 중세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랑을 꿈꾼다. 이 소설은 ‘불륜’이라는 제재를 우리 애정소설에 새롭게 편입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통속소설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절화기담』은 중국 장편소설에서 흔히 쓰이던 장회(章回) 형식을 빌려 중편소설 분량의 작품을 3회로 나누어 편성한 점이 특징인데, 이러한 편차(編次) 방식 또한 남화산인의 수정 과정에서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금병매』(金甁梅)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가령, 『절화기담』의 노파는 『금병매』에서 서문경과 반금련의 인연을 맺어 준 왕파(王婆)처럼 언변과 수단이 대단한 데다 책사(策士)의 면모까지 지닌 인물처럼 묘사된다.
남화산인이 작품의 편차와 윤문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나 평비(評批)만큼은 온전히 남화산인의 작업이었다. 남화산인은 1·2·3 각 장회의 앞에 ‘장회평’(章回評)을 붙여 각 회의 주요 내용을 개관하면서 감상 포인트를 지적했다.
책머리에
서문
자서
제1회 이씨 집 노파가 남녀의 인연을 맺어 주고 / 방씨 집 간난이 양대의 꿈을 깨뜨리다
제2회 한 쌍의 원앙새는 두 번 만남의 꿈이 깨어지고 / 한 마리 난새는 스스로를 중매해 석 잔 술을 마시다
제3회 늙은 이생이 젊은 순매와 관계를 맺고 / 자신을 중매한 간난이 도리어 마귀가 되다
추서
원문
해설 ‐ 약속과 어긋남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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